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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번이 무산된 ‘94년 사면논의’ 수면 위로

  • 교계
  • 입력 2015.07.06 11:55
  • 수정 2015.07.06 12:09
  • 댓글 5

의현 스님 논란으로 재점화
개혁주체도 “사면반대 안해”
입장 전향됐지만 낙관 못해
종단개혁도 벌써 20년 흘러
진지한 사면논의 시작해야

조계종 전 총무원장 법장 스님과 지관 스님이 적극 추진했지만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던 1994년 멸빈자 사면논의가 다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추진위가 ‘의현 스님의 징계감형 논란’을 의제로 설정한데다 1994년 종단개혁을 주도했던 스님과 단체들도 공식적으로 “멸빈자 사면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추진위는 6월30일 6차 상임집행위원회를 열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현 스님 징계감형 논란’을 오는 7월29일 예정된 제5차 대중공사에서 다루기로 결정했다. 당초 추진위는 5차 대중공사 의제로 ‘사부대중 공동체 구현’을 다루기로 했지만 최근 종단 안팎에서 의현 스님의 징계감형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만큼 이를 외면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으고 이같이 결정했다.
 
구체적인 의제 설정과 논의 방식은 추후 실무팀 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하기로 했지만 대중공사에서는 1994년 종단개혁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와 함께 멸빈자 사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럴 경우 멸빈자 사면에 대한 종단 차원의 입장정리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1994년 종단개혁을 주도했던 스님과 단체들이 1994년 멸빈자 사면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실천승가회) 전 의장 청화 스님은 6월1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1994년 징계자들을 사면하는 것은 절대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스님은 “사면의 방식은 종헌개정을 통한 특별법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천승가회도 6월22일 성명을 내고 “징계자들 사면에 반대하지 않으며, 종도들 이해와 요구를 반영한 특별법 제정 등 종단 대화합의 길로 나가길 바란다”고 천명했다. 또 종단개혁 당시 선우도량을 이끌었던 도법 스님은 “사면의 큰 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개인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 논의를 통해 풀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종단개혁 주체들이 예전에 비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종헌개정을 통한 사면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멸빈자 사면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그동안 수차례 사면을 위한 종헌개정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중앙종회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계종이 멸빈자 사면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한 것은 2003년부터다. 당시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1994년 종단개혁과 1998년 종단사태를 거치면서 징계를 받은 멸빈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종헌개정을 추진했다. 특히 스님은 “종단의 원융화합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치”라며 멸빈자 사면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종회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2003년 4월29일 열린 158회 임시회에서 종헌개정안은 찬성 41·반대 30표로 부결됐다. 종헌개정을 위한 가결정족수(54표)에 한참 모자랐다.

법장 스님은 2004년 3월 종헌개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중앙종회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3월18일 개최된 제162회 임시회에서 종헌개정안은 찬성 53·반대 21표로 아쉽게 부결됐다. 가결정족수에 단 1표가 모자랐다. 중앙종회는 4월1일 163회 임시회를 재소집하고 종헌개정안 처리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찬성 50·반대 28표로 부결됐다.

세 차례에 걸친 종헌개정안 부결로 소강상태에 빠진 멸빈자 사면논의는 2005년 10월 제32대 총무원장으로 당선된 지관 스님이 용서와 화합을 강조하며 재점화 됐다. 스님은 ‘1994·1998년 멸빈자 사면’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이후에도 사면논의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종헌개정을 통한 사면은 일부 종회의원들의 강한 반대에 밀려 논의조차 쉽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05년 11월 총무원이 “1998년 멸빈자는 특별법에 의해 징계절차가 진행됐지만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2003년 법규위원회의 판결을 수용하면서 1998년 멸빈자들은 사실상 사면됐다.

그러나 1994년 멸빈자 사면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2007년 3월 종정 법전 스님이 교시를 내려 ‘멸빈자 사면’을 간곡히 당부했지만 중앙종회는 또 다시 거부했다. 중앙종회는 2008년 3월 제176회 임시회를 열어 종헌개정안을 상정했지만 찬성 24·반대 46표로 부결시켰다.

이처럼 1994년 멸빈자 사면이 번번이 무산되는 것은 개혁주체들이 이에 대해 거부감을 갖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의현 스님의 징계감형을 두고 논란이 큰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개혁주체들이 ‘1994년 멸빈자 사면은 곧 개혁종단의 정통성 부정’이라는 인식을 ‘자비와 용서’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사면은 요원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1994년 멸빈된 전 원로회의 사무처장 원두 스님은 6월30일 기자간담회에서 “평화와 인권을 외치고 천성산 도룡뇽과 새만금 갯벌 지렁이조차 살리자고 하는 실천승가회와 선우도량 스님들이 어찌해서 1994년 징계자들의 사면은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1994년 멸빈자들의 상당수는 이미 80대의 고령이다. 그들은 마지막을 종단에서 회향하겠다는 강한 염원을 갖고 하루하루의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94년 종단개혁은 이제 20여년의 세월이 지났다. 1994년 멸빈자들에 대한 진지한 사면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02호 / 2015년 7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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