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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점수, 몽산 선사의 경우

기자명 인경 스님

“이치는 단박에 깨닫지만 일은 점차로 닦는다”

깨달음 이후의 수행[頓悟漸修]에 대한 강조는 몽산덕이(1231~1308?) 선사에게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대혜종고(1089~ 1163) 선사가 남송시대에 활동한 인물이라면, 몽산덕이 선사는 원나라 시대의 인물이다. 몽산덕이 선사는 남송시대에서 태어났으나 몽고족에 의해서 송나라가 망하고 원나라가 탄생하자, 회유를 거절하고 강남지역의 휴휴암에 은거하였다. 그러면서 고려의 도우(관리들)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것은 오늘날 몽산덕이의 법문과 문헌자료가 국내에서 다수 발견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의심 크기 크면 클수록
상응하는 깨달음 얻어
일상 삶 유지하는 계행
열정적 참구 필수조건

국내에서 유통되는 ‘몽산법어’가 11종에 이르고, 한글이 창제되면서 한글로 번역된 언해본 역시 8종에 달한다. 이것은 간화선과 같은 선사상을 연구하는 자료로서도 중요하지만, 오늘날 조선 초기에 이루어진 한글을 연구하는 데도 귀중한 자료가 된다. 2003년에는 북경도서관에서 ‘몽산화상보설’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것은 휴휴암에서 은거하면서 대중에게 설한 법문을 모은 자료이다.

이 보설에서 몽상화상은 주로 간화선 수행을 어떻게 할지를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화두를 참구할 때 금지해야 할 3가지와 권장해야 할 3가지를 제시한다. 금지사항은 온 몸으로 체득하기보다는 분별적 의식으로 화두를 참구하는 것, 기존의 지식이나 언어와 문자로써 화두를 이해하려는 것, 깨달음을 대상화시켜서 그것을 기다리는 것이다. 권장할 3가지는 선문답의 조사관을 뚫을 것, 인과를 알고 계행을 갖출 것, 큰 깨달음을 이루는 것이다.

권장할 세 가지는 화두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화두란 바로 조사의 선문답에서 핵심된 언구를 말하기 때문이요. 이런 본질적인 언구에 대한 의심과 함께 계속적인 참구를 통해 깨달음을 이룬다는 것이 그 요점이다. 이때 큰 깨달음이란 의심이 크면 클수록 그에 상응하여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깨달음을 기다리는 안이한 자세가 아니라, 일상 삶의 방식을 유지하게 하는 계행과 열정적인 참구가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러면 이렇게 깨달음을 얻게 된 이후의 수행은 어떤가? 이점에 대해서 몽산 화상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치는 단박에 깨닫지만[頓悟], 일은 점차로 닦는다[漸修]. 여러 생의 습기를 어찌 단박에 다 할 수 있겠는가? 숙세의 습기는 깨달은 이후에 자연히 점차로 소멸된다. 이로써 도인은 옛날의 바로 그 사람이지만, 과거의 행동거지를 바꾸어버린다. 만약에 옛날의 행동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깨달아 밝힌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다.”

다생의 습기는 당장에 소멸되지 않고 점차로 제거된다는 점을 인정한 부분은 대혜 선사와 같다. 특히 몽산덕이는 깨달은 이후에 스승으로부터의 인가를 강조한다. 그래야만 올바른 깨달음에 의한 이후의 수행이 가능하며, 그런 다음에 보임에 들어갈 수가 있다는 것이다.

보임이란 깨달음을 더욱 성장시키는 과정으로서 깨달음 이후의 점수를 말한다. 이것의 동력은 결국 깨달음에 의지한 계속적인 수행의 결과로서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몽산덕이는 이때 해야 할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첫째는 부처님의 경전뿐 아니라 유교경전을 열람할 것을 권한다. 이점은 북송대 이후로 강조해온 교외별전(敎外別傳)과 불입문자(不立文字)의 전통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둘째는 다생의 습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하게 개인적인 사항이 아니라, 사회적인 맥락을 함축한 점에서 의미가 깊다. 셋째는 행동거지[行履處]를 바꾸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에서 말한 점은 ‘오직 깨달음만 중요할 뿐 그의 행리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북송대 임제종의 인식을 바꾼 점에서 주목된다. 깨달은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가진 성격적인 부분이 여전히 그대로 존재할 수 있다는 관점에 대해 몽산덕이는 경계를 하고 있다. 깨달음과 행위는 서로 일치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97호 / 2015년 6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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