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사 출토유물 반환의 의미
진관사 출토유물 반환의 의미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5.09.07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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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귀속됐던 진관사 출토유물 280점이 불교의 품으로 돌아왔다. 8월13일 문화재청 소유권판정위원회가 유물의 소유권이 진관사에 있다고 판결하면서 2013년 이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임시 보관됐던 성보들이 2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사찰 출토유물 소유권 분쟁
명확히 정리한 역사적 사건
지금껏 돌려받지 못한 성보
반환운동 본격 시작해야

문화재청은 2009년 1년에 걸쳐 진관사 경내를 발굴했다. 이 과정에서 금동불상 2구를 비롯해 용두, 자기류, 기와 등 280편의 출토유물이 쏟아졌다. 그런데 발굴조사가 마무리되자 문화재청은 해당 유물을 돌려주지 않고 국가에 일방적으로 귀속시켜버렸다. 느닷없이 유물을 빼앗긴 불교계는 강력히 반발했다. 절 땅에서 출토된 유물이, 그것도 불상과 같은 성보가 어떻게 국가 소유가 될 수 있느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진관사가 왕실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출토유물은 옛 왕실재산으로 봐야한다는 대답이었다. 사찰의 재산은 시주와 보시로 이뤄진다. 그런데 사찰의 소유권이 해당 절이 아닌 시주자에게 있다는 발언은 상식에서 벗어나 있었다. 무엇보다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왕조가 불상을 소유했다는 주장은 황당하기까지 했다.

문화재위원회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는 문화재청의 주장은 사법부의 판례까지 무시한 월권이었다. 진관사와 더불어 대표적 왕실사찰인 회암사 출토유물에 대해 사법부는 이미 회암사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도 문화재청은 같은 주장을 되풀이 했었다. 무엇보다 소유권을 다루는 부분인데도 문화재위원회에 법률전공자가 한명도 없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불교계의 강력한 반발에 문화재청은 뒤늦게 법률전문가가 포함된 소유권 판정위원회를 새로 꾸렸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해당 유물이 진관사 소유임을 확인받게 됐다. 과거 잦은 분쟁으로 소모적이기까지 했던 사찰 출토유물에 대한 소유권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진관사 출토유물 반환과 관련해 새롭게 주목받는 유물들이 있다. 전시를 핑계로 빌려가거나 발굴과정에서 일방적으로 가져간 뒤 돌려주지 않은 성보들이다. 대표적인 성보가 국보 28호로 지정된 백률사금동여래입상이다. 불상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누가 봐도 백률사 소유지만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전시회를 목적으로 차용증을 쓰고 가져간 뒤 지금까지 돌려주지 않았다. 2014년 보물로 지정예고 된 이차돈 순교비도 마찬가지다. 이 성보 또한 백률사 소유지만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보물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국가 소유를 주장해 불교계와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다. 이외에 수종사 오층석탑과 부도 내에서 발견된 사리기와 불상, 해인사 길상암에서 나온 수십 점의 탑도 외부박물관에 소장된 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사립대학이 발굴조사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가져가 버린 출토유물도 있다. 단국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법흥사 금동불상이 대표적이다. 1955년 옛 대웅전 터에서 발굴해간 이후 지금껏 돌려주지 않고 있다. 숭실대는 불국사에서 발견했다는 자모관음상(子母觀音像)을 신라에 기독교가 전래된 증거라며 가져간 이후 지금껏 소장하고 있다.

▲ 김형규 부장
국립박물관이나 대학박물관이 부득이하게 성보를 소장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불교박물관 또한 변변치 않았던 시절 이들 박물관의 노력으로 성보들이 잘 보존될 수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불교중앙박물관을 비롯해 각 본사 박물관과 사립불교박물관까지 전국에는 30여 개의 크고 작은 불교전문박물관들이 있다.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우람해졌다. 최근에는 이들 박물관들이 힘을 모아 성보박물관협회를 출범시켰다. 불교계는 2007년 국가가 소장하고 있던 불국사 석가탑 사리장엄구 일체를 돌려받은 경험이 있다. 문화재는 원래 있던 그 자리에 있을 때 빛이 난다. 신앙의 대상인 성보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진관사 출토유물 반환을 계기로 전국박물관에 흩어져 있는 성보의 반환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1309호 / 2015년 9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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