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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원이사회, 왜 분원장스님들 궁지로 내모나”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16.02.19 17:59
  • 수정 2016.02.22 13:59
  • 댓글 6

[특별기고] 혜욱 스님 전국비구니회 선학원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조계종과 무관한 법인이라면 선학원에 사찰 등록 안해
비구니스님 한 목소리로 선학원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전국비구니회(회장 육문스님) 선학원대책위원회(위원장 효경 스님)가 2월19일 본지에 특별기고를 통해 선학원의 탈조계종 행보에 대한 비판과 함께 선학원 등록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에 대한 의지처를 천명했다. 특히 ‘비구니 스님들의 뜻을 모아 이번 사태 해결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 본지에서는 전국비구니회 선학원대책위원회의 특별기고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 혜욱 스님(전국비구니회 선학원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지금 우리 한국 비구니승가는 ‘선학원-조계종단’ 갈등문제로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종단에서 해결해 주겠지, 그러다가 말겠지 하고 안일한 마음으로, 조금은 무관심한 태도로 관망하던 사이, 어느 결엔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할 수도 있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선학원-종단’의 갈등이 문제가 되었을 때, 선학원의 창건주·분원장스님들의 고충은 주로 종단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장학금 혜택은 고사하고 종단 교육기관이나 선방에 입방할 수 없거나, 수계를 해 주지 않아 권속이나 도반스님들 명의로 상좌를 수계하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선학원에 등록된 선방은 방부드리는 수좌스님들이 없어 선방이 폐쇄될 지경에 이른 경우도 있었고, 선학원사찰의 소임은 승가고시에 소임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법당 일을 도와줄 부전스님조차 구하지 못해 애태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 조치의 부당함을 인식하고 종단에서 선학원 스님들에 대한 제한조치를 해제하였다 하니 때늦은 일이기는 하지만 어찌되었건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선학원이사회가 창건주・분원장스님들을 핍박하고 있습니다. 조계종의 종지종통을 봉행한다는 항목을 삭제하고 이사 자격요건에 ‘조계종 승려’여야 한다는 것을 삭제하면서, 선학원 승려증을 발급하여 이중 승적자로 만들고, 창건주 승계나 위임 시에 ‘조계종승적포기 각서’와 ‘제적원’ 제출을 요구하여 아예 탈종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사찰을 지키려면 조계종 승려이기를 포기해야 하고, 조계종 승려로 남으려면 사찰을 포기해야 하는, 그야말로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 있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되어야 합니까? 이것이 과연 선학원의 창건주나 분원장 스님들이 원하여 진행된 일입니까? 왜 창건주 분원장 스님들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이사회가 도리어 창건주·분원장스님들을 궁지로 몰고 갑니까?
선학원에 등록한 것이 무슨 허물이고 무슨 죄입니까? 사찰을 건립하고 등록을 할 당시, 종단은 이러저러한 분란으로 혼란스럽고, 종단의 큰스님들께 의논드리니 선학원등록을 권유하셔서, 그래서 선학원에 등록한 것이 아닙니까?
만약 애초에 선학원이 조계종과 무관한 법인이었거나 현재 선학원 이사회가 주장하듯이 선학원과 조계종이 별개의 조직이었다면 결코 비구니스님들이 선학원에 사찰을 등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구나 당시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들이 모두 종단의 신망 있고 덕이 높으신 큰스님들이셨기에 추호의 의심 없이 당연히 조계종과 선학원이 둘이 아니라고 생각하였으며 지금도 이러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승가는 ‘화합 대중’의 의미이고, 그러기에 부처님께서 곳곳에서 승가의 화합을 최우선으로 강조하셨습니다. 또 승가의 화합을 깨트리는 행위인 ‘파화합승(破和合僧)’은 가장 무거운 죄업인 오역죄(五逆罪)의 하나로 규정하여 강력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우리 승가는 더 이상의 분열을 지양하고 화합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노력해야 합니다.
종단이 위기의 순간에 있을 때, 용기 있게 나서 새로운 해결의 물꼬를 튼 것은 다름 아닌 비구니스님들이었습니다. 우리 비구니스님들이 한마음으로 분연히 일어날 때, 지금과 같은 위기의 순간에 부처님의 혜명을 잇고 승단의 분열을 막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설령 내가 선학원에 등록된 사찰의 창건주나 분원장이 아니라 하더라도 둘러보면 어느 누구도 남이 아닙니다. 한 문중에 출가한 사형 사제이며 사숙이고 조카입니다. 함께 같은 강원과 대학에서 동문수학한 도반이며 선배이고 후배입니다. 또한 포교 일선에서 함께 뜻을 모아 활동하는 동료들입니다. 선학원 비구니스님들, 그 어느 한 분이라도 남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찌 우리 전국비구니회에서 남의 일처럼 바라만 보고 있겠습니까? 우리는 1200 여 이상의 비구니 스님들이 선학원 창건주와 분원장, 그리고 그들의 도제라는 이유로 조계종단을 떠나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전국의 비구니 스님들이 한 목소리로 힘을 합한다면 선학원 문제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이에 전국비구니회는 회장스님을 모시고 다음과 같이 결의하였습니다.
첫째, 전국의 비구니 스님들은 선학원 소속 창건주・분원장 스님들이 처해 있는 현 상황을 잘 이해하고, 대한불교조계종 승려라는 자긍심과 역사성을 포기하지 않고, 삼보정재를 지킬 수 있도록 함께 할 것입니다.
둘째, 종단을 향해서는 선학원 창건주・분원장들이 종단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줄 것을 요청할 것이며, 또한 선학원 이사회에 대해서는 종단과의 결별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서 물러나 대화로써 문제해결에 나서도록 촉구할 것입니다.
셋째, 전국비구니회는 종단과 선학원이 갈등과 반목에서 벗어나 화합하여, 선학원 분원 비구니스님들이 당당한 조계종의 승려로서, 또한 전국비구니회의 일원으로서 권리와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든든한 의지처가 될 것입니다.

(혜욱 스님은 현재 전국비구니회 섭외부장이며 선학원에 등록된 봉덕사의 창건주이자 분원장이다.)

[1332호 / 2016년 2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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