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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머니를 살해한 왕은 없습니다

어머니 살해하려 하는 아사세에 두 충신, 목숨을 걸고 간언하다

패륜아 아사세는 부왕을 가두어 놓고, 굶기면 죽을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죽었겠지’ 했습니다.

“그때 아사세 왕은 감옥의 수문장에게 물어보았다. ‘부왕이 아직 살아 있느냐?’ 수문장이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대부인(=위제희)께서 몸에 소밀을 바르시고 영락에는 우유와 꿀을 섞은 음료수를 담아서 부왕에게 올렸습니다. 그리고 사문 목련 및 부루나 존자가 허공을 날아와서 부왕을 위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해 주었는데, 차마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구금한 아버지 어머니가 돕자
분노로 어머니 죽이려던 아들
신하 월광·기파가 나서 만류
설득 끝에 칼 집어넣고 물러나

아사세의 기대는 보기 좋게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덕 있는 자는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라고 했던 공자님 말씀처럼, 부왕에게는 헌신적인 아내인 왕비가 있었고, 믿고 의지하던 부처님이 계셨고, 평소 교분이 있었던 목련과 부루나 존자와 같은 좋은 선지식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평소 덕을 쌓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들로서는 더욱더 화가 났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진일보한 악행을 저지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때 아사세는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 어머니의 행위에 대해서 화가 나서 말했다. ‘우리 어머니가 내게는 도적이구나. 도적과 함께 작당을 했고, 사문행세를 하는 악인들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주술을 써서는 이 악왕을 여러 날 동안이나 죽지 않게 살려두었다니….’”

전도몽상(顚倒夢想)의 전형적 형태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볼 때, 진정한 도적(賊)은 아사세입니다. 하지만 지금 아사세는 가치관이 전도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을 거꾸로 보고, 거꾸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문들, 부처님의 제자들이 악인으로 보입니다. 진정한 악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 자신인데 말입니다. 목련과 부루나 존자와 같은 부처님 제자들이 부왕에게 해주신 말씀은 지극히 정상적인 진리의 말씀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눈에는 그것이 혹세무민하는 환술이나 주술로 보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전도몽상으로부터 벗어난다면, 그것이 바로 궁극의 열반이라고 ‘반야심경’은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정말 그렇습니다.

실로 전도몽상은 또 다른 악업을 꿈꾸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 눈으로 전도몽상의 극한, 또 다른 악업의 극한을 볼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아사세는 “날카로운 칼을 들고서 그의 어머니를 살해하려합니다.” 절체절명의 상황입니다. 어머니는 그 아들에게 죽을 위기에 처해 있고, 아들은 그 어머니를 죽이는 오역죄(五逆罪)를 범하려는 순간에 놓이게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 궁정에는 아직 부왕이 임명했던 몇몇 어진 신하들이 있습니다. 어질다는 것은 성격이 자비롭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대비심(大悲心)은 직심(直心)의 땅 위에 피어나는 꽃입니다. 정직하고 충직하다는 것 역시 의미합니다. 두 명의 신하가 목숨을 걸고 직간(直諫)하였습니다.

“그때 총명하고 지혜로운 월광(月光)이라는 신하와 기파(耆婆)가 왕에게 예를 드리고 나서 아뢰었다. ‘신이 베다(Veda)의 가르침을 들어보니, 이 세상이 만들어진 시초(劫初) 이래로 왕위를 탐하여 그 아버지를 살해한 악한 왕은 1만8000이나 된다고 했습니다만, 아직 무도(無道)하게도 그 어머니를 살해한 왕의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어머니를 해치고자 하는 아사세의 무도함을 멈추게 하려는 신하들의 전략은 오랜 역사와 전통의 힘으로써 왕을 말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베다’는 바라문교의 가장 오래되고도 가장 권위 있는 경전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이 책이 갖는 권위는 막강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베다’에는 이 세상이 생겼다가 다시 사라졌다가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자연의 일이 아니라, 인위의 일로 그렇게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도리를 잘 지키면, 이 세상은 유지가 됩니다. 여기서 ‘도리’라는 말이나, ‘유지’라는 말이나 다 산스크리트로는 ‘다르마(dharma)’입니다. 그러므로 ‘무도하게’라고 할 때의 무도는 산스크리트로는 ‘아다르마(adharma)’입니다. 접두어 ‘아(a)’는 ‘아니다(無/不)’라는 의미가 있는 말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왕위를 탐내는 아들이 부왕을 죽인 사례는 우리 역사에서도 수없이 들었습니다만, 왕위를 뺏고자 그 어머니를 죽인 사례는 일찍이 저로서도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어머니가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또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한번도 한몸인 적이 없지만, 어머니와 아들은 원래 한몸이었기 때문입니다.

신하들의 간언은 더 이어집니다. 확실히 아사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입니다. “왕이 지금 이렇게 반역의 마음으로 어머니를 살해하는 것은 크샤트리야(kshatriya, 왕족 무사) 계급을 더럽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신들로서도 차마 이러한 불가촉천민(Chandala)이나 하는 짓을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우리들은 더 이상 이곳에 더 머물 수 없습니다.”

신하들은 ‘결정적 한방’을 놓습니다. 인도는 카스트(계급)사회입니다. 그 계급 안에서 ‘왕따’가 되면 안 됩니다. “지금 아사세 당신이 하는 일은 당신의 계급을 욕보이는 짓이다. 왕족, 무사계급은 얼마나 명예로운 계급인가. 그런데 지금 당신은 그 명예를 더럽히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저 ‘불가촉천민’이나 하는 짓이다. 감히 그런 짓을 하는 당신을 우리는 더 이상 모실 수 없다”라는 최후통첩입니다. 신하들로서는 폭군 앞에 가히 목숨을 걸고서 간언한 것입니다.

이러한 충직한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위제희 부인은 죽었을 것이고 아사세는 만고의 역적이 되었을 것입니다. 왕위를 위해서 최초로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불명예를 안고 말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두 대신은 이러한 말을 다 하고나서는 손으로 칼을 쥐고서는 물러났습니다.” 아사세가 그 어머니를 해치려고 집어 들었던 칼을 빼앗아서 뒤로 물러난 것입니다. 이제 절체절명의 위기로부터 벗어났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김호성 동국대 교수 karuna33@dongguk.edu


[1329호 / 2016년 1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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