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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의 빛 찾아 자비의 품서 편히 잠드소서”

  • 교계
  • 입력 2016.01.30 13:46
  • 수정 2016.02.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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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협, 조세이탄광 수몰희생자 위령재 봉행

▲ "흰국화 한 송이 띄웁니다. 차디찬 바다 밑 말고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한국불교종단협 스님들이 애도의 마음을 담아 하얀 국화를 바다에 던지고 있다.
“차디찬 바다 밑 막장에서 고된 노동과 배고픔, 가슴깊이 사무치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갱도의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원한, 이제는 부처님 전에 모든 것 용서하시고 극락왕생하시길 간절히 발원하나이다.”

1월30일, 일본 우베시 현장서
유가족 비롯해 100여명 동참
극락왕생 기원·유해발굴 촉구
“추모재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돼 해저탄광에서 일하다 수몰사고로 희생된 한국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자승 스님)는 1월30일 일본 야마구찌현 우베시 조세이(長生)탄광 추모비 일원에서 ‘일제강점기 조세이탄광 강제동원 조선인 수몰희생자 위령재’를 봉행했다.

▲ 위령재에는 종단협 회장 자승 스님과 부회장 춘광 스님, 회정 정사 등 회원 종단 대표자들과 서장은 주히로시마 총영사, 유가족,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동참했다.
위령재에는 종단협 회장 자승 스님과 부회장 춘광 스님, 회정 정사 등 회원 종단 대표자들과 서장은 주히로시마 총영사, 유가족,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동참했다. 조세이탄광은 일본 야마구찌현 우베시에 있는 해저탄광으로 1942년 2월3일 갱도붕괴로 183명이 사망했다. 희생자 가운데 136명은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된 조선인 징용자들이었으며, 47명은 조선인 노동자들을 감독하던 일본인 감시인이었다.

그러나 일제와 탄광회사는 태평양전쟁 발발 초기 국민적 사기저하를 이유로 사고사실을 숨기고 현장을 봉쇄했다. 이에 조세이탄광 사고는 세간에 감춰진 역사였으나 1991년 양심적인 일본인들이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조세이역사모임)을 결성하고 일본이 숨긴 과거사를 외부에 전하면서 전모가 알려졌다.

▲ 참석자들은 조세이탄광의 존재를 증명하는 피아(환기와 배수를 위해 설치한 둥근 콘크리트 구조물) 해변에서 헌화하고 추모광장으로 이동해 추모재를 봉행했다.
참석자들은 조세이탄광의 존재를 증명하는 피아(환기와 배수를 위해 설치한 둥근 콘크리트 구조물) 해변에서 헌화하고 추모광장으로 이동해 추모재를 봉행했다. 추모재는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을 시작으로 유족과 조세이역사모임 대표 인사말, 회장 자승 스님 추모사, 천도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종단협 회장 자승 스님은 추모사에서 “1942년 2월3일 이후, 74년이 흐른 지금도 갱도에 육신을 뉘인 채 구중을 떠돌고 계실 고인들의 비통함과 억울함은 가히 짐작키 어렵다”며 “한국불교 대표단은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고 역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깊은 상처를 온전하게 치유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진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힘을 갖고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조세이역사모임 관계자들과 양심있는 우베시민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인류 역사에 다시는 이런 비극이 거듭되지 않도록, 뭇 생명이 안온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종교인의 책무를 다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서장은 주히로시마 총영사는 “작년 히로시마 원폭희생자 위령제에 이어 먼 길 마다않고 우베까지 와주신 종단협 스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오늘 이 뜻 깊은 위령재를 통해 부처님의 원력으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영혼들이 안식을 거둘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추모했다.

이어 동환, 무비, 지훈, 정묵 스님의 천도의식이 이어졌으며 참석자들은 합장한 채 조세이탄광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 "아버자!!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찬 바다를 향해 부르짖는 아들의 사부곡이 잦아들었다. 애절했다. 스님들의 장엄한 천도의식과 함께 동참대중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발원문이 봉독되자 조세이탄광 수몰사고 유가족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 이제 편안히 잠드십시오. 비록 고향의 따뜻한 언덕은 아니라도 그 긴 세월을 내려놓고, 이제는 편히 잠드십시오. 부처님의 공덕으로 해탈의 밝은 빛 찾아 자비의 품에 들게 되기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스님들의 장엄한 천도의식과 함께 동참대중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발원문이 봉독되자 조세이탄광 수몰사고 유가족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와 함께 유해 발굴을 위한 한일양국 정부의 노력을 호소했다.

김형수 장생탄광희생자대한민국유족회 회장은 “일본 전쟁의 노예가 되어 강제노동으로 조세이탄광에서 석탄을 캐다가 바다에 수장돼 74년의 세월을 차디찬 바다 진흙 속에 계시는 할아버지, 아버지들을 위해 천도재를 지내 주시니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우리 유족들이 간절한 바람은 할아버지, 아버지 유골을 발굴해 고국 땅에 안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증명하는 피아와 바다 위에 떠있는 하얀 국화.
1993년부터 유가족들을 초청해 추모제사를 지내고 있는 조세이역사모임 이노우에 요코 역사모임 공동대표도 “조세이탄광의 유골수습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한국정부의 협력 속에 양국의 공동사업으로 완수되기를 바란다”며 “도코나미 바다 깊은 곳에 잠들어 계신 183명의 유골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추모재는 수몰 희생자들을 위한 ‘나무아미타불’ 장엄염불과 사홍서원을 끝으로 회향했다. 종단협 사무총장 월도 스님은 “조세이탄광 희생자들을 위한 천도재가 처음 봉행된 만큼 뜻있는 분들의 의지를 모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과거사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밝히는 일은 한일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일본정부의 전향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우베=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31호 / 2016년 2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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