질문이 없으면 해답도 없다
질문이 없으면 해답도 없다
  • 서재영
  • 승인 2015.02.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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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연구모임에서 비교적 역사가 짧은 교단에 속하는 원불교에 대한 발표를 들었다. 원불교는 신도 수가 인구대비 0.5%밖에 되지 않는 작은 교단이다. 하지만 원불교는 종립학교, 대학, 병원, 방송, 군종, 사회봉사 등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종교가 하는 사업을 대부분 해내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4대 종교라는 이름으로 기성 교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회참여 활동까지 펼치고 있다.

규모도 작고 역사도 짧은 종단에서 어떻게 그렇게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뜻밖이었다. 발표를 맡은 교무님은 외부로부터 받게 되는 끊임없는 질문이 오늘의 원불교를 있게 만들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안이 생기면 이웃종교나 식자들로부터 “원불교의 입장은 무엇이냐?” 라는 질문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입장을 정리하다보니 실제적 활동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더라는 것이다.

남의 질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에 답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모르고 있던 일이라도 관심을 갖게 되고 고민하게 된다. 그와 같은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입장이 정리된다. 그리고 인식을 공유하고 입장이 정리될 때 비로소 행동방향이 서고 대외적 실천으로 나설 수 있다. 원불교는 이웃종교와 사회로부터 받는 질문을 불편해하지 않고 성실하게 대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4대종교의 위상을 갖게 된 셈이다.

이는 건강한 질문이 개인과 조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질문을 받았을 때 변명으로 대답을 회피하거나 임기응변으로 대응한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질문이 멈출 때 문제에 대한 인식도 멈추고, 대답을 회피할 때 문제를 극복하려는 고민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질문을 경청하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고민하고, 자신의 대답에 책임지려는 자세야말로 개인과 조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게 된다.

따라서 발전하는 조직이 되려면 질문 받는 자리를 정례화하고, 질문하는 문화를 만들고, 질문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놓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질문 받고 대답하는 문화에 매우 둔감하다. 일례로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만 보아도 그렇다. 불편한 질문은 하지도, 받지도 않고 준비된 원고만 읽고 틀에 박힌 문답만 하고 끝낸다. 한 외신기자는 이런 형식의 기자회견을 두고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고 냉소를 퍼부었다.

질문은 자신의 본래면목을 깨닫고자 하는 수행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박산무이 선사는 ‘참선경어’에서 “크게 의심하면 크게 깨닫고, 작게 의심하면 작게 깨달으며, 의심하지 않으면 아예 깨닫지 못한다”고 했다. 의심은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질문이 본질적이고 크면 깨달음도 깊고, 성장도 크다. 반면 질문이 엉뚱하거나 작으면 깨달음도 얕고 성장도 더디다. 그리고 질문이 없으면 깨달음도 없고, 성장과 진보도 기대할 수 없다.

질문하지 않는 개인과 조직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고 만다. 질문하지 않는 삶에는 성장과 향상으로 가는 문이 닫혀 있는 셈이다. 반면 문제의식이 치열한 삶, 질문이 있는 삶에는 답을 향한 진지한 노력이 있고 그 결과 성취가 있다.

누군가로부터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완전한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의 핵심도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자성을 깨닫고자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우리는 무한한 향상의 길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선사들은 날마다 “이 뭐꼬?”라는 질문과 씨름한다. 수행자들이 던지는 화두라는 질문은 깨달음의 문을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받는 질문들도 문제를 극복해 가는 열쇠와 같다. 질문이 없으면 해답도 없는 법이다. 화두와 씨름하는 선승처럼 질문하는 삶을 살자.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puruna@naver.com

[1282호 / 2015년 2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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