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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초보부모

엄마도 아빠도 아이와 성장하는 육아초보

12월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한해의 마지막 달이라서 그런지 뭔가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약간은 조급증이 드는 그런 달이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에서 상처나 고통을 주지는 않았는지 반성하는 계기도 된다.

부모에게 완전히 의지하는 아이
부모들 나이도 20~30대에 불과
상대 말부터 경청하며 대화해야

우리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른 만큼 각자 자신의 가정을 꾸려가는 방법이나 자녀교육관도 여러모로 다를 수밖에 없다. “난 아빠(엄마)를 가장 존경하고 사랑해요”라고 자녀들이 말할 수 있는 가정은 평화롭고 따뜻함이 넘치는 행복한 가정이다. 그러나 어떤 가정은 그야말로 적을 대하듯 서로에 대한 미움과 증오가 가득하다. “쟤는 틀렸어, 난 아들 하나 없는 셈 치면 돼.” 아빠가 자녀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에서 더 이상의 평화나 행복은 없는 불행한 가정도 있다. ‘왜 이토록 서로를 저주하는 부모자녀관계가 되었을까?’ 부처님 말씀을 빌리자면 가장 큰 문제원인은 ‘어리석음(무지)’ 때문이다.

어린 시기는 부모에게 완전히 의지하여 생존을 한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부모역할은 그 어느 시기보다 중요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들의 나이는 몇 살인가? 겨우 20대 내지는 30대이다. 즉 남의 인생 그것도 어린 아기를 책임지고 잘 기르기엔 여러 가지로 미숙할 뿐 아니라 자기 한 몸 잘 살아가기도 버거운 ‘초보부모’들이다. 자식을 낳아 바른 인간으로 키워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런 때문인지 모든 인간은 자라면서 크든 작든 상처를 입으며 이 상처를 가슴에 안은 채 일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이 상처를 치유 받고자 하며 가능하면 성장기에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부모의 어루만짐과 위로를 받는 치유의 과정이 가장 필요하다. 그래야 자신감을 가지고 삶을 향한 도전을 할 수 있다. 부모의 마음이 따뜻하고 자애롭다면 양육방법이 좀 서툴더라도 마음의 상처를 위로받으며 극복해 갈 수 있다. 그러나 냉정하고 이기적이며 아집이 강한 부모에게서 성장하는 아이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지 못한다.

부처님은 이런 집단을 ‘불화합의 모임’이라고 이름 했다. ‘앙굿따라 니까야’를 보면 이렇게 나와있다.

“수행승들이여, 불화합의 모임이란 무엇인가? 그 모임 가운데 수행승들끼리 다툼이 생겨나고 논쟁을 일삼고, 서로 입에 칼을 물고 찌른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을 불화합의 모임이라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가정에서도 부부간 또는 부모자녀간의 다툼으로 상대를 향한 거친 말을 하는 것은 마치 칼로 찌르는 것과 같은 해를 끼친다고 부처님은 경고한 것이다. 

다툼은 불교적 가치관에서 보면 아수라세계의 모습이다. 아수라는 매우 이기적이어서 자기만 옳고 상대는 그르다고 비난하며 싸운다. 상대를 이해할 마음이 전혀 없다. 마찬가지로 부모가 자신만 옳고 자녀는 틀렸으니 무조건 부모 말에 따라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아수라에 비유되는 불통이다. 소통이 안 되는 가정은 갈등과 다툼이 많으며 서로를 괴롭힌다. 소통은 대화에서 시작된다. 내말을 하기보다 먼저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대화의 기본이다. 그러려면 내 자신의 그릇된 편견을 내려놓으면 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니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제 한해를 보내는 마지막 달에 그동안 자신의 어리석음과 성냄으로 인해 자녀에게 준 상처를 참회하며 초보부모의 실수를 만회하는 달이기를 기원한다.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24호 / 2015년 12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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