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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왜 관경인가

정토신앙 핵심 아우른 입문서
간결한 아미타경 보완한 경전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자. 그러면 극락에 갈 수 있다.’ 이렇게 말씀하는 것이 곧 정토신앙입니다. 이 이상 달리 더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를 해주시는 경전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단 세 가지 경전만을 뽑아서, 흔히 ‘정토삼부경’이라 말합니다. ‘무량수경’ ‘관경(관무량수경)’ 그리고 ‘아미타경’입니다. 이 세 가지 경전을 뽑아서 ‘정토삼부경’이라 이름붙인 분은 호넨(法然, 1133~ 1212) 스님입니다.

스스로 믿을 뿐만 아니라
믿게 하는 것이 정토신앙
신란스님 ‘교행신증’ 지어
다른 사람에게 정토 전파

정토신앙의 근본이 되는 경전은 바로 이 ‘정토삼부경’입니다. 그래서 호넨 스님의 제자 신란(親鸞, 1173~1262) 스님은 이렇게 발원을 했습니다. “‘정토삼부경’을 1000독 하겠습니다.” 1000번 읽으려고 매일같이 읽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깨닫게 됩니다. “아, ‘정토삼부경’의 가르침이 결국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라는 것 아닌가. ‘나무아미타불’만 외면 될 것을, 왜 나는 ‘정토삼부경’만 읽고 있지.” 그리고 1000독 읽기를 그만두고 ‘나무아미타불’만 외게 되셨다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잇펜(一遍, 1239~1289) 스님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스님은 왕생하시기 7일 전에 평소 기록하셨던 모든 글들을 마당에 다 모아놓고 불을 지릅니다. 이 사건이 곧 ‘잇펜 스님의 분서(焚書)’입니다. 그래서 잇펜 스님의 저술은 현재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남아있다고 해도, 후에 제자들이 다시 기억을 재생하여 “여시아문(如是我聞,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이라 한 것들뿐입니다. 잇펜 스님은 왜 그렇게 했을까요  ‘나무아미타불’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이 ‘나무아미타불’의 무게는 팔만대장경 모두의 무게와 함께 달아보더라도 결코 저울의 추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내려가면 내려가지. 왜냐하면 ‘나무아미타불’만 있다면 다른 경전들이 다 사라졌다 하더라도 다시 되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전들은 부처님 말씀이 아닙니까. ‘나무아미타불’만 있으면 다시 부처님이 출현하실 것이고, 그 부처님이 다시 팔만대장경을 토해놓으실 것입니다. 자, 이리하여 우리는 ‘나무아미타불’을 염하는 것이 가장 긴요한 일임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정토삼부경’도 다 읽지 않고, 1000독의 독송을 그만 두고서 염불하겠다고 했던 신란 스님은 50대 중반이 지나면서는 수십년을 투자하여 대작(magnum opus) ‘교행신증(敎行信證)’을 씁니다. ‘정토삼부경’만이 아니라 팔만대장경 전체로부터 정토신앙을 뒷받침해 줄 말씀을 가려 뽑아서 모으고, 거기에 적절한 자기생각을 덧보태고 있습니다. 총 6권(현재 저는 2권 중간쯤까지 번역하였습니다) 입니다. 신란 스님은 왜 그랬을까요  ‘나무아미타불’만 있으면 되는데, 왜 굳이 그 고생을 해가면서 ‘교행신증’을 지었을까요  바로 다른 사람들에게 정토신앙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정토신앙은 스스로 믿을 뿐만 아니라 남에게 믿게 하는 것(自信敎人信)입니다.

제가 지금 여러분들에게 ‘관경문사록’을 말씀드리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나무아미타불’만 있으면 되고, ‘나무아미타불’만 믿으면 되지만 그런 마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정토 말씀들을 우선 많이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깊이 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문법(聞法)입니다. 그 대상은 우선 ‘정토삼부경’이 되어야 합니다. 셋 중에 하나만 없어도, 정토신앙의 전모는 다 드러나지 않습니다.

삼부경 중에서 가장 간단한 것은 ‘아미타경’입니다. 그래서 가장 많이 읽혔습니다. 하지만 너무 간단해서 소경(小經)이라 하는데 정토신앙의 역사까지 다 드러내기에는 좀 어렵습니다. 정토신앙의 입문서로는 약점이 없지 않습니다. 그 반면에 대경(大經)은 너무 방대합니다. 2권이나 됩니다. 그에 비하면 ‘관경’은 1권입니다. 양은 비교적 간명하지만 내용은 정토신앙의 역사와 핵심을 다 아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관경’ 하나를 통해 ‘정토삼부경’ 전체, 정토신앙 전체를 말씀드리는 전략을 선택한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김호성 동국대 교수 karuna33@dongguk.edu
 

[1327호 / 2016년 1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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