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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에 대한 불안감

기자명 법륜 스님

열아홉 살이고요, 진로를 그림으로 정하면서 학교도 자퇴하고 고등학교부터 홈스쿨링을 하고 있습니다. 가족은 서울에서 살다가 아빠가 원해서 시골 공동체마을로 이사를 갔는데 그곳 생활에 불만이 많으셨던 엄마는 제가 홈스쿨링 하는 것을 불안해 하셨습니다. 지금 이 길을 택한 것에 후회는 없지만 대학이나 유학을 가려니 예전처럼 마냥 즐길 수만 없는 현실이 불안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그 불안감으로 그림에도 100% 집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혼자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고 부모님께서 생활비도 보내주시지만 제가 성인이 되면 생활비의 절반은 책임지길 원하십니다. 하지만 제 자신을 책임지는 완전한 독립을 하면서 제 꿈을 이뤄 나가는 것이 버겁고 막연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다보니 자꾸 목표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앉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심리치료 중요
어려운 형편에 지원하는
부모님 위해 감사 기도를

한 1년쯤 모든 걸 다 놓아두고 쉬면 어떨까요? 그림을 잘 그리고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육체적, 정신적 건강입니다. 그런데 지금 정신적인 건강이 안 좋아요. 일종의 심리불안입니다. 정신과에 가서 편안하게 상담을 받아 보고 선생님이 괜찮다고 하면 다행이고, 조금 심리가 불안하다고 하면 감기약 처방 받듯 처방을 받아서 약을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쉬면서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안정하고 싶다고 안정이 안 됩니다. 몸뚱이는 그냥 강제로 쉬어주면 되는데 마음이라는 것은 가만히 누워있어도 늘 제 맘대로 작동을 하니까요. 그래서 심리불안이 더 심해지게 되고 자꾸 무얼 하겠다고 하면 더 초조해집니다. 옛날 같으면 산골짜기에 있는 암자에 가서 부엌일 하고 장작이나 패면서 한 3년 쉬었다 오면 낫는데 요즘은 그런 절이 없어요. 오히려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제일 한적한 그런 시대에요.

이제 열아홉 살이니까 독립하는 것은 좋지만 인생을 그리 고민하고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공동체생활을 했으니 사람들하고 같이 사는 것은 연습이 좀 됐을 것이고, 절에 안 다니더라도 하루에 한 300배쯤 절을 해 보세요. 절을 하면서 우선 부모님에 대한 감사기도를 하고, 절에 다니면 ‘저는 편안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하고, 교회에 다니면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는 편안합니다’ 이렇게 자꾸 자기한테 ‘나는 편안하다, 나는 잘 살고 있어 아무 일도 없다’하고 암시를 줘야 됩니다. 심리치료가 우선입니다. 다른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스펙이니 뭐니 하는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고흐가 그림을 그릴 때 스펙 쌓아서 잘 그렸어요? 그리고 싶으면 그리고, 놀고 싶으면 노세요.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그림을 그리면 안 돼요. 그러면 창조성을 잃습니다. 성질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지금 당장 인정을 못 받아도 언젠가는 평가를 받습니다. 내가 가장 집중할 때 창조성이 나오지 남 눈치 보면서 한 것은 그때 뿐 나중에 진가를 발휘 못 해요. 하지만 밥벌이는 늘 필요합니다. 그러니 다른 것으로 밥벌이를 하고 틈나는 대로 그림을 그리자,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좋겠네요.

엄마의 여러 가지 갈등과 심리불안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오게 되고 이것이 사춘기가 지나면서, 혹은 외부적 압박을 받으면서 발현합니다. 스님 법문을 잘못 듣고 “엄마 때문에 이렇다” 이러면 안 돼요. 오히려 감사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런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나를 키웠고, 지금도 지원을 해 주시잖아요. 시작이 어떻게 되었든 이제는 내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해결을 해야 됩니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가 없어요. 우선 운동을 많이 하고, 부모님께 절을 하면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저는 편안합니다’ 이렇게 계속 자기 암시를 줘야 합니다.

그리고 병원에 가 보라는 건 ‘내가 정신병 환자다’ 이렇게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에요. 몸이 아프면 검진을 받듯이 전문가한테 조언을 들어봐야 합니다. 그래서 거기에 맞춰서 약물치료를 한다든지 상담치료를 하면 됩니다. 그런데 가끔 정신질환이든 육체질환이든 의사가 돈 때문에 정직하게 안 해 주기도 하지요. 이때 육체질환은 좀 덜하지만 정신적 질환이 있는 사람은 피해의식이 있기 때문에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하지 않나’하는 의심이 자꾸 들어요. 그래서 상담하러 가는 것을 꺼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 조언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전문가만 믿으라는 건 아닙니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되지만 전문가 조언은 필요하다는 겁니다. 굿을 하면 낫는다, 안수기도 받으면 낫는다, 구병시식(救病施食)하면 낫는다 하는 것은 옛날에 다른 방법이 없었을 때 했던 치료법이고, 지금은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치료를 하고 또 나는 나대로 수행정진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1312호 / 2015년 9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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