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묘관음사 주지 서강 스님이 선학원 이사회(이사장 법진 스님)를 향해 “조계종과의 결별 여부는 전체 분원장들의 뜻을 물어 결정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묘관음사는 향곡, 성철 스님이 정진했던 수행처로 서강 스님은 향곡 스님의 손상좌다.
서강 스님은 2월1일 긴급제안을 통해 “조계종 총무원과 선학원 이사진의 지루하고도 불편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더 이상의 침묵은 두 집단이 벌이는 훼불행위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며 “재단법인은 민법에서 재산에 법인격을 부여한 것인 만큼 따로 승려증 발급 운운하는 이른바 재단법인의 종단식 운영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조계종과의 이탈 수순을 밟으면서 종단으로서의 역할까지 추진 중인 선학원 이사회를 비판했다.
스님은 이어 “선학원 임원진이 멸빈이라는 결과를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승려증 발급 안내문을 띄우는 일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종단의 역할을 원한다면 ‘대한불교조계종선학원’, ‘대한불교임제종’ 등의 이름으로 종단을 창종한 후 해도 될 일을 왜 그리 성급하게 시도하는지 그 의도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특히 선학원이 조계종에서 이탈해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면 그 이전에 반드시 전체 분원장들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우리는 대의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 따라서 분종이냐 존속이냐를 묻는 전체 분원장회의를 소집해 분원장들의 뜻을 물어야 한다”며 “그 결과 과반수를 넘는 압도적 다수가 분원을 원한다면 미련 없이 탈종해 새로운 종단과 집행부를 구성하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현 이사진은 전원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서강 스님은 “선사들께서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이 사태를 꿈에서라도 생각이나 하셨겠냐”며 “가탄가비(可歎可悲), 가히 탄식하고 가히 슬퍼할 일”이라고 성토했다.
한편 서강 스님은 이번 긴급제안에서 조계종이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계승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선학원 재산이 조계종 재산의 출연으로 형성됐다는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계종 관계자는 “선학원은 조계종단의 주요 사찰들이 선풍진작 등을 목적으로 재원을 출연해 설립한 재단법인”이라며 “출연 사찰들은 조계종 출범 이후 조계종으로 귀속된 만큼 선학원 설립주체는 조계종”이라고 지적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31호 / 2016년 2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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