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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한벌서 여직공 눈물·농민의 땀 생각해야 세상은 바뀝니다”

비영리단체 교육전문가 김재춘

▲ 위빠사나 명상을 하며 받은 법명 타라(tara)를 이용한 닉네임 ‘밝은별’로 ‘모금아이디어 뱅크’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춘 가치혼합경영연구소장은 3000여명이 넘는 회원들과 자신의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 홍보캠페인팀장, 모금아이디어 뱅크 운영자, 서울특별시 대외협력보좌관, 가치혼합경영연구소 소장….

광고기획자로 치열한 6년
정토회 생활하며 해법 얻고
비영리단체 활동 뛰어들어

활동교육자로 범위 넓히고
1년 150회 이상 강연 나서

팔정도 가운데 정명 강조
‘정명기업’이 가치 구현 
불교계 모금방법도 고민 중
역사 담긴 스토리텔링 추천

비영리단체 모금가이자 강연자라는 소개를 받고 사전조사를 통해 알아본 김재춘 소장은 최근 몇 해 동안 너댓번 이상 소속과 직책이 바뀌었다. 강연한 내용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주제도 리더십, 자원봉사, IT, 대안 공간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있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또렷하게 감이 오지 않았다. 비영리단체에 종사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모두가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명강사야! 여러 방면에서 아이디어가 샘솟는 사람이지.”

색다른 형태의 모금 기술이나 에너지 넘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인터뷰 요청을 하자 호탕한 웃음소리가 전화기 저편에서 들려왔다. 인터뷰 장소를 정하기 위해 사무실 위치를 묻자 “떠돌아다닌다”고 말했다. 마침 다음날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미팅이 있단다. 인터뷰 장소로 딱이다.

▲ 김재춘씨는 자신의 일에 대해 “나 자신이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기보단 세상을 바꾸는 사람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바꾸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춘 소장은 현재 비영리단체 종사자를 교육하는 전문강연자로 활동 중이다. 가치혼합경영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연구소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나 자신이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기보단 세상을 바꾸는 사람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바꾸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달라고 했다.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연구·개발하고 이를 제대로 퍼트리기 위해 사람을 가르치죠. 모금, 재무 운영, 리더십, 회원 관리 등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단체에서 나타나는 고민들을 전반적으로 다룹니다. 물론 그 안에는 불교적 내용도 있어요. 생각해보면 지금 이일을 하게 된 것도 불교를 접하고 시작됐죠. 한때 정토회에서 기도대중으로 살았거든요.”

당시엔 불교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고 지금도 사실 잘 모른다고 말하는 김재춘 소장은 정토회서 생활하며 “불교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삶의 길을 찾았다”고 말했다.

정토회와의 만남은 우연한 검색에서 시작됐다. 2001년 회사를 그만두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그러다 우울증이 찾아왔다. 슬기롭게 극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평소 관심 있었던 명상을 진지하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불교가 떠올랐다. 그러나 당시 불교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템플스테이 정도뿐이었다.

포털사이트에서 ‘템플스테이’를 검색하니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깨달음의 장’이 가장 먼저 나왔다. 할만 해 보였다. 깨달음의 장에서 4박5일을 마치고 나왔다. 그리고 20일 후, 짐을 쌌다. 수행에 해법이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었다.

정토회에서 기도대중으로 2년 가까이 살았다. 여러 소임을 거치며 그곳에서 사회적기업과 비영리단체 종사자들을 만났다. 정토회를 나온 이후 바로 보리수선원에서 동안거를 한차례 지냈다. 107일 후 해제 날, 들어올 때 신었던 신발을 신는데 발이 신발에 잘 맞지 않았다. 이때 자신이 가야할 길을 깨달았다.

“수행은 두 가지가 있어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는 원력, 다른 하나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마음 썼던 습(習)에 의한 것이죠.”

