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이 2014년 115일 동안 날마다 나라와 도시를 옮겨 다니며 세계 115개 도시에서 열었던 즉문즉설 강연을 묶어 ‘야단법석-법륜 스님의 지구촌 즉문즉설’로 펴냈다. 책은 매일 열린 강연 중 대중들의 호응이 높았던 대화를 현장감을 살려 싣고 더불어 세계 곳곳의 특색 있는 방문지에 대한 감상을 곁들여 엮었다. 또 교민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열린 강연회도 있어, 그야말로 세계인의 고민이 총망라돼 있다. 부부관계, 직장에서의 관계, 부모자식의 관계, 생계 문제, 사회문제 등은 누구나 고민하는 것으로 국적을 떠나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였다.
전 세계 도시를 무대로 야단법석을 펼친 스님은 불교 이야기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성당, 교회, 학교, 도서관 등 어디든 마련된 자리에서 사회문제, 개인의 고민, 가족 갈등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었고 그 자리에 모인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놓을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책은 세계 115개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법륜 스님이 세계 115개 도시에서 펼친 115회의 강연에서 나눈 대화는 1000회가 넘었고 그 과정에서 2만2000여 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 중 이 책에서는 102개의 대화가 수록됐다. 개인적인 문제에서 사회적인 문제, 나아가 문명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넘나든다. 기존에 출간된 책들이 결혼 시기의 청년, 육아를 고민하는 엄마, 노년을 바라보고 준비하려는 세대 등 분야별·내용별로 분류한 것이라면 이 책 ‘야단법석’은 다양한 대화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그 중에는 한국인으로서 보다 책임감 있게 살아갈 것을 주문하는 내용도 적지 않다.
일례로 코펜하겐으로 이주하고 나서 남한에서 왔느냐, 북한에서 왔느냐를 묻는 사람들 덕분에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언제 통일이 되느냐고 묻는 질문자에게는 “통일이 언제 될 것인지 묻는 질문은 외국 사람들은 그렇게 물을 수 있지만, 한국인들이 그렇게 묻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우리가 통일이 되도록 하면 통일이 될 것이고, 통일이 안 되도록 하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왜 자기는 빠져 버리고 누가 대신해 주는 것처럼 말할까”라고 일침을 놓으며 대화를 시작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세상을 보는 관점을 새롭게 하고, 변화하는 미래의 주인이 될 것을 당부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돌입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창조입니다. 창조를 하기 위해서는 융합할 수 있어야 해요. 문호를 활짝 열고 정말 내가 갖고 있는 문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인류적 과제에 있어서 그것이 기독교적 아이디어든, 불교적인 아이디어든, 과학적인 아이디어든,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제한을 두면 결국은 창조성이 안 나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신앙에 갇혀 있고, 민족에 갇혀 있고, 관습에 갇혀 있잖아요. 그런 것을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라 갇혀있지 말라는 거예요. 그래야 여러분들이 새로운 시대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인생, 종교, 과학, 사회 등 온갖 주제로 이어진 대화에 어떤 정답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다만, 내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은 다른 이들의 고민을 놓고 나누는 대화를 통해 고민이 해결되는 이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나아갈 수 있는 관점도 배울 수 있다. 2만3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316호 / 2015년 10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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