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이 어우러진 제1회 내포문화숲길 걷기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특히 이번 행사는 지역 자산인 ‘길’을 매개로 지역을 넘어 역사와 문화, 종교를 아우르는 축제의 장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사)내포문화숲길(이사장 지운 스님)은 5월30일 ‘내포가 하나로’라는 슬로건 아래 제1회 내포문화숲길 걷기 축제를 개최했다. 걷기대회는 충남도청 잔디광장에서 진행된 개막식을 시작으로 수덕사까지 약 6킬로에 달하는 거리를 걸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는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과 내포문화숲길 이사장 지운 스님, 중앙종회의원 정범 스님, 서광사 주지 도신 스님 등 수덕사 본 말사 스님 100명과 안희정 충남도시자, 김기영 충남도의장, 전국의 걷기동호회 회원들과 지역주민 3000여명이 참석해 초여름 숲의 싱그러움과 내포문화숲길을 만끽했다. 걷기대회와 어우러진 각종 문화 공연도 풍성함을 더했다. 통기타 가수들의 호소력 있는 연주와 노래, 젊은 국악인들이 모인 ‘단미소리’팀이 무대에 올라 퓨전국악 공연으로 축하분위기를 띄웠다.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은 환영사를 통해 “길은 내 마음과 같다”며 “세상의 모든 길은 소통하고 화합하며 자연으로 돌아가는 마음을 심어준다”는 법문으로 참가자들의 마음에 큰 감동을 줬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축사에서 “요즘에는 너무 빠른 길만 있어 빠르게만 다니다 보니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메말라 있다”며 “사람은 느리게 걸으면서 정서가 안정되고 행복을 느낀다”고 내포숲길걷기의 매력을 극찬했다.
개막식에 이어 준비운동을 마치고 40여명의 풍물패의 길놀이와 이사장 지운 스님의 징소리를 시작으로 ‘제 1회 내포문화숲길걷기축제’가 시작됐다. 충남 도청을 시작으로 호젓한 호밀밭을 지나 때죽나무 꽃과 각종 새소리가 반기는 뫼널이 고개, 둔리2구와 육괴정, 수덕사로 이어지는 6km의 코스였다. 특히 둔리2구 가루실 연꽃마을에 마련된 마을장터와 통기타 공연은 참가자들과 마을주민들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으로 이어졌다.육괴정을 지나 숲길로 이어지는 곳에서는 오카리나 합주가 걷는 이들의 오감을 열며 감동을 주었고, 예산문인협회 문인들은 ‘자연을 노래한 예산 시인의 숲’을 주제로 작품을 전시, 참가자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시와 음악을 즐겼다.
간간히 비가 내리는 가운데 목적지인 수덕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폐막식이 열렸다. 지운 스님의 폐막선언을 마지막으로 충남음악협회 팝스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과 멋진 성악가들의 공연이 이어지고 팬플룻과 색소폰 연주가 폐막식 공연에 함께한 참가자들의 마음에 감동을 더했다.
(사)내포문화숲길은 이날 걷기대회를 단순한 행사가 아닌 지역 문화자산으로서 내포 숲길을 활용하고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 전날인 5월29일 ‘내포문화숲길 활성화방안 컨퍼런스’를 마련하기도 했다. 컨퍼런스는 길관련 전문가 및 주요공무원 등 각계각층에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길’을 주제로 한 전문발제와 열띤 토론의 장으로 진행됐다.
발제는 △제주올레의 운영사례((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걷는 길과 지역의 소통(지리산둘레길 이상윤 상임이사) △걷는 길의 조성과 관리운영(하늘그린 권경익 대표) △한국 걷는 길 현황((사)한국의 길과 문화 최해선 팀장) △수요자측면에서 본 걷는 길 발전방안 제안(한국걷기동호회연합 김영록 회장) △걷는 길을 활용한 주민 행복사업(양성수 제주특별자치도 지역균형발전과 선임연구원) 등으로 이어졌다. 발제에 이어 참가자들은 길을 조성하고 운영관리하는 과정에서 지역과의 소통, 수요자 측면에서 걷는 길의 발전방안을 고민하고, 걷는 길을 활용한 지역주민 행복사업으로 승화시키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편 내포문화숲길은 내포 문화권의 대표적 역사유적을 4개의 테마로 엮어 320km 구간으로 조성된 길로 2011년부터 3년에 걸쳐 완성됐다. 가야산을 중심으로 서산·당진·홍성·예산 4개 시·군에 걸쳐 형성돼 충남에서 가장 긴 코스이자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에 버금가는 규모다.
길에 담긴 역사문화적 의미도 풍성하다. 충남 서산시와 당진시로 이어진 ‘원효 깨달음길’은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해골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전설을 매개로 하고 있다. 원효 깨달음길이 조성된 가야산은 백제시대부터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충남 내포(內浦)의 중심지로 선불교의 중심사찰인 수덕사를 비롯해 지금도 100여개의 크고 작은 옛 절터가 남아 있는 유적이다. 이 가운데 예산군 수덕사, 서산시 개심사, 홍성군 용봉사, 당진시 영랑사 등 현존하는 사찰과 원효암터, 백암사지 등 옛 절터를 연결한 둘레길이 바로 ‘원효깨달음길’이다. 길의 전체 길이만 약 96㎞에 이르며, 홍성군 오서산과 예산 봉수산 등을 연결한 ‘백제부흥군길’과 ‘내포천주교순례길’ ‘내포역사인물·동학길’로 이어져 장장 320㎞의 도보길을 형성하고 있다.
충청지사=이장권 지사장 dlwkd65@beopbo.com
[1297호 / 2015년 6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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