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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가정의 화합

정기적인 가족회의 소통과 사랑의 학습장

“또 외출이야? 오늘은 모처럼 우리 가족이 함께 가족모임을 가졌으면 하는데.” “전 빠질게요.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안돼요.”

이해하고 돕는 ‘한팀’이 곧 가족
1주일에 한 번씩 구성원간 회의
사회 상식과 덕목 배우는 연습

희영(중1)이는 친구를 좋아해서 항상 또래친구들과 있기를 원한다. 어쩌다 집에 있는 날이면 가족은 안중에도 없는 듯 주로 친구들과 카카오톡에 몰입하곤 한다. 이런 광경이 어디 희영이네 집만의 일이겠는가? 10대의 이런 태도는 여느 가정에서도 흔히 목격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부모로서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가정의 행복을 원하는 부모로서 무력감을 느끼며 아이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 지 난감하고 멍해진다. 청소년들 입장은 어떨까? “집에 있으면 엄마의 감시와 잔소리 때문에 피곤해요, 서로 통하는 친구들끼리 모여 수다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을 뿐예요.”

가정의 이런 문제에 대해 부처님은 이미 다양한 설법으로 해결방안을 가르쳐준 바 있다. 그러나 부모들은 귀 기울이지 않으며 실생활에 적용하려는 노력도 안할 뿐이다. ‘앙굿따라 니까야’에는 승단의 화합을 위해 승가 구성원들이 취해야 할 태도와 그 공덕이 잘 묘사되어 있다.

“수행승들이여, 어떤 것이 화합의 모임인가? 그 모임 가운데 수행승들이 화합하고 친절하고 다투지 않고 우유와 물처럼 융화하며 서로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지내는 이것을 화합의 모임이라 한다. 수행승들은 이러한 때에 많은 공덕을 낳고 청정한 삶, 즉 기쁨에 의한 해탈로 희열이 생겨난다. 정신적으로 희열이 생겨나면 몸이 안정되고, 몸이 안정되면 행복을 경험하고 행복한 자의 마음이 한곳으로 모인다.”

부처님은 화합하는 곳에 공덕도 따른다는 의미 깊은 말씀과 더불어 우유와 물의 융화를 비유하여 화합을 설명했다. 우유(자녀)는 물(부모)의 작용으로 드러난 또 다른 모습일 뿐 본질은 다르지 않다. 부모 또한 자녀의 겉모습만 보고 나와 다르다고 비난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본질에 입각한 이해로 융화를 이루어야 한다. 가족이 화합하면 삶이 청정하고 안정돼 각자가 지닌 능력과 지혜도 충분히 일깨우게 된다. 이때의 보너스로 기쁨과 행복이 주어지니 이보다 더 큰 공덕이 어디 있겠는가?

가정의 화합을 다지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가족회의가 있다. 가족회의란 가족이 일주일에 한번 정기적으로 모여 그동안의 경험을 서로 이야기하고 격려도 하며 고민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모임이다. 물론 가족회의의 필요성에 대해 의아해 하는 부모도 있다. “왜 가족회의를 하지? 우리는 이미 매일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는데! 회의는 무슨 단체에서나 하는 것이지 가정에서 무슨 필요가 있을까? 내가 자랄 때 우리 집은 회의를 해 본적이 없어!”가 그 이유다.

그러나 가족회의를 통해 가족구성원들이 얻는 유익함은 여러 가지가 있다. ①좋은 감정을 공유할 기회를 갖는다. ②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준다. ③가족은 서로 돕는 한 ‘팀’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④자녀에게 존중감과 문제해결 방법을 가르친다. ⑤부모의 폭력과 거친 언어 사용이 감소한다. ⑥자녀는 자신의 의견이 경청되고 또 사랑받고 있음을 깨닫는 기회가 된다. 게다가 가족회의는 화합은 물론 자녀로 하여금 말하기 듣기 규칙준수와 같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상식과 덕목을 배우는 연습장이며 논리적 사고를 배양하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점을 감안한다면 가족회의를 정례화하여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현명하며 아마 논술학원에서 배우는 효과 이상의 사고력도 증장시키리라 믿는다.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27호 / 2016년 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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