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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의 사상과 사랑을 담은 소설

  • 불서
  • 입력 2015.06.2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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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원-요석 그리고 원효 1·2’ / 김선우 지음 / 민음사

▲ '발원-요석 그리고 원효 1·2'
신라에 불교가 공인된 이후 90년 만에 태어나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의 불교사상가이자 사회지도자로 추앙받는 원효대사. 그는 불교 사상의 종합과 실천에 노력한 정토교의 선구자이며 최고의 저술가로 불린다. 많은 저술 중 ‘십문화쟁론’ ‘열반종요’ ‘대승기신론소’ ‘금강삼매경론’ ‘발심수행장’ 등이 지금까지 남아 후학들의 정진을 독려하고 있다.

해동법사, 해동종주로 불리다가 고려시대에는 원효보살, 원효성사로 존칭되고 ‘화쟁국사’라는 시호가 내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불교 최초의 깨달은 스님 원효대사는 경주 설씨와 순창 설씨의 중시조인 설총의 생부이며, 한국불교 최초의 파계승으로도 유명하다.

오늘날 한국 불자들과 학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스님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는 원효대사는 왜 그토록 극단의 삶을 살았을까?

심법을 깨달아 선과 교에 능통해 수많은 저술을 남길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갖췄던 원효대사다. 때문에 귀족과 더불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그 길을 버리고 저잣거리에 들어 무애호(無碍瓠)를 두드리고, 요석공주와 인연을 맺어 계를 파하는 파격을 연출했다. 왜 그랬을까? 그의 삶은 과연 어땠을까?

시인이자, 산문가, 그리고 소설가이기도 한 김선우가 뛰어난 통찰력으로 그 원효의 삶을 복원했다. 장편소설 ‘발원-요석 그리고 원효’는 피상적 차원에 머물러 있던 원효대사를 우리 곁에서 인간 원효로 탈바꿈시켰다. 더불어 원효의 그림자처럼 남아 있던 요석 공주 또한 주변부 인물이 아닌 운명에 맞서는 당당한 여성으로 그려냈다.

“원효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나는 부처로 살겠다!’ 산을 내려오너라. 흉내 내지 말라. 너는 스스로 온 자, 배움의 장소가 산속에 따로 필요한 자가 아니다. 만나는 모두를 스승으로 삼을 수 있는 자, 그것이 위대한 스승의 모습이다.”

“너와 내가 가져야 하는 힘이란 무엇이냐. 힘없는 백성 속에서 힘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 어떤 힘을 가져야 참으로 힘인 것이냐. 단이를 부르며 원효는 울었다.”

“더 많은 돌팔매가 원효와 요석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국가의 대업인 성전에 반대해 온 원효의 파계행을 임금에게 고해 능지처참시켜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난폭해졌다.”

작가의 손끝에서 원효와 요석은 오랜 전쟁과 지배층의 수탈로 인해 도탄에 빠진 백성을 위하는 ‘부처의 마음’과, 존재와 존재로서 서로를 사랑으로 구원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함께 지닌 입체적 인물로 생생하게 살아난다. 덕분에 등장인물과 공간까지 ‘발원’의 세계관 안에서 탄탄한 생명력을 얻어 눈앞에 펼쳐진 화면을 보듯 가까이 느끼게 한다. 원효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직접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이유다.

철학자 강신주가 이 작품의 해제에서 “왕이나 귀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주인이 되는 불국토를 꿈꾸었던 원효.… 진정한 자비는 국가와는 무관하게 중생들 마음 하나하나를 보듬어 주어야 하는 것 아닌지, 때로는 손에 땀을 쥐게, 때로는 안타까움에 탄식하게, 때로는 섹시한 떨림을 주며, 때로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정말로 근사하게 ‘발원’은 우리 마음에 수많은 색깔의 파문을 만들어 낸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독자들 또한 원효의 삶과 사상을 오롯이 옮긴 ‘발원’을 통해 우리시대의 오래된 청동거울을 보고, 우리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인물 원효를 마음에 새기게 될 것이다. 각권 1만3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299호 / 2015년 6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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