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힐링 아이콘 혜민 스님
이 시대 힐링 아이콘 혜민 스님
  • 정리=김규보 기자
  • 승인 2015.12.2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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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고 마음 돌이켜 행복한 세상 보라

▲ 혜민 스님은 부부간 공감과 배려가 곧 행복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운 봄날에 여러분을 뵙게 돼서 너무 행복합니다. 최근에 많은 분들이 저에게 고민 상담을 하시는데요, 지난주에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스님, 제가 첫아이를 낳았는데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우울해져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이분은 산후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던 겁니다. 제가 잘 모르겠어서 다른 분께 여쭤봤는데, 이렇게 대답해주셨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순간, 우울증에서 벗어난다”라고요. 생각지도 못했던 답이었지만 잘 생각해보면 중요한 가르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금 힘든 것은 그저 지나가는 구름일 뿐이라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여러분들, 힘들어도 조금만 더 힘을 내시면 좋겠습니다.

행복에 조건 만들어내는
마음 버릇이 문제로 작용

내 마음 닦아나가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법

열등감도 다른 관점을 통해
장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어떤 분이 또 저에게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남편만 바라보고 결혼을 했는데, 남편에게는 제가 첫 번째가 아니에요.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우선이에요.” 그렇게 2년을 힘들어하다 어느 순간 포기했더랍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자연스럽게 남편이 느끼는 자신의 순위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마치 모든 것들이 끝나버릴 것처럼 답답함을 느낄 수 있지만 영원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상황은 변하게 마련입니다. 상황이 영원불변하다고 여기는 것은 착각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상당히 높죠. 그래서인지 죽고 싶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런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것입니다. 좋지 못한 생각에 사로잡히면 전체가 그런 것처럼 느껴집니다. 내가 우울하다면 세상 모든 것들이 비관적으로 보입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떤 분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살하려고 옥상에 올라갔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 고민을 했더랍니다. 그 순간 전화가 와서 무심결에 받았는데 돈을 갚겠다는 말을 들어서 자살하지 않고 돈 받으러 갔다는 이야기입니다. 괴로운 생각에 빠지면 죽음까지 생각하는데, 그 생각 한번 돌이키면 죽겠다는 생각도 사라집니다. 내 머리에 올라오는 생각들이 다 사실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어제는 경남 밀양에 가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스님, 제 삶이 너무 초라해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누구나 살다보면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끼게 됩니다. 흔히 자신의 관점에서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생겨나는 감정입니다. 하지만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깊게 들여다보면 우리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아픔과 시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아가 나 자신보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도 많습니다. 항상 자신보다 나아 보이는 사람과 비교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나보다 불행한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지금 이 자리에 감사함을 느낄 것입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지금 상황을 잘 받아들일 수도 있고 못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 혜민 스님을 따라하는 참가자들.

사실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를 들어야 한다면 얼마든지 많은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세상에는 아직도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설령 사랑하는 아이가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고 해도 남편은 아직 나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 차리고 살아내야 합니다. 슬픔이 떠나지 않을 때는 스스로에게 애도의 시간을 허락해주세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이번에는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살다 보면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취업을 하려 해도 잘 안 되거나, 시댁과의 관계 속에서 힘들어할 때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자존감을 낮추는 가장 큰 요소는 내 안의 열등감입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95%가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열등감이 없는 5%가 비정상인 셈입니다. 이처럼 누구나 열등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일단 열등감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먼저입니다. 그 다음에는 열등감을 발현시키는 요소에 대해, 반대로 장점을 찾아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제 열등감은 작은 키입니다. 미국에서 생활할 때, 키 큰 친구들을 올려다보곤 했습니다. 열등감이 생겨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내 열등감은 작은 키”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런 다음 그것을 뒤집어서 장점을 찾아봤습니다. 키가 작으면 비행기를 타도 공간의 여유가 있죠.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 작은 키는 더 이상 열등감이 될 수 없었습니다.

돈이 없다는 열등감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안에 돈이 없으면 도둑 걱정할 일 없고, 누가 돈 빌려달라는 소리도 안 합니다. 재산상속 때문에 가정불화가 생겨날 일도 없습니다. 이렇게 마음 돌려보면 돈 없는 것도 장점이 됩니다. 어떤 관점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열등감이 될 수도 있고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장점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열등감이 생긴다면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말해보시길 바랍니다. “나의 열등감을 바탕으로 삼아서 나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나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내가 참 좋다”라는 말도 함께 말입니다.

