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인총림 방장선거 구도, ‘선각 대 반선각’

  • 교계
  • 입력 2015.03.05 14:37
  • 수정 2015.03.05 21:00
  • 댓글 23

산중총회 이틀 앞두고 이목집중
대원·원각 스님, ‘초박빙’ 예상
선각 스님 반감이 경선의 배경
“기득권 연장 막아야” 여론확산 

해인총림 제9대 방장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누가 차기방장으로 추천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산중총회는 1967년 해인총림이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방장을 경선으로 뽑는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원․원각 스님 측 방장추천위원회는 막판까지 총림 대중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해인사 안팎의 여론을 종합하면 투표로 갈 경우 선원장 선각 스님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본말사 주지 스님들의 조직을 동원한 대원 스님 측이 다소 앞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선각 스님 등 해인사 내 기득권 세력의 권력 연장을 막고 총림의 변화를 위해서는 이번에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원각 스님 방장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때문에 양측 모두 섣불리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만큼 초박빙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세간의 따가운 비판에도 불구하고 법의 상징인 방장마저 경선으로 선출하게 된 데는 지난 10여년 해인사 운영을 독주해온 선각 스님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서 이번 산중총회가 방장후보에 대한 인물론보다 선각 스님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연장세력과 변화를 요구하는 세력 간의 대리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인총림에 정통한 스님들에 따르면 해인사 내에서 ‘선각 대 반선각’ 구도가 형성된 것은 선각 스님이 지난 2002년 법전 종정 스님의 예경실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이전까지 선각 스님은 해인사 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해인사 내에서 비교적 세가 약한 길상암 문중인데다 기수별로 유대관계가 끈끈한 해인승가대학을 다니지 않아 상대적으로 지지기반도 약했다.

그랬던 선각 스님이 법전 스님을 만나면서 해인사의 중심인물로 떠올랐다. 종정예경실장을 맡은 선각 스님이 종정이자 방장인 법전 스님을 대신해 해인사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방장의 권한행사가 모두 선각 스님으로부터 나온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이렇다보니 해인사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들이 커져 갔다. 그러나 법전 스님은 이런 비판에도 2008년 선각 스님을 해인사 주지로 추천했다.

종정예경실장에 주지직까지 겸직한 선각 스님은 이후 대중들의 의사에 반하는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총림 구성원들과 적지 않은 갈등을 빚었다는 게 총림 스님들의 설명이다. 특히 선각 스님은 2010년 ‘대장경 엑스포’를 이유로 해인사가 보유하고 있던 1만 1000여 평의 땅을 매각했다.

당시 총무원은 “이 땅은 해인사 입구에 위치해 있어 장기적으로 해인사 사격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토지가 될 것”이라며 “매각보다는 합천군과 협의해 임대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반려했다. 합천군도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임대방안을 검토 했었다. 그럼에도 선각 스님은 합천군청 관계자에게 강제수용 공문을 발송하도록 요청해, 결국 총무원으로부터 매각 승인을 얻어냈다.

그런가 하면 선각 스님은 자신의 명의로 소유하고 있던 조주연수원을 해인사에 되팔았다. 당시 예산 부족으로 승가대학의 교육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해인사가 굳이 25억 원을 들여 조주연수원을 사들일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선각 스님은 이를 강행했다.

선각 스님을 둘러싼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선각 스님은 2011년 무리한 납골사업을 진행하다 거액의 채무를 지게 됐고, 이로 인해 고불암 무량수전이 경매에 신청됐을 뿐 아니라 해인사 통장이 압류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선각 스님은 ‘방문판매 사업자’를 개설해 외주업자들이 경상도 일대를 돌며 불자들을 상대로 납골, 위패, 천도재 등을 판매하도록 했다. 특히 농촌지역의 노인들을 상대로 생필품을 선물로 제공하는 ‘호객행위’ 등 비불교적 방식으로 장례 관련 물품들을 판매하면서 지역사찰과 불자들로부터 따가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해인사 주지가 납골과 위패장사에 사실상 올인한다”는 등 종단안팎에서 해인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해인사 재적승들이 ‘해인사정상화 추진위’를 발족, 선각 스님을 배임혐의 등으로 형사고소하면서 해인사 내에서 ‘선각 대 반선각’ 구도가 노골화됐다. 양측의 갈등이 심화될수록 해인사에는 혼란이 거듭됐다. 장기간 이어지던 선각 스님과 정상화추진위 측간의 갈등은 2013년 11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중재로 일단 봉합됐다. 정상화추진위는 검찰 고소를 취하했고, 선각 스님은 임회에서 참회했다.

그러나 양측의 갈등은 방장 법전 스님이 입적한 이후 새 방장 선출을 앞두고 다시 불거졌다. 원각 스님 방장추천위에 따르면 선각 스님은 법전 대종사의 49재를 열흘 앞두고 방장후보로 거론된 대원, 세민, 원각 스님을 차례로 만나 방장 추대를 약속했다. 특히 선각 스님이 자신의 임의대로 각각 6년, 7년, 10년의 임기를 보장하고 서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선각 스님이 자신의 기득권을 연장하기 위해 차기와 차차기 방장까지 순서를 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해인사정상화 추진위에서 활동했던 스님들이 선각 스님을 비판하고 원각 스님을 방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해인총림 방장 선출은 사상 처음으로 경선구도로 치닫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원각 스님 방장추천위원회 한 스님은 “해인총림의 어른을 모시는 일에 대중들이 편이 갈려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로 비춰져 매우 안타깝다”며 “그러나 선각 스님이 방장의 뒤에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한다면 해인사에는 희망이 없다”고 개탄했다.

스님은 이어 “그동안 정치적 갈등이 있을 때마다 어느 쪽에도 관여하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해인사의 미래를 위해서는 선각 스님이 다시 전면에 나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중총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해인사가 선거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해인사 재적승들이 차기 방장으로 누구를 선택할지, 그에 따라 선각 스님이 해인사에서의 영향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종단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285호 / 2015년 3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