좋은 사람들 옆에서 좋을 일을 하다보면 그것이 곧 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비영리단체를 찾았다. 아름다운가게도 정토회를 찾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비영리단체를 검색 하다 보니 가장 윗줄에 아름다운가게가 있었다. 박원순 상임이사(현 서울시장)도 그때 만났다. 업계에서 상당히 유명한 사람이었지만 김재춘 소장은 당시 그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홍보캠페인팀장, 판매사업국장, 정책국장 등 여러 직책을 거쳤다. 수백 개의 모금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함께하는 동료들에게는 존경스러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매뉴얼로 훈련을 받지 못해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후배들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보다 생산적인 활동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제대로 된 전문가 양성이 시급했다. 사회적기업과 비영리단체 종사자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리기업이 사업 확대와 인사관리를 위해 만들어 놓은 것들을 비영리단체에서도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영리의 효율성과 비영리의 공익성을 적절하게 정리해 적용시키면 해결될 것들이 무궁무진했다. 사실 그는 영리회사 중 최고로 영리를 추구하는 광고회사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광고기획자로 6년을 살았다.

“아이디어가 많다거나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지만 응용력은 좋았어요. 상황을 살짝 바꿀 줄 알고 이 내용과 저 내용을 섞을 줄 알았죠.”

광고회사에서 경험한 것들을 직접 적용해가며 단체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전문가로 변신했다. 단체 운영에 대한 새로운 방법에 목말랐던 이들이 그를 찾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퍼지고 어느덧 공공기관과 학교, 영리기업 그리고 불교계에서까지 그를 찾고 있다. 1년에 150회 이상 강연에 나선다.

▲ 김재춘씨는 “불사모금도 경전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과 불교역사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을 한다면 더욱 효율적인 보시문화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 인터뷰 전, 다음 주 공주의 한 불교단체에서 진행할 ‘불교자산의 사회적 활용’에 관한 강의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그는 “강연을 듣기에 앞서 부처님 가르침을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작은 것 하나도 인드라망과 관련돼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옷 한 벌에 파키스탄 여직공의 눈물이 있고 목화를 따다 농약으로 죽어가는 농민의 땀이 있다. 옷을 많이 소유할수록 옷공장은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지구온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 아프리카 수단 지역의 물은 점점 말라간다. 아이들은 물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무릅쓰고 수십리를 걸어야 한다. 인드라망, 모든 것은 연결이 돼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잊고 산다.

“하나하나 따지고 생각해봐야합니다. 승가공동체가 부처님 가르침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지를요. 심지어 매일 드리는 불공에서도 불법을 행하며 기도하고 있는지 점검해야겠죠.”

불교자정운동은 말로 하는 것이나 깃발 들고 거리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 그는 “나부터 방법을 보여주고 실천한다면 단계별로 바뀐다는 것이 다음 주 강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불교 안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바른 제품, 바른 방식, 바른 경영을 바탕으로 팔정도의 정명(正命)을 실천하는 기업, 바로 ‘정명기업’이야말로 가치를 구현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재춘 소장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지금껏 그가 해온 여러 일들이 대부분 성공적으로 진행된 느낌이 들었다. 모금전문가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강연자로 나서 사람들의 역량을 키워왔다. 하는 일마다 홈런을 치는 듯한 이 사람에게도 콤플렉스가 있을까.

“무슨 일이든 3년 이상 해본 게 없어요. 예전에는 지속력이 없는 것이 콤플렉스였지만 지금은 이를 콤플렉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꼭 길게 해야 좋은 것이고 짧게 하는 게 나쁜 것인가요?”

오히려 되묻는 그에게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지속력이 없다는 것에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그로인해 돌아오는 피해나 단점을 나 스스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이는 장점으로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새로운 일을 구상하고 실행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정토회 기도대중 시절 법륜 스님은 그에게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같은 수행을 하라”는 말과 함께 무동(無動)이라는 법명을 줬다. 실패해도 털어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뚝심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김재춘은 지금 하고 싶고, 해야 하고, 해야만 하는 일들이 수없이 많다. 그중에 현재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작업은 책출간이다. 모금제안에 관한 내용으로 올해 말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후엔 불사모금에 관한 책도 기획할 계획이다.

“불사모금을 검색해보면 절집 짓는 게 대부분이죠. 그 규모가 엄청나요. 이제는 모금도 부처님 법답게 가치를 구현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경전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과 불교역사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을 한다면 더욱 효율적인 보시문화가 탄생할 것입니다.”

그에게 처음 기대했던 화려한 모금 기술은 없었다. 강연자답게 달변가이긴 했지만 가볍지 않고 진중했다. 그렇기에 그가 말하는 모금활동의 아름다운 과정과 성취된 변화들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을지도 모르겠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287호 / 2015년 3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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