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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칭찬과 격려

아이 장점과 능력의 싹 자라게 하는 거름

“엄마, 내가 그렸어요.” 슬기가 그림 한 장을 보여주자 엄마는 아이 그림이 무엇을 그렸는지 분명하지 않았지만 “정말 멋진 그림이네! 아주 잘 그렸구나”라고 칭찬하였다. 엄마의 칭찬 한마디는 네 살배기 아이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으며, 아울러 타인을 기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칭찬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구나 어린 아이가 듣는 칭찬은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갖게 하며 정서발달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에서 칭찬의 효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고래도 춤추게하는 칭찬
실수마저도 껴안는 격려
자녀의 무한가능성 키워

칭찬이란 잘한 일이나 성공한 일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며 또한 경쟁에서 이겼을 때 남과의 비교를 근거로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시험에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니 네가 자랑스럽다.” 이런 칭찬을 받다보면 아이는 기대에 맞게 성공하거나 남을 기쁘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수 있다. ‘내가 만일 성적이 떨어지면 어쩌지? 부모를 기쁘게 하지 못하거나 성공하지 못하면 그럼 난 나쁜가?’ 칭찬은 기쁨과 함께 이런 걱정도 갖게 한다. 그 결과 칭찬받기 위한 불필요한 행동을 하거나 부모 눈치를 살피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이에 비해 격려는 성공한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조건 없이 주는 선물과 같은 것이다. 칭찬과 격려는 상대에 대한 긍정적 평가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칭찬과 격려는 다른 면이 있다. 부모 지시 없이도 손을 씻고 식탁에 앉은 아이에게 “네가 저녁 식사하기 전에 잊지 않고 손을 씻었구나”와 같이 말해주면 아이는 기대하지 않았던 일에 부모의 관심을 받게 되어 더 기쁘다. 아이의 장점, 공헌한 점, 특별한 점 또는 잘못해서 힘들어하거나 실패한 때에도 격려를 할 수 있다. 칭찬이 성공에 초점을 둔다면 격려는 성공은 물론 실수도 감싸 안는다. 그래서 실수를 해도 기죽지 않고 다시 시도해볼 수 있는 용기를 가지며 ‘난 할 수 있어, 난 유능해, 난 사랑받고 있어’라고 믿는다. 이것이 격려의 효능이다.

격려하는 부모는 자녀가 완벽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 스스로 해보려는 의지와 노력에 관심을 주고 인정해줌으로써 자녀를 ‘현재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격려하는 부모는 자녀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으며 아이 스스로 깨닫고 바르게 행동하도록 돕는다. 단지 격려의 말을 하고는 덧붙이는 말은 하지 말자. “네가 식탁 차리는 일을 도와주니 일이 빨리 끝났구나.” 이 말은 격려다. 아이는 이 말을 듣고 용기가 나지만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이면 어떻게 될까? “네가 식탁 차리는 일을 도와주니 일이 빨리 끝났구나, 진즉 그렇게 했다면 얼마나 좋았겠니?” 이와 같은 말은 격려를 주었다 다시 뺏는 말이니 오히려 기분만 망친다.

부처님은 제자들 질문을 받으면 그 첫마디가 “착하고 착하도다, 00야”라며 질문하는 제자를 어색하지 않도록 따뜻이 격려했다. ‘앙굿따라 니까야’에는 제자를 향한 부처님 마음이 얼마나 자애로운지를 엿보게 하는 장면이 있어 소개한다.

“수행승들이여, 나의 제자 수행승 가운데 사리뿟따는 위대한 지혜를 지닌 님 가운데 제일이다. 수행승들이여, 나의 제자 수행승 가운데 마하 목갈라나는 신통을 지니는 님 가운데 제일이다.(…하략…)”

수많은 제자 이름을 한사람씩 불러주며 그들의 특성과 장점을 파악하여 칭찬과 격려를 하는 장면은 그대로가 자상한 부모모습이다. 우리 아이들 모두는 각자가 가진 장점과 능력이 있다. 부모는 이런 가능성을 찾아내 칭찬과 격려로 싹을 키워가는 일을 부처님에게 배워 실천해보자.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09호 / 2015년 9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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