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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장애 고통속에서 성찰한[br]인간이란 직업 행복하게 수행하기

기자명 이병두

‘인간이라는 직업:고통에 대한 숙고’ / 알렉상드르 졸리앵 지음 / 임희근 옮김 / 문학동네

▲ '인간이라는 직업 : 고통에 대한 숙고'
이 책을 쓴 알렉상드르 졸리앵은 ‘트럭운전사 아버지와 가정부 어머니’를 부모로,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태어났다. 탯줄이 목에 감겨 질식사 직전에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뇌성마비를 갖게 되었고, 세 살 때부터 17년간 요양 시설에서 지냈고, 태어난 이래 하루도 어려움이나 문제에 부딪히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었다. 그러나 이처럼 ‘불편과 고통, 난관에 수없이 부딪히면서’ 자신을 더 깊이 성찰하게 되고 철학에 빠져들었다.

그는 5년 전 우연히 듣게 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선(禪)을 만나고, 또 그 인연으로 아내와 함께 한국에 와서 살면서 불교 수행을 하게 된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다. 그리고 ‘금강경’의 유명한 구절 ‘제불, 즉비제불, 시명제불(諸佛, 卽非諸佛, 是名諸佛)’을 좋아하여, 한국 독자들에게 쓴 머리말에서 “내가 나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데 구체적으로 도움을 주었습니다. 장애는 장애가 아니니, 내가 그것을 장애라 부른다. 장애가 단지 말이요 꼬리표요 마음속에 세운 것이요 각종 비교가 뒤범벅된 것임을 아는 순간부터, 나는 진정 장애가 무엇인지에 대한 시각이 트였습니다. 다시 말해 이 ‘금강경’ 구절 덕분에 내게 장애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도 나를 일개 장애인으로 깎아내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산다는 것은 피치 못할 시련을 당해내고 역경에 맞부딪치고 불확실성을 감당하는 일”이고, 그러니 약(弱)함은 장애가 아니라 “놀라운 풍부함의 장소가 될 수 있다”고 깨닫는다. 그 연장선에서 우리가 행복한 지평으로 나아가는 길을 방해하는 것은 “절망”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물론 이렇게 깨닫기 전에는 “‘장애인=불행한 사람’이라는 공식이 확고하고 입증된, 반박할 수 없는 법칙”이라고 믿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꼬리표는 뗄 수가 없었던” 것이고, 그래서 “군중을 피하게 되고, 앉아만 있게 되고, 움직이지 않게 되고”, 어떤 장애도 남 앞에 표출하지 않으려고 “남들에게 등을 보이고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곤 하였다. 이처럼 “상처의 두려움, 나를 지켜야 한다는 걱정은 내 자유를 강력하게 방해했으며, 결국 몸에 대한 경멸이 기승을 떨게” 되는 상황까지 다가가고 있었다. “개개인의 아름다움은 바로 그 독특함에 있는 것”인데도, 오랜 경력을 쌓은 후에도 자신에게 “상처 주는 시선에 익숙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생물학적으로는 “아이를 만들려면 인간 두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하지만, 저자는 그것이 “허튼소리”이고 “깊은 영향을 주고 그래서 곧 사람을 변모시키는 만남들이 있기” 때문에 “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나는 남 덕분에 나를 빚어간다. 어떤 사람은 유머를 발휘하여 나를 즐겁게 하고, 어떤 사람은 내가 높이 평가하는 가치인 신뢰를 받는다. 어떤 사람은 차분함으로 나를 매혹한다.” 그러니 이 세상 모든 존재가 자신에게 바른 길을 안내하고 도움을 주는 스승인 것이다.

이처럼 세상을 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자, 웃음과 유머가 “모든 것을 모으고, 합치고, 좀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며, 이 둘을 무기로 인간이라는 직업 전선에서 적극적인 전투에 나서라고 요구한다.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언론 매체마다 재벌가의 얽히고설킨 싸움판 소식을 중계하며 구경을 시키고 있었다.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웃음과 유머가 사라진 곳에서 피와 유전자가 무슨 효험을 발휘하겠는가.

“누구나 장애인을 보면 ‘저 사람은 불행할 것’이라고 예단하지만, 정작 그 장애인은 옆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워주는 존재다. 반면에 창창한 앞날이 보장된 머리 좋은 엘리트인데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불편한 삶 속에 침잠하기도 한다.” ‘인간이라는 직업을 행복하게 수행하는’ 뇌성마비 장애자 알렉상드르 졸리앵의 말이다.

이병두 대한불교진흥원 사무국장


[1305
호 / 2015년 8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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