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사 8년차, 아이들 보기가 두렵습니다

기자명 법륜 스님

저는 중학교 교사로 8년차인데 아직도 아이들을 보는 것이 두렵습니다. 제 수업은 아이들의 흥미를 고려하지 않아서인지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수업준비를 열심히 하기는 싫고 마냥 괴롭기만 합니다. 정말 살기 싫기도 한데, 노력하지 않는 저의 버릇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요?

아이들 교육 최선 다해야
결과 자신몫 아니라는 점
자각하고 편하게 임하길
그래야 아이들이 좋아해

제일 쉬운 방법은 교사 일을 그만두면 됩니다. 요즘 선생님을 하고 싶어서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일 대부분은 식당 일이나 청소를 하는 일입니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청년실업과 조기퇴직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이 나이가 서른이 다 됐는데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남편도 60도 되기 전에 조기퇴직을 해서 집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대학 나왔다고 80만원짜리 100만원짜리 일은 안 하려고 하고 엄마도 자기 아들딸이 그런 일 하는 것은 마땅치 않아 합니다. 남편은 자기체면 때문에 노가다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온 가족이 실업자인데 일할 사람은 엄마인 50대 주부밖에 없습니다. 질문자도 잘 다니던 학교 그만두면 늙은 엄마를 일터로 내몰게 될 겁니다. 그러니까 이번 겨울 방학이 되면 우선 식당에 가거나 청소용역업체에 가서 한 달만 일해보세요. 한 달만 일 해보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쉬운지 어려운지 판단이 서게 됩니다. 식당에서 일하거나 청소하는 일이 선생보다 하기 쉽고 즐거우면 교사를 그만두면 되고, 그래도 교사일이 쉽다면 계속하면 됩니다. 뼈저리게 경험을 해 보면 지금 좋은 조건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사람으로 키운 것이 아니고 애완용 강아지로 키웠기 때문에 강아지를 데리고 공부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수업 중에 자는 아이도 있고 나가는 아이도 있을 겁니다. 자는 아이는 자도록 놔두고 나가는 아이는 나가서 잘 놀다오라고 하면 됩니다. 다만 나는 착실히 가르치기만 하면 됩니다. 자거나 나가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선생이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팽개치면 안 되고 나는 열심히 할 뿐입니다.
정말 아이를 고치려면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내주어야 하고, 그러면 그 아이의 학부형으로부터 칭찬을 받기는커녕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 일로 교장선생님한테 불려가서 야단도 맞아야 합니다. 그런데 애당초 남의 집 말썽꾸러기 아이를 바로잡아주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선생님이 된 것이 아니라 안정된 직장을 갖기 위해 선생님이 된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자기의 그 목표의식이 투철하면 됩니다. 안정된 직장을 갖기 위해 선생님이 되었다면서 갑자기 자기 목표도 아닌 남의 애를 고치는데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힘이 부쳐서 선생님을 그만두고 싶어지는 겁니다.

어쨌든 아이들에게 ‘그 선생님이 성격은 모르겠지만 공부는 참 잘 가르친다’ 이런 소리는 들어야 합니다. 내가 선생으로서의 나의 직분, 월급 받는 것에 대한 책임은 다 해야 됩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안 하고는 신경 쓰지 말고 가볍게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야 내가 마음이 편안하게 강의할 수 있고, 그러면 강의를 잘하게 됩니다. 성질내는 선생님보다 편안한 선생님을 아이들이 더 좋아하고 말을 잘 듣습니다. 그래야 나도 좋고 아이들도 좋습니다.

저도 법문 중에 질문하는 사람을 보며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저 사람이 깨닫겠지 생각해서 대답하면 내가 답답해서 계속 못합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말을 해주는 겁니다.  그러니까 내가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나의 일이 아니라고 내려놔야 최선을 다할 수가 있습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1316호 / 2015년 10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