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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권력이 자행한 불교 탄압[br]피해자 원행 스님의 생생한 증언

  • 불서
  • 입력 2015.10.26 15:57
  • 수정 2015.10.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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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불교법난’ / 원행 스님 지음 / 에세이스트사

▲ ‘10·27 불교법난’
1980년 10월27일 새벽.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산사에 진입했다. 군홧발 그대로 법당을 짓밟고, 스님들을 마당으로 끌어냈다. 그리고 대역죄를 지은 죄인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연행해 고문을 시작했다.

현대사에서 정권이 불교계 정화를 이유로 자행한 10·27법난이다.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합동수사단은 1980년 10월27일 불교계 정화를 명분으로 스님 및 불교계 인사 153명을 강제 연행했다. 이어 10월30일 새벽 6시를 기해 군포고령 위반 수배자 및 불순분자를 검거한다는 구실로 군·경 3만2000 병력이 전국 6000여 사찰에 난입해 1776명을 연행했다. 그리고 연행자들에 대한 고문이 이어졌다.

월정사 원행 스님은 그날 새벽 영문도 모른 채 강원도 원주 보안사로 연행됐다. 다짜고짜 고문이 시작됐고 풀려나는 날까지 상상할 수 없는 고문과 폭행, 모욕을 당했다. 그 충격과 그로 인한 절망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그 후로 35년이 넘도록 그날의 고통을 온몸과 마음에 품고 살았다. 지금도 그 고문의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룩이고 있다. 하지만 출가자는 개인의 고통을 드러내서도 안 되고 호소해서도 안 된다는 믿음 하나로 그 사건의 기억과 충격을 오랜 시간 침묵 속에 파묻어 두고 살았다.

그러나 더 이상 침묵하고 있을 수 없었다. 전두환 정권 이후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10·27법난의 진상이나 피해 내용, 그에 따른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 등 그 무엇도 속 시원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국회에서 10·27불교법난 피해자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법난 피해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으나, 관련 법률의 미비와 관계자들의 비협조로 인해 명예회복과 피해 보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까지 그 과정을 묵묵히 지켜본 원행 스님은 “어떤 역사도 반성 없이는 진화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의 피해 당사자들이 하나 둘 입적하면서 세상에서도 그 치욕스러운 일이 잊혀지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다. 그래서 스님은 이 책 ‘10·27 불교법난’에서 국가권력이 불교를 짓밟은 만행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그 참혹했던 기억을 생생히 되살려 증언하고 있다.

저자는 “육신에 가해졌던 그 무자비한 고문을 잊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자들에 대한 국가권력의 무차별적인 폭력과 무례를 잊을 수 없는 것이고, 대중들의 신성한 기도처인 부처님 도량을 짓밟은 무지막지한 만행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라도 만천하에 이를 드러내 다시는 이처럼 우매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책으로 엮은 것이다.

“1700년 불교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이고 폭력적이었던 그 사건을 이제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개탄한 저자는 “법난을 입안하고 주도했던 핵심 인물들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기이한 사건으로 남고 말았다”며 진상규명에 소극적인 정부의 태도를 질타했다.

그러나 과거에 얽매이자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분석과 반성을 바탕으로 역사의 오류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때문에 스님은 “상처는 과거의 오류를 인식하는 순간에야 치유되는 것이며, 모두가 조금 더 능동적이고 조금 더 치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10·27불교법난 피해자의 생생한 증언록은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한편 스님은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는 ‘눈썹 돌리는 소리’를 함께 펴내 출가인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1만5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316호 / 2015년 10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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