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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청개구리의 양심

양심도 부모로부터 형성되는 후천적 마음

매사에 빗나거나 엇박자 짓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 청개구리라 한다. 청개구리의 의미는 “어머니의 말을 늘 반대로만 듣던 청개구리가 병으로 돌아가시며 남기신 어머니의 유언은 잘 지켜 어머니를 개울가에 묻는다. 그러나 비가 내릴 때면 어머니 무덤이 쓸려갈까봐 걱정된 나머지 눈물 흘린다”는 전래동화에서 비롯하였다.

이 동화가 주는 교훈은 부모에 대한 효심이다. 부모가 살아계실 때 마음을 편하게 해드려야지 ‘돌아가신 뒤에 아무리 후회하고 눈물진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비록 개구리로 비유하여 그려낸 동화이지만 못된 심보와 양심이 늘 대립하고 갈등하는 인간 심리를 잘 묘사했다. 때문에 공감과 흥미를 돋운다.

여기서 청개구리 행동을 인간의 관점에서 이해한다면 어떨까? 말 안 듣는 청개구리는 사춘기라서 부모에게 그토록 반항을 하는 게 아닐까? 10대 청소년들을 보라. 거의 청개구리 수준이 아닌가! 부모뿐 아니라 어른의 말에 일단 반항부터 한다. 오죽하면 하던 짓도 방석 깔아주면 안한다는 말이 있겠는가. 바로 청개구리 심보를 가지고 있기에 10대를 반항기라고도 한다. 그런데 부모들은 어떤가? 하기 싫어하는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기보다는 어떻게든 하도록 만들고 싶어 하니 자녀 역시 부모를 싫어하고 부모 말에 따르지 않는 청개구리가 되어간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청개구리는 비가 내리면 어머니 무덤이 걱정되어 눈물짓는다는 내용이 암시하듯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반항은 끝나고 양심의 소리를 들게 된다. 철이 든 것이다.

이렇듯 인간은 누구나 ‘양심’이라는 선량한 마음이 있다. 양심은 영유아기에 부모로부터 보고 배워온 ‘가꾼 마음’이다. 따라서 부모나 어른으로부터 잘못을 잘못이라고 교육받지 않은 아이는 양심을 발달시키지 못해 그야말로 양심이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아이가 남의 물건을 주인 몰래 가져왔다면 부모는 그것이 잘못임을 반드시 알려주고 그 물건을 주인에게 되돌려주는 훈육이 필요한데 만일 은근슬쩍 넘어간다면 아이는 그 일이 잘못임을 배우지 못한다. 양심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잘못임을 깨닫고 후회하는 마음이다. 청개구리가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양심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흔히 우리 애는 착하고 순했는데 친구를 잘못 사귀어 변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본래의 선한 심성도 부모의 잘못된 교육이나 몰이해로 얼마든지 청개구리 심보가 되어 삿된 길로 향할 수 있다. 따라서 지혜로운 부모라면 자녀의 행동에서 또래친구가 아닌 부모의 잘못된 교육이나 빗나간 사랑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앙굿따라니까야’의 ‘어리석은 자의 품’을 보면 부모가 왜 슬기로워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수행승들이여, 어떠한 공포가 생겨나든지 모든 공포는 어리석은 자에게서 나오지 슬기로운 자에게서 나오지 않으며, 어떠한 위험이 생겨나든지 모든 위험은 어리석은 자에게서 나오지 슬기로운 자에게서 나오지 않으며, 어떠한 재난이 생겨나든지 모든 재난은 어리석은 자에게서 나오지 슬기로운 자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부처님 말씀처럼 모든 위험이나 재난의 시작은 어리석음에서 시작한다. 불자부모라면 청개구리 자식을 비난하고 한탄만 하는 소극적 태도보다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통찰하고 참회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동시에 자녀가 바른 양심의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교육하는 슬기로운 부모로 우뚝 서야 할 것이다.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13호 / 2015년 10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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