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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고 읽기 쉬운 신개념 ‘원효전집’ 나온다

  • 교학
  • 입력 2015.09.01 15:43
  • 수정 2015.09.0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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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 5년간 10억 지원
박태원 울산대 교수가 연구책임
불교학·국문학자 등 12명 참여
‘종합해제’로 정확·가독성 제고
차세대 원효 연구자들도 양성

▲ 박태원 울산대 교수
고전 번역의 성패와 질을 결정짓는 핵심 조건인 ‘정확성’과 ‘가독성’을 최대한 살린 신개념의 원효전집 번역이 추진된다.

박태원(60) 울산대 철학과 교수가 한국연구재단의 토대연구지원사업 분야에 신청한 ‘원효전집 번역과 종합해제’가 최근 선정됨에 따라 매년 2억원씩 5년간 총 10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원효전집 번역과 종합해제’는 원효의 모든 저서에 대한 문헌학적·개념사적·연구사적 해제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종합해제’를 전문 연구자들이 구축하고, 그것에 의거해 정확성과 가독성을 극대화한 새로운 방식의 한글번역 프로젝트다. 원효 연구의 권위자인 박태원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고 강찬국(울산대), 김준호(부산대), 장순용(고려대), 배경아(동국대) 박사가 전임연구원 및 울산대 인문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한다. 또 박보람(동국대), 석길암(금강대), 최원섭(금강대), 유필재(울산대), 이명재(울산대) 교수가 공동연구원으로, 황미희(울산대), 정소희(동아대)씨가 보조연구원으로 각각 참여한다.

원효 저술은 그동안 개인이나 종단, 대학기관에서 우리말 번역이 이뤄졌다. 그러나 번역의 정확성 여부와 함께 원전의 한자어를 그대로 번역에 채택하고 있어 가독성이 크게 떨어졌다. 특히 여러 의미를 포괄하는 한자어 특성상 번역자가 문맥에 따라 한자의 의미를 선택해 분명히 드러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대다수 번역자들이 자신의 해석학적 관점을 한자어 뒤에 숨겨 번역문의 명확한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원효 저술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자성(自性)’도 그 중의 하나다. 이 단어는 문맥에 따라 ‘불변의 본질’ ‘속성’ ‘굴절되지 아니한 실재’ 등 다양한 뜻을 담고 있어 번역자가 맥락의 차이를 밝히지 않고 오직 ‘자성’이라는 한자어를 그대로 사용하면 정확성과 가독성 모두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번역물을 통해 원효를 만나는 사람들이 원효의 저술을 모호하다고 생각하거나 혼란과 굴절을 겪었던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원효전집 번역과 종합해제’는 불전 번역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효전집 연구진은 불전 번역의 정확성과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종합해제’부터 편찬한다. 여기에는 ▲원효저술과 관련된 각종 경론들의 형성, 유통, 주요 내용을 정리하는 문헌학적 해제 ▲원효에 대한 국내외 학문영역별 성과, 방법론, 주제, 쟁점을 정리하는 연구사적 해제 ▲원효의 모든 저서 중에서 채택되고 있는 의미와 용법들을 시대적 지역별로 정리하는 개념사적 해제 등이 수록된다. 또 여러 판본을 대조해 오탈자와 구두점을 수정해 원효 저술의 정본을 확정하는 정본화 작업도 진행된다. 연구진은 이렇게 완성된 ‘종합해제’에 의거해 정확성과 가독성을 극대화한 새로운 방식의 재번역을 시도할 방침이다.

▲ 경주 분황사에 있는 원효대사 진영.
원효전집이 전임연구진 중심의 공동번역이라는 점도 크게 주목할 만하다. 여러 사람이 분량을 분담해 번역한 것을 취합하는 기존 방식은 번역의 일관성이나 동일한 번역 수준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연구진은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연구책임자의 번역방식 제시→전임연구진의 작업수행→작업내용에 대한 연구책임자 및 연구원들의 공동검토와 보완’의 체계로 진행된다. 이러한 방식은 번역의 일관성과 균질적 통합성뿐 아니라 최고 수준의 차세대 원효 연구자들의 양성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원효전집’ 번역 사업은 크게 5단계로 ▲1차년도(2015.9~2016.8): 종합해제 구축과 정본화 작업(50%), 정본화 수행, 1차 학술발표 ▲2차년도(2016.9~2017.8): 종합해제 구축 완료, 판본대조 완료, 2차 학술발표, 원문 정본화 DB작업 완료 ▲3차년도(2017.9~2018.8): 원효전서 번역(30%), ‘대승기신론/ 별기’ ‘금강삼매경론’ ‘열반경종요’ 등 직역/ 의역/ 의해/ 역주/ 색인 DB화, 제3~4차 학술발표 ▲4차년도(2018.9~2019~8): 원효저서 번역(40%), ‘보살계본지범요기’ ‘이장의’ ‘판비량론’ 등 직역/ 의역/ 의해/ 역주/ 색인 DB화 ▲5차년도(2019.9~2020.8): ‘대혜도경종요’ ‘법화종요’ 등 남은 저서들 번역, 개별색인과 총색인 완료, 구두점 띄어쓰기 수정내용을 반영한 최종정본 DB화 등 순서로 진행된다.

연구책임자인 박태원 교수는 “이번 작업이 완료되면 불교 연구자는 물론 일반인의 가독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사회가 원효의 언어를 오늘의 관심으로 소화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한국 전통지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민족적 자존감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09호 / 2015년 9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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