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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바람피운 애인

기자명 법륜 스님

제 친구는 이십대 후반으로,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웠다고 합니다. 그만 헤어지면 되지만 얼마 전부터 그 남자친구와 같이 사업을 시작해서 매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사업 때문에 큰 빚을 낸 상태라서 사업을 접을 수도 없다고 합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한 상담도 해주고 스님 책을 권해주었는데도 친구는 계속 괴로워합니다. 친구가 잘못될까 걱정도 되고 저도 힘이 듭니다. 제가 그 친구를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네가 괴롭겠구나” 하며
아픔 공감해주는게 최선
도울수 있다는 자만 경계
인생은 모두 ‘각자의 삶’
친구의 아픔 괴로워 말고
그냥 웃으면서 지켜보길 

애인이 딴 사람하고 바람을 피워 나를 배신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요즘시절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도 다른 여자, 다른 남자 만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혼하고 재혼해도 되는 시대에 결혼도 안 한 청춘들이 이 사람 저 사람 사귀는 것을 문제 삼으면 안 됩니다. 결혼 전까지는 이 사람도 만나고 저 사람도 만날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나는 이 사람이 좋으니까 결혼하기 전이라도 딴사람을 안 쳐다보겠다는 것은 나의 문제입니다. 상대에게는 그걸 요구할 수 없습니다. 윤리적으로도 안 맞고 법률적으로도 안 맞습니다. 남녀관계로는 마음이 맞지 않으니 그만두면 되고 동업자로서의 관계를 맺으면 됩니다. 애인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동업관계까지 끝내려고 하니까 잘 안 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옛날에 알고 있던 사람, 친하게 알던 사람이니까 동업관계가 훨씬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질문자는 그 친구에게 아무것도 도와줄 게 없습니다. 돈이 부족하다면 돈을 좀 지원해 준다든지 그런 것은 가능하지만 이런 문제는 도울 수가 없습니다. 전화가 오면 ‘아 그러냐, 그 친구 때문에 많이 괴롭구나’ 하고 전화 받으면 됩니다. 또 좋아졌다고 하면 ‘그렇구나’하고 받아주면 됩니다. 그 친구를 고치는 것은 부처님도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질문자는 친구가 괴로워하기 때문에 괴로운 게 아니고 내가 그 친구를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오만함 때문에 괴로운 것입니다.

이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다 안 됩니다. 맑았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비가 오고, 비가 오면 좋겠다 하는데 맑습니다. 따뜻하면 좋겠는데 춥고, 추우면 좋겠는데 따뜻합니다. ‘야외에서 일만명이 모이는 집회를 하기로 했으니 오늘 만큼은 제발 비가 오지 않게 해주십시오.’ 하고 빌어도 나의 생각과 상관없이 비는 올 때가 되면 옵니다. 그러니까 그런 걸 가지고 자꾸 논의하면 죽을 때까지 괴롭습니다.

이것이 나에게 아주 좋은 공부입니다. 내가 남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걸 확실히 깨달아야 합니다. 이 친구문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부모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고 아이를 낳아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만약에 내게 애인이 있다하더라도 나만 사랑했으면 좋겠는데, 딴 남자 쳐다봐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전에는 나 쳐다보더니 오늘은 딴 남자 쳐다보는구나.’ 이렇게 보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나만 쳐다보게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연구를 해야지 괴로워하는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그 친구에게는 첫째 이야기를 들어주고, 두 번째로 ‘아이고 그래서 네가 많이 힘들겠구나.’ 이렇게 해주면 됩니다. 인생은 다 각자 사는 것이기 때문에 옆에서 내가 들어주고 동조만 해주어도 세상은 엄청나게 좋아집니다. 그 사람의 고민을 간섭하고 내가 거기에 빠져들게 되면 괴로움 병에 전염됩니다. 그러면 나만 손해입니다. 외면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거기에 내가 말려 들어가면 내 인생이 괴롭기 시작해서 온 세상 온 동네 걱정을 내가 다 짊어지게 됩니다. 악몽을 꾸고 괴로워하는 사람의 잠꼬대를 듣고 같이 괴로워하면 바보입니다. 그러니 아직 젊은 사람이 그런데 말려들지 말고 웃으면서 지켜보면 됩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1324호 / 2015년 12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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