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돈과 지위보다 중요한 것

기자명 법륜 스님

올해 서른 살입니다. 3년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회사에 취직했는데 입사를 앞두고 어머니가 큰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그래서 첫 출근도 못하고 5년 째 어머니를 돌보며 살림을 도맡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좀 좋아지셔서 저를 돌아보니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것들이 예상치 못한 일로 없어지기도 한다는 현실에 또 다른 꿈을 갖기 어려워집니다. 우울증도 생기고 저에 대한 실망감도 약간 있습니다. 살아 있다는 느낌이 잘 안 들고 그러다보니 가끔 안 좋은 생각도 하게 됩니다.

부모 병수발 자랑스러운 행위
돈으로 삶 계산하는 태도 문제
뭐든지 할수 있다는 사실 중요
삶 주인되어 스스로 행복 찾길

지금 질문자는 이런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대학 다니면서 공부할 때는 나름대로 반짝반짝 잘 살았는데 결혼해서 전업주부가 되어 아이를 둘쯤 키워놓고 다시 나와 보니까 막막해지는 겁니다.

계속 일을 한 친구들은 이제 다 자리 잡았는데 말이지요. 한창 성장하는 사람을 중간에 이렇게 뚝 잘라 놓으면 막막해져요. 그런데 꼭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옛날에 학생들이 민주화 운동을 할 때 여기저기서 노동운동도 하고, 감옥에도 갔다가 이렇게 몇 년을 보낸 사람을 생각해 보세요. 민주화 시기가 끝나고 보니까 그동안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한 학생들은 판사도 되고 검사도 되고 다 잘돼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은 학교도 졸업 못하고 감옥만 갔다 온 거죠. 가만히 있던 학생들과 비교해보면 당장 그 때는 손해 본 것 같지만 민주화 운동에 나섰던 많은 사람들이 다시 그걸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정치지도자가 되거나, 다른 많은 곳에서 지도자가 되지 않았습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직장이 아니라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질문자는 부모가 어려울 때 그런 상황들을 외면하고 회사에 취직해서 직위가 높아졌다거나 월급이 많아졌다 하는 것을 중요시 하면 안 됩니다. 자기가 한 행위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삶에 생기가 도는데, 5년 동안 자기를 썩혔다고 생각하니까 우울해지는 겁니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가 병이 들어서 내가 만사를 제쳐놓고 한 5년간 가사를 돌보았다는 것은 굉장히 어른스러운 행위이고 자랑스러운 행위에요. 단지 돈으로 계산이 되거나 사회적 지위로 반영이 안 됐을 뿐입니다. 살림을 맡아서 해보고 환자를 간호해 본 그 경험은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우리가 회사에 취직해서 자신이 일 한 것을 화폐로 계산해서 받는 것에 너무 익숙해 있으니까 지난 5년간 부모님을 간호하고도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우울해지고 자신감도 떨어지고 그런 거예요. ‘5년간 회사 가서 한 달에 1000만원씩 또는 연봉을 1억원이 넘게 받는 것보다도 더 소중한 일을 했다’ 이렇게 스스로가 그 행위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생기가 돋습니다. 우리는 항상 인간의 삶을 너무 화폐로만 계산하고, 지위로 평가하면서 삽니다. 대기업, 연봉, 판사, 검사, 의사, 무슨 직위 등 이렇게 인간을 평가하다보니 이런 지위가 없어지면 좌절하고 절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것이 ‘나’가 아닙니다. 이건 그냥 하나의 이름일 뿐이지요.

또 지금은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하려고 하고 복지까지도 다 돈으로만 계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허상으로 만들어진 장벽들을 헐어내면 진짜 살만한 세상이 됩니다. 불교니 기독교니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제부터 주어진 삶을 유용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그런 삶을 사셔야 됩니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내 눈 뜨기입니다. 내가 눈을 감고 있으면서 세상이 어둡다고 소리치고 아무리 불을 밝혀본들 안 밝아집니다. 그래서 내 눈 뜨기를 먼저 해야 합니다. 두 번째, 내가 눈을 떴는데 세상이 어둡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불을 밝혀야 되겠지요. 내 눈 뜨기는 어떤 경우에도 ‘내가 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 간다’하는 내 인생의 주인 되기이고, 세상에 불을 밝힌다는 것은 ‘내가 사는 세상에 내가 세상의 주인 되기’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런저런 사회적 과제가 있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그것을 해결하는 주체라는 겁니다. ‘내 인생의 주인 되기’ 이것을 불교 용어로는 ‘상구보리, 즉 위로는 깨달음을 구한다. 그래서 성불 한다’ 이런 얘기고, 세상의 주인 되기는 ‘하화중생, 즉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한다. 곧 정토를 건설한다’ 이런 얘기입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1299호 / 2015년 6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