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의 원인
메르스 사태의 원인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5.06.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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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없다. 5월20일 첫 감염자 발생 이후 4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감염됐다. 발생초기 보건당국은 “메르스는 전염성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3차 감염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국민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3차 감염이 확인됐다.

정부의 무능과 거짓말이
국가적 재난의 근본원인

국민 보호 못하는 정부가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워


보건당국이 또 “공기 전파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감염의심으로 격리된 사람이 1000여명에 이르는 것을 보면 이 또한 믿을 수 없게 됐다. 나라 안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거리에는 마스크로 중무장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유치원과 학교 수백 곳도 이미 휴업했다. 관광지와 유적지를 가득 메웠던 중국 관광객도 사라졌다. 국민들은 불안에 떨며 메르스 감염 병원을 밝혀달라는데 정부는 한동안 모르쇠로 일관했다. 메르스 사태는 여러모로 세월호 참사와 닮아있다. 초기대응 실패와 정부의 안일한 대처, 국민에 대한 협박이 판박이다. 메르스의 확산은 중동을 다녀온 환자의 메르스 검사 요청을 질병관리본부가 무시하면서 화(禍)를 키웠다. 메르스 의심 환자를 홍콩과 중국에 출국하도록 방치하는 바람에 주변국의 항의를 받는 등 국제적인 망신까지 자초했다. 공기전염과 3차 감염은 없기 때문에 마스크를 쓸 필요 없다고 강변하던 보건복지부 장관은 마스크로 자신의 입을 꽁꽁 싸맨 채 언론에 등장해 지탄의 대상이 됐다. 또 끊임없이 거짓말을 늘어놓던 정부는 난데없이 유언비어 유포 행위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는 뜬금없는 으름장도 잊지 않았다.

국민을 패닉으로 몰고 가는 국가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은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대통령의 가장 큰 의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14일 만에 그것도 2명이 죽고 3차 감염자까지 나온 마당에 여론에 밀려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했을 뿐이다. 우리에게 전염성 바이러스로 인한 재난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09년 신종플루사태도 있었다. 특히 노무현 정부시절의 사스 퇴치는 전염성 바이러스 대처에 대한 국제적 모범사례로 꼽힌다. 당시 중국으로부터 사스가 유입되자 정부는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범정부 사스종합상황실을 만들어 신속하게 대응했다. 또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 국민들의 불안해소는 물론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냈다. 결국 4명의 감염자가 발생했을 뿐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선 648명이 사망하고 멀리 떨어진 캐나다에서도 44명이 사망하는 등 세계가 사스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이룬 쾌거였다. 당시 세계보건기부(WHO)는 우리나라에 대해 사스예방 모범 국가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1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세계로부터 자국의 전염병 관리도 못하는 후진국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 김형규 부장
‘전등록’에 한로축괴(韓盧逐塊) 사자교인(獅子咬人)이라는 구절이 있다. 개는 돌을 던지면 돌을 쫓아가지만 사자는 돌을 던지면 돌을 던진 사람을 문다는 뜻이다. 사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메르스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 못하는 무능한 정부다. 최근 대통령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무리한 선교활동으로 피습살해 사건이 일어났던 2007년, 그는 공무원의 신분으로 “공격적 선교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야 한다”고 외쳤다. 선교를 위해 같은 기독교인들을 위험지역으로 몰아대는 신념의 소유자가 이 나라의 총리 후보자라는 현실이 황망하다. 성령으로 흑사병을 이겨내자며 교회로 몰렸다가 유럽인구의 30%가 사망한 중세 흑사병 사태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그래서 이제 국민들은 결정해야 한다. 돌을 쫓는 개가 될 것인지 돌을 던진 자를 무는 사자가 될 것인지.

김형규 kimh@beopbo.com

[1297호 / 2015년 6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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