문제는 내 마음의 버릇에 있습니다.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만들고 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만약 그 조건들이 모두 충족됐더라도 우리는 또 다른 조건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현재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마음의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면 극락정토에 있더라도 불행할 것입니다. 내 마음을 닦아나가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감사의 일기를 쓰시길 권합니다. 하루에 세 가지씩, 고마운 일도 좋고, 감사한 사람들도 좋고 한 달만 쓴다면 삶이 질적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내 마음을 돌이켜 세상을 다르게 보는 습관이 길러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부부들이 서로에게 지켜야 할 것들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저는 결혼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사람들에게 상담을 많이 해주다보니 몇 가지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것만 고치면 부부관계가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일단 아내가 남편에게 해주면 좋은 세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하루 빨리 포기하자’입니다. 아내는 남편을 내 입맛에 바꾸려 무던히 노력합니다만 남편은 결코 바뀌지 않습니다. 벗은 양말은 세탁기에 넣으라고 해도 넣지 않고 치약을 끝부분부터 짜라고 해도 중간부터 짭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 스스로가 포기하는 편이 훨씬 쉽습니다. 생각해보면 내 습관, 내 버릇도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결혼은 종합선물세트를 받는 것입니다. 받아서 포장을 벗겨보니까 마음에 드는 비싼 통조림이 있는가 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싸구려 식용유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종합선물세트를 버릴 순 없는 노릇입니다.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는 되도록 장점을 보려고 노력해 보시길 바랍니다. 친구들 만나서 남편 욕을 하지 말고 장점을 이야기해보세요. 그러면 그 장점이 점점 더 크게 느껴질 것입니다.

둘째, ‘아무리 속상해도 독설을 내뱉지 말자’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남자가 돼서 그런 것도 못해” “당신은 어떻게 남자가 돼서 능력도 없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라도 기분이 좋을 수 없습니다. 남편의 자존심을 갉아먹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말들이 거듭 쌓이면 남편은 어느 순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립니다. 일단 마음의 문이 닫히면 다시 열게 하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한 가지 부정적인 말을 들어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면,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서 다섯 가지 긍정적인 말을 들어야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아내들은 시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남편에게 풀려고 하는데, 남편의 마음이 좋을 수 없습니다. 내가 화난다고 불쑥불쑥 이야기하지 말자는 말입니다. 부부는 서로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합니다.

셋째, ‘큰누나의 마음을 일으켜 남편을 측은하게 여기자’ 입니다. 한국남자들 불쌍합니다. 일에 치여서 자기 삶이 없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까지 고생이 말도 못합니다. 그래서 아내는 ‘우리 남편 내가 밥이라도 안 해주면 어디 가서 얻어먹겠나’라는 마음을 내셔야 합니다. 분명, 남편도 아내를 서운하게 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아내는 남편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깊게 들여다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성장배경이 보입니다. 부모님이 사이가 좋지 못했다거나 가난하게 자랐다거나, 성장배경을 이해한다면 지금의 남편 모습도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결혼하기 전에는 여동생의 마음으로 살아도 되지만 결혼하면 반드시 큰누나의 마음으로 살아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남편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일에 직면했을 때, 아내와 상의를 하게 됩니다.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이죠. 하지만 아내가 큰누나의 마음을 내지 못하고 남편을 다그친다면 다시는 아내와 상의를 할 생각을 하지 않게 됩니다. 내 삶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인데도 마음속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상황입니까. 큰누나의 마음으로 아량을 넓게 해서 남편을 측은하게 여겨주시길 바랍니다.

▲ 봉은사 법왕루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이제 남편이 아내에게 해줘야 할 세 가지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첫째, ‘고부간의 갈등이 생기면 아내 편을 들자’ 입니다. 아이들의 정서가 불안한 것은 대부분 아내의 정서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정서를 안정시키기 위해 남편이 잘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시댁식구들과의 관계 때문에 아내가 힘들어한다면 남편이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줘야 합니다. 그럴 때 가정도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내를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둘째, ‘아내와 놀아주자’ 입니다. 돈만 벌어준다고 남편의 의무를 다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내와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한국남자들은 일에 치이다 보니 그것을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내는 혼자 노는 법을 터득해 나갑니다. 절에서 법문도 듣고 문화센터도 다니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도 합니다. 나름 바쁘게 사는 것이죠. 수십 년 동안 혼자 잘 놀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집에 들어앉게 되면 아내는 귀찮게 여기게 마련입니다. 그때 가서 푸대접 받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하세요. 우리 남편하고 노는 게 최고라는 생각을 갖도록 노력해보세요. 남편은 일을 자신의 정체성과 동일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일이 사라졌을 때 공허함으로 힘들어합니다. 그러지 말고 아내와 자식들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만들어 나가세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남편이요 아내입니다.

마지막 셋째, ‘아내의 말을 분석하지 말고 공감하자’ 입니다. 남편은 아내의 말을 자꾸 분석하려 합니다. 그러면 아내는 말을 건네고 싶지 않게 됩니다. 아내는 내 말을 분석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알아달라는 것, 공감해달라는 것이죠.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에도 귀찮아하지 않고 진심으로 듣고 공감해줄 때 부부관계의 행복은 시작됩니다.

현대사회는 예전과는 달리 정보가 너무 많아 사는 게 쉽지 않습니다. 몰라도 되는 것들,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어쩔 수 없이 알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며 스스로를 낮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 돌이키면 세상 모든 게 행복합니다. 저 역시 이처럼 따사로운 봄날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293호 / 2015년 5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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