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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절차 없고 창건주 권한 박탈 가능한 ‘절대권력’

  • 교계
  • 입력 2016.01.11 12:09
  • 수정 2016.01.11 12:53
  • 댓글 8

[탐사보도] 무소불위 선학원 이사회-1. 분원 옭아매는 독소규정

선학원상대 소송 징계대상
견제·이의제기 제도 없어
재판부가 창건주 인정해도
이사장은 분원장 임명거부
조계종 승적 포기도 요구

조계종에서 이탈 수순을 밟고 있는 선학원 이사회(이사장 법진 스님)가 정관과 분원관리규정을 통해 소속 분원장들을 옭아매고 있다. 특히 재단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경우 창건주 권한이 박탈되거나 분원장에서 해임되는 등 각종 권리를 제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정관 및 분원관리규정에는 이사회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조차 없어 “무소불위 이사회”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법보신문이 최근 입수한 선학원 정관에는 개별사찰을 창건한 스님은 제자에게 창건주 권한을 영구히 상속할 수 있고 분원장 추천에 관한 권리도 보장받는다. 그러나 정관 제20조 4항에서 ‘분원장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거나 부정한 행위가 발견된 때에는 감사로 하여금 조사케 하여 감사 결과에 따라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이를 해임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직무수행을 못하거나 부정한 행위’에 대한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자의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관에는 또 ‘분원장 유고 및 기타 이유로 분원의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이사장이 해당 분원의 분원장을 겸직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역시 구체인 내용이 없어 분원장들이 권리를 침해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분원관리규정’은 한 발 더 나아가 정관에 따라 영구히 보장한다는 창건주 권한까지 박탈할 수 있다. 분원관리규정 제9조에 따르면 이사회는 재단에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거나, 재단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면 창건주 권한을 박탈할 수 있다. 그러나 정관과 분원관리규정에는 이사회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절차나 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분원장들이 상황에 따라 자신의 억울함을 사회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사회법에 판결을 요구할 경우 분원관리규정을 어기게 돼 창건주 권한을 상실하거나 분원장에서 해임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렇다보니 이사회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자체가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게 선학원 소속 분원장 스님들의 설명이다. 실제 선학원 한 이사는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에 참여한 소속 분원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소송비용을 청구할 수 있고, 징계도 가능하다”는 취지의 엄포를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률전문가들은 선학원 정관과 분원관리규정은 보편적인 법 상식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불교계 내부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선학원은 정관 제21조에서 창건주 권리를 절대적으로 보장한다고 하면서 창건주 권리 제한, 유보, 상실, 박탈 등에 관한 제한이나 하위 시행세칙에 대한 유보조항을 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분원관리규정 제9조를 두어 재단에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경우나 재단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경우, 정관 및 기타 규정을 위반한 경우 창건주 권한을 상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특히 창건주 권한 상실 규정은 포괄적이고 모호한 개념으로 명확성과 예측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포괄위임입법 금지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은 규정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을 때 창건주 권한을 상실시키지 않는다”며 “소송 제기의 경위와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선학원 이사회의 전횡은 서울 우이동 보광사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4년 입적한 전 선학원 이사장 정일 스님은 보광사 창건주 권한을 상좌인 현중 스님에게 승계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정일 스님의 유지를 거부하고 보광사를 사고사찰로 지정했다. 이에 현중 스님은 재판부에 이의를 신청, 4년여의 법적다툼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창건주 권한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은 지금까지 현중 스님의 분원장 임명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은사스님의 뜻에 따라 창건주 권한을 승계해 달라는 한 스님에게 선학원 관계자가 조계종 승적 포기각서와 조계종에서 발급한 제적증명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분원 스님은 법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스님에게 승적을 포기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최근 선학원으로부터 조계종 승적을 상실했다는 제적증명원 없이는 창건주 권한을 승계해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절을 뺏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정관에 따라 창건주 스님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종환 ‘선학원의 미래를 생각하는 분원장 모임’ 사무국장은 “이사회에 부여된 권한은 분원의 행정적 편의를 위해 위임받은 것이지 분원 위에 군림하기 위한 게 아니다”며 “선학원 이사회는 정관과 분원관리규정에 따른 불이익을 감내하면서 60여 분원장들이 선미모에 동참한 이유를 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법보신문은 정관 및 분원관리규정, 전해진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선학원 총무이사 송운 스님과 교무이사 한북 스님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답변을 거부했다. 송운 스님은 “회의 중이니 다음에 통화하자”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고, 한북 스님은 “법보신문의 취재는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27호 / 2016년 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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