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쉰 살이고요, 24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아이가 고등학교를 끝낼 때까지 참고 살다가 얼마 전에 이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집을 나가지는 못하고 남편과 계속 한 집에 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결단력이 있어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한다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막상 이혼을 하고 나니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앞으로 있을 아이들 결혼 문제도 걸리고, 저뿐만 아니라 시댁식구들한테까지도 왕따 당해서 살고 있는 남편이 안됐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있는데 새벽에 여자한테 문자도 오고 거의 두 달째 술을 먹고 새벽 한 시나 두 시쯤 집에 오는 남편을 보면 앞으로도 고쳐지지 않을 것 같아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대로 놔두고 살지 말지
먼저 판단해서 결정해야
내가 살아주는 게 아니고
나를 위해 살아가야 행복
어떻게 하기는요. 이제 남인데 그냥 놔두면 되지요. 아직도 자기 남편인 줄 아나 보네요. 이혼을 했는데 늦게 들어오든 일찍 들어오든, 술 먹고 들어오든 안 들어오든 그것을 왜 자기가 관여해요? 아이들이 있든 말든 남의 남자가 무얼 하든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그러니까 아직도 내 남자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이혼을 했으면 내 남자가 아니에요. 이제는 남의 남자예요. 한 집에 있어도 옆 집 사람이잖아요. 옛날에 세 안 줘 봤어요?
이게 인간의 심리입니다. 같이 살 때는 나쁜 게 보이다가 헤어지고 나면 또 안돼보여요. 아내한테 이혼당하고, 집에 오면 마누라도 없으니 매일 술 먹고 들어올 수밖에 없잖아요. 무슨 재미로 집에 일찍 들어오겠어요? 그리고 남을 어떻게 고쳐요? 자기는 고쳐져요?
안 고쳐집니다. 그러니 그대로 놔두고라도 사는 게 나은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됩니다. 그래도 어디 가서 혼자 산다는 소리 듣는 것보다 허수아비 같은 남자라도 실제로 살아보면 집에 한 명 있는 게 낫지 않나요? 자기 가족으로부터도 왕따 된 남자를 나까지 왕따 시키지 말고 좀 보살펴 주면 어떨까요.
가족으로부터 왕따 당해서 버려진 남자한테 다른 여자가 문자 좀 보낸다고 못 마땅하다는 건 나 하기는 싫고 남 주기는 아깝다는 거잖아요? 지금까지도 살았는데 나이 오십이 다 되어서 못 살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그러니 고쳐야만 같이 살겠다 싶으면 따로 사는 게 서로 좋고, 안 고치고 그대로 있어도 없는 거 보다는 낫겠다 싶으면 같이 사세요. 만약 남편이 내일이라도 죽는다면 후회됩니다. 그러니까 남편을 위해서 내가 살아주는 게 아니고 나를 위해서, 내가 후회하지 않기 위해 함께 사는 겁니다. 그리고 일단 살기로 결정을 했으면 일찍 들어오든 늦게 들어오든, 술을 먹든 안 먹든, 돈을 벌든 안 벌든 상관하지 말아야 합니다.
질문자는 얘기를 들어보니 혼자 살 수준은 못 돼요. 내가 그 남자 없으면 못 사는 의지형 이라서 아버지 같은 남자와 같이 살아야 되는 경우도 있지만, 질문자의 경우는 모성애 같은 보호본능이 있기 때문에 애를 버려두고 못 사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남편이 말을 좀 안 듣기는 해도 내버려두기에는 너무 힘드니 고치려고 하지 말고 좀 보살펴 주면서 그냥 사세요. 그게 나을 거예요. 안 그러면 나중에 후회하게 됩니다. 이 모성애 같은 보호본능이 있는 사람은 상대가 잘못되면 자책하게 됩니다. 내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 남편을 보살펴주세요.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1307호 / 2015년 8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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