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영남일보 신춘문예, 작가세계 신인상 등에 단편소설, 시, 중편소설이 당선되며 문단에 나와 오랫동안 글을 썼다. 하지만 어느 순간 시단에 있으면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오로지 독자와 소통하며 시 발표하기를 고집해온 김재진이 40여 년간 발표한 작품 중 120편을 가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로 엮었다.
이 시선집에 실린 시들은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아온 인생으로부터 받은 상처의 흔적이자 그 상처에 대한 치유의 감탄사이기도 하다.
“움직이지 못하는 노모의/ 머리를 감기기 위해 고심하다/ 화단의 물뿌리개로 머리를 감겼다/ 꽃처럼 화사하게 살지 못한/ 어머니의 한 생이/ 임종을 앞에 두고 꽃이 되었다. ‘꽃’”
시인이 스스로 자기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럽던 시간 동안 썼던 시이며, 인생을 걸고 썼던 시들이라고 고백했듯이 이 시선집의 시들은 이처럼 생의 아픔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던 좌절과 방황의 시기에 썼다. 하지만 여기에 아픔만 있고, 고통만 써 내려간 것은 아니다.
“삶에 지친 네 시린 손 잡아주고 싶다/ 쉬고 싶을 때 언제라도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기다림으로/ 네 곁에 오래도록 서 있고 싶다. ‘기다리는 사람’ 중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함에 갇혀/ 흘려야 할 눈물조차 마르고 없을 때/ 더 이상 그 누구도 내 손 잡아주지 못할 때/ 기도밖에 아무것도 더 할 수가 없을 때/ 그럴 때도 우리는/ 희망이라는 그 손길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희망’”
시인은 좌절하고 방황했던 그때도 삶에 대한 저항이나 비판의 문장 대신 이렇게 깊은 성찰과 따뜻한 위안의 언어로 읽는 이의 가슴에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다. 지금 유나방송을 이끌며 세상에 널리 평화를 심고 있는 김재진의 시선집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상처와 사랑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더불어 따뜻한 삶에의 희망도 찾을 수 있다. 1만1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319호 / 2015년 1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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