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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승적 버려야 창건주 승계라니”

  • 교계
  • 입력 2016.01.15 23:28
  • 수정 2016.01.18 12:41
  • 댓글 17

[탐사보도] 무소불위 선학원 이사회-2. 가혹한 요구와 불이익

▲ 서울 수안사 묘담 스님은 “창건주 권한 승계를 위해 안내받은 내용에 따라 필요한 서류를 모두 접수했다. 그렇지만 왜 승적까지 포기해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계종 승적을 상실했다는 제적증명원을 제출하지 않으면 절을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창건주인 은사스님이 요청해도, 은사스님의 뜻이라는 공증을 해와도 상좌인 저에게는 절대로 줄 수 없고 권한을 문중에 넘기겠다고 합니다. 선학원이 수안사를 일구는데 무슨 도움을 주었길래 승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줄 수 없다고 하고, 문중을 반목시키려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창건주 요구·서류 갖춰도
제적확인서 없으면 불가
수안사 “재단 수용 못하면
조계종 등록케 도와줘야”
충북선 승적포기 문제로
스승·제자 인연 끊기도

1월13일 만난 서울 미아동 수안사 묘담 스님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년간 창건주 권한을 승계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선학원(이사장 법진 스님) 관계자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은 “조계종 승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창건주 권한을 승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안내받은 내용에 따라 필요한 서류를 모두 접수했는데 왜 승적까지 포기해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안사는 은사인 근성 스님과 상좌인 묘담 스님이 일군 사찰이다. 30여 전 출가한 묘담 스님은 은사 근성 스님과 함께 서울 강북구 달동네에 무허가법당을 짓고 포교활동을 시작했다. 궁핍한 생활이었지만 절을 찾는 불자들의 발길이 조금씩 늘어나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모르고 기도·정진에만 매진했다. 근성 스님이 포교불사에 힘을 쏟는 동안 절집 살림은 온전히 묘담 스님의 몫이었다. 때에 따라서는 다른 절 부전생활을 하면서까지 묘담 스님은 은사 근성 스님을 살뜰히 모셨다.

그러던 1997년 292㎡ 규모의 현 수안사 부지를 마련하고 2010년 2층 법당을 완공했다. 30여년간 동전 하나 허투루 쓰지 않고 아낀 노력의 결과였다. 당초 묘담 스님은 수안사를 조계종에 등록하고자 했다. 그러나 수덕사 문중인 근성 스님이 문중의 어른인 만공 스님이 세운 선학원으로 등록하기를 원해 직접 관련 서류를 챙겨 수안사를 선학원에 등록시켰다.

문제는 근성 스님이 병환으로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불거졌다. 은사스님의 뜻에 따라 창건주 권한 승계절차를 확인하기 위해 선학원 사무처를 찾은 묘담 스님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계종 제적증명원을 제출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1월5일 “제적증명원이 없으면 수안사 창건주 권한을 승계할 수 없고, 창건주 입적 후에는 규정에 따라 문중에 창건주 권한을 승계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묘담 스님은 “수안사는 은사 근성 스님과 상좌인 저 그리고 손상좌 묘희 스님 3대가 함께 일궈낸 도량”이라며 “수안사 사유화 의도가 아니라면 규정에도 없는 내용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스님에게 승적을 포기하라는 것은 부처님 외에는 할 수 없는 말”이라며 “오히려 선학원은 재단의 방침에 반대하는 수안사 대중의 뜻을 존중해 수안사를 조계종에 등록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은사스님과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선학원 이사회가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면 맥없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선학원이 창건주 권한 승계를 두고 조계종 승적포기를 요구한 사례는 묘담 스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충북 A사찰의 경우 선학원의 조계종 승적포기 요구에 스승과 제자가 인연을 끊는 이연(離緣)까지 발생했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A사찰 창건주 스님은 손상좌에게 창건주 권한이 승계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선학원은 창건주 스님에게 권한 승계를 위해서는 승계 받는 대상자가 조계종 승적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창건주 스님은 손상좌에게 승적 포기를 요구했지만, 손상좌는 승적포기 만큼은 따를 수 없다면서 간곡히 거절했다. 그럼에도 창건주 스님은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손상좌는 은사스님과 논의해 이연에 합의했다.

충남의 B사찰 분원장 스님은 요즈음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최근 사찰 인근서 재개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유권이 선학원에 있다보니 재개발 논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선학원의 위임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스님은 위임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지역 분원장회의를 비롯해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불사 등 선학원 이사회가 추진하는 일에 협조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스님은 “재개발이 추진될 경우 종교용지를 구입해 절을 세우던지,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데 토지보상 비용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더욱이 부동산 처분금액은 전액 선학원 통장에 예치되고, 10%를 재단발전금액으로 기부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분원은 겨울철 난방과 관련한 불사를 진행하는데 이사회가 제때 승인을 해주지 않아 몇 주간 냉골에서 지냈다”며 “재산권이 선학원에 있어 불안한 데다가 불편함까지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한편 선학원 이사회는 승적포기 요구와 관련해 조계종과의 ‘이사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내부적 결속을 위해 창건주 지위 승계시 권한을 승계받고자 하는 승려에 한해 조계종에 제적원을 제출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28호 / 2016년 1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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