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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 대표적 수행처 생생히 옮긴 순례의 기록

  • 불서
  • 입력 2015.11.16 17:40
  • 수정 2015.11.1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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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3’ /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암자로 가는 길 3’
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산문과 소설을 발표해온 작가 정찬주가 한국의 대표적 수행처에 담긴 생생한 역사를 기록해온 ‘암자로 가는 길’ 전 3권이 완간됐다. 지난 2004년 기존 책을 개정판으로 1권을 출간한 데 이어 2010년 2권, 그리고 이제 전국 34개 암자 이야기를 담아 3권을 내놓았다.

‘암자로 가는 길 3’은 1권 52개, 2권 32개에 이어 34개 암자를 소개함으로써 모두 118개의 전국 암자들에 대한 방대한 순례기에 마침표를 찍는 책이다. 작가는 “암자를 찾아 산길을 오르던 일이 새록새록 떠올라, 마치 이 책이 다른 사람 아닌 나 자신을 일깨우기 위해 출간되는 책이 아닐까도 싶었다. 아직도 내게 그때의 감성과 사유가 남아 있을까 하는 자책도 들었다. 잃어버린 것이 있다면 그것을 거름 삼아 움이 돋듯, 내면 어딘가에 새롭게 생겨난 것도 있을 터이다. 그러나 나는 암자로 가는 길에서 만난 자연과 수행자와의 인연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며 오랜 시간 암자를 찾아 한국 불교의 정신문화사를 새롭게 써온 지난날을 회고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 숨어 반딧불이처럼 지혜의 등불을 이어오고 있는 암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와 위치 정보 및 풍부한 서지자료, 수행자들의 일상과 고승들의 일화, 작품사진들을 담아 작가 정찬주 특유의 성찰적인 글로 녹여낸 책은 순례의 발자취이자, 한국의 대표적 수행처들에 대한 생생한 역사 기록이다.

넓디넓은 전 세계 곳곳을 소개하는 화려한 여행안내서와 여행에세이가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요즘, 이 책은 그런 세간의 풍토와는 달리 우리의 정신문화를 향한 보다 깊이 있는 여행과 진정한 나의 본류를 찾는 고요한 여행을 권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는 한 뿌리에서 나온 서로 다른 이파리 같은 존재이다. 본래는 나와 남이 없는 것이다. 무아(無我)란 이런 의미에서 나온 말인지도 모르겠다. 불행은 나를 고집하고 집착하는 데서 싹튼다. 진정한 자비심이란 나와 남을 분별하지 않는 열린 마음이 아닐까.”

“한 번 떨어지는 것이 1년이라면 얼마나 많은 낙엽이 흙으로 변해야 새 세상이 열릴까. 선가(禪家)에 일념(一念)이 만년 가도록 정진하라고 했다. 우리 모두가 때 묻지 않은 열망의 한 생각을 천년인 듯 만년인 듯 껴안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가슴 벅찬 새 세상의 개벽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수행자의 깊은 사유를 통해서나 나올 법한 작가의 글들은 암자가 그 자체로 저잣거리 사람들을 위안하고 평정에 들도록 하는 존재임을 새삼 일깨운다. 더불어 책은 절이 수행자들의 공간에 머물지 않고, 깊은 사유의 결과물을 길어 올려 펼쳐 놓은 한 권의 시집이자 우리의 살아 있는 생활사임을 알려주기도 한다. 따라서 ‘암자로 가는 길’을 지팡이 삼아 오랜 세월 대중과 함께 살아온 암자를 찾아가다 보면, 영혼의 세탁소를 만난 듯 시나브로 심신의 고통을 치유하는 길에 들어선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만5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319호 / 2015년 1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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