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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육근경청법

눈빛·손짓·발짓 등 온몸으로 말하는 자녀 마음 읽기

“아니, 아직도 저런 폭행교사가 아이를 가르치고 있다니 어이가 없네.” 새해 들어 인천의 한 어린이집 교사의 폭행 동영상을 TV로 시청한 국민 모두가 충격과 함께 쏟아낸 말이다. 폭행원인은 매우 단순했다. 4세 여아가 반찬으로 김치를 먹지 않았다고 교사가 분노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접하며 문득 어려서 즐겨 본 이솝우화 ‘해님과 바람이야기’가 떠올랐다. 이야기는 어느 날 바람과 해님이 만나 나그네 옷을 벗기는 시합에서 시작되어 결국은 해님의 따사로움(溫氣)이 바람의 매서운 추위(寒氣)를 이긴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이를 대하는 교훈을 얻는다. 지도하는 교사나 부모도 강요나 위협적인 행동보다 따뜻한 교감이나 대화가 아이 마음을 더 열어주고 소통할 수 있다.

언어 능력 부족한 아이들의
말 속에 숨은 뜻 발견 해야
눈·코·입 등 두루 살펴 경청

대부분의 유아는 유아교육기관에 다니며 일정시간 동안 보호와 교육을 받는다. 아이가 시설에서 활동하는 동안 안전은 물론 건강, 놀이, 교육 등 모든 면을 시설이 책임지고 최선을 다해 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시설에서 귀가한 아이는 부모의 책임이다. 부모는 아이를 반갑게 맞이하고 간식을 먹이며 하루 활동을 대화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그 유아교육기관의 수준이 어떤가를 판단하려면 먼저 말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고, 선생님에 대한 좋은 느낌을 자주 언급하며, 친구와의 놀이경험을 조잘대며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입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말하는데 유아기는 더욱 그렇다. 부모가 아이의 말을 잘 들으려면 이 시기의 언어패턴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특히 어릴수록 어휘력과 언어전달 능력이 부족해 언어만으로는 그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내용을 다 전달 할 수가 없는데 이때 손쉽게 사용하는 것이 온몸의 기관들이다.

부모는 아이의 이러한 대화특성을 잘 알고 아이가 표현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육근경청법’을 사용해서 들어야 한다. 육근경청법이란 여섯 가지 기관(六根)인 눈, 귀, 코, 입, 몸, 생각(眼耳鼻舌身意)을 이용하여 숨은 의미까지 듣는 것이다. 아이들은 언어 이외의 얼굴표정, 눈의 움직임, 코의 찡그림, 몸의 움직임과 같은 육근을 이용하여 마음을 표현하므로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잘 이해하려면 이를 잘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말하는 아이의 표정이 굳어 있고 몸을 움츠리며 목소리엔 힘이 없고 눈빛이 흔들린다면 무언가에 두려움을 느끼며 긴장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때 부모가 따뜻한 시선과 음성으로 “오늘 뭔가 무서운 일이 있었구나. 엄마에게 말해 주겠니?”라고 말하며 어깨를 토닥거리거나 껴안아 준다면 아이는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안심하고 두려웠던 마음을 표현하는 용기가 생긴다.

아이와 대화하는 가운데 부모는 아이의 감정에 귀 기울이며 마음의 피로나 불편함을 치료해야 아이가 밝게 자라날 수 있다. 이와 같이 부모는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교류하고 정서적 친밀감을 쌓아가는 가운데 아이의 마음 상처를 해결하며 서로의 이해 폭도 넓힐 수 있다.

흔히 부모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한다. 그래서 아이가 하는 말을 정확히 못 듣고 아이가 무언으로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놓쳐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도움을 주지 못해 두고두고 후회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소중한 이의 말을 듣듯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육근경청은 심층의 마음을 읽고 헤아리는 자애의 대화법이다.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283호 / 2015년 2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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