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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부처님의 라훌라교육

아이들 마음에 없는 아빠 되찾기

한 초등학생이 길거리에서 자동차와 부딪쳤는데도 웬만하면 부모에게 숨기려 달아나 버린단다. 왜 그럴까? “다쳤다고 하면 엄마에게 혼나요”가 그 이유다. 여기에 아빠는 없다. 그리고 엄마의 관심은 무엇이기에 아이가 몸을 다쳐도 말을 못한단 말인가?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가정에 아빠가 빠지고 엄마가 책임을 맡고 있다. 하지만 가정이란 함께 거주하는 공동의 장, 그래서 교육도 엄마·아빠 역할이 각각 따로 있을 진데 아빠가 제외된 엄마의 관점에만 의지하고 있으니 부처님이 가르치신 중도(中道)를 벗어난 편파적 자녀교육이 아닌가 한다. 그런 점에서 부처님이 아들 라훌라에게 실천한 방법을 통해 아빠식 자녀교육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격려로 실수 위로해주는 자애
귀기울여 고민 들어주는 인내
부처님의 아빠식 자녀 교육법

요즈음 불교TV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붓다’에서 라훌라의 출가 전 유아기부터 어린 사미가 되어 부처님께 교육받는 장면들까지 구체적인 묘사가 있어 관심 있게 시청한바 있다. 라훌라의 일생이 궁금하던 중  그 시절 부처님과 라훌라의 소통방식이나 관계성을 유추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물론 이 드라마는 작가나 연출자의 상상이라는 픽션의 요소가 상당부분 개입되어 재미를 더해주었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뭔가 막연하게 상상하던 부분을 어느 정도 이미지화할 수 있는 영감을 받았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싯다르타 태자는 카필라국을 떠난 지 약 7년 만에 ‘성자 붓다’가 되어 고향을 찾는다. ‘숫타니파타 11’을 보자. “라훌라는 처음 만난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제게 유산을 주십시오’라고 청한다. 이에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라훌라의 출가를 맡겨 최초의 사미교육을 허락한다.” 이 장면을 ‘드라마 붓다’는 7년 만에 상봉한 부자지간의 가슴 찡한 감동의 만남으로 연출한다.

부처님의 시선을 받고 용기를 낸 라훌라는 부처님께 “제가 아버지라고 불러도 되나요?”라고 묻는다. 부처님은 무릎을 구부려 라훌라의 눈높이에 맞춘 후 연민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그럼, 아들”이라고 다정하게 말해준다. 이 말을 듣고 안심이 된 라훌라가 자신의 깊은 속내를 털어놓는다. “저를 잊으셨나요?” “내 아들 라훌라를 어찌 잊겠어!” 라훌라가 원하는 대답이 무엇인지 지혜로 감지하신 부처님의 자애로운 대답이다. 거룩하신 성자라기보다는 자비와 따뜻함이 충만한 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순간이다. 이를 단순히 픽션이라 간과하기 보다는 부처님의 인품으론 충분히 그랬으리라 짐작되는 부자지간의 만남이지 않는가?

‘맛지마니까야’ ‘라훌라를 가르친 경’에 부처님은 18세가 된 라훌라에게 오온과 마음챙김 명상을 교육한다. 오온을 통해 물질은 ‘나(我)’가 아니므로 집착할 것이 못 된다는 것을 호흡명상에서는 무상, 자비, 연민, 평정심 등을 체득하여 궁극적 진리를 깨닫도록 인도하는 가르침이다. 오늘의 부모가 실수나 사고로 부상을 입은 자녀를 위로하기는커녕 ‘엄마에게 혼날까봐’ 아픔을 숨긴다는 기현상은 욕망으로 평정심을 잃은 부모가 자녀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 어리석음의 결과다. 부처님이 라훌라에게 했던 교육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진리의 길, 깨우침의 교육이었다. 아버지로서의 무량한 자애와 이해로 라훌라의 교육을 이끌어간 ‘붓다의 자녀교육방법’은 티 없이 밝고 맑아 거룩함이 느껴진다. 이 시대가 원하는 아빠의 역할은 부처님처럼 자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여 지혜롭게 대처하며, 실수를 격려로 위로해주는 자애로움, 자녀의 고민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인내를 실천하는 데 있지 않을까?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20호 / 2015년 1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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