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모님이 많이 다투세요

기자명 법륜 스님

싸움 말리려면 나도 고통
구경꾼처럼 지켜보는 게
고통에서 벗어나는 해법

요즘 부모님이 많이 다투세요. 예전에는 가벼운 다툼이었는데 점점 심각해지더니 어머님이 집도 나가십니다. 어머니 편을 들면 아버지가 삐지시고, 아버지 편을 들면 또 어머니가 삐지시고. 제가 아들로서 어떻게 하면 될까요?

편들지 말고, 어머니가 성질을 낼 때는 “어머니 잘한다!” 하고, 아버지가 성질을 낼 때는 “아버지 잘한다!” 박수쳐주고 응원하면 돼요. 보통 격투는 입장료 내고 구경하는 사람이 있어서 돈벌이라도 되는데, 이 경우는 둘이 죽어라고 싸우는데 이득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나라도 구경을 해주고 잘했다고 격려해 주는 것이 가장 큰 효입니다. 왜 가장 큰 효일까요? 부모님이 싸우면 지켜보는 나는 그 싸움이 싫고 괴롭습니다. 지켜보다가 안 될 것 같으면 제발 싸우지 말라고 말리게 됩니다. 하지만 자식이 말린다고 부모가 말을 듣지는 않습니다. 내 말 듣는 수준이었으면 이미 부부간에 서로의 말을 들었겠죠. 부모님도 그렇지만, 이 세상에 누구든지 선생님이든 스님이든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몇 번 말렸는데도 계속 싸우면 나는 엄마와 아빠를 원망하고 미워하게 됩니다. 때문에 부모님 싸움을 자꾸 신경 쓰면 내가 괴로워집니다. 엄마 아빠 싸우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서 나하고 엄마하고 싸우고, 나하고 아빠하고 싸워서 결국 세 명이 다 싸우게 되어 나는 괴롭게 됩니다.

내가 응원을 하면 엄마하고 아빠는 싸우지만 나하고 엄마하고는 안 싸웁니다. 나하고 아빠하고도 안 싸웁니다. 그러니 첫째, 삼각형 세 변 중에 세 변이 각각 다 싸우는 것보다 한 변만 싸우는 것이 낫습니다. 둘째, 싸우지 말라고 하는데 싸우면 괴롭지만 손뼉 치며 잘한다고 응원하면 재밌습니다. 이런 구경하는 마음으로 엄마 아빠 싸우는 것을 응원하면 엄마 아빠가 싸우든 말든 내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간섭하지 말고 구경꾼이 돼 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른들이 싸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는 그 이유를 모르니까 답답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매일 싸우기만 하지 않고 둘이 또 사이가 좋을 때도 있잖아요. 그런 것은 모르고 내가 함부로 간섭하면 안 됩니다. 만약 응원하는 것이 힘들다면 집에서 나가 버리면 됩니다. 소리가 높아지면 얼른 밖으로 나가서 한두 시간 있다가 들어오면 됩니다. 싸움을 보지 않으면 내가 기분이 나쁘지 않아서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게 됩니다. 싸우는 것을 보면 내가 행복하기가 힘듭니다. 그러니 잠시 피해 있다가 돌아와서 분위기를 정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스님 말이 좀 우습게 들릴 수 있는데 엄마 아빠가 싸워도 내가 상처를 안 입는 것이 해탈입니다. 싸우는 것은 그들의 일입니다. 나까지 부모님하고 싸우게 되어 나도 싸움에 빠져들면 안 됩니다. 내가 간섭하지 않는 것이 현실적으로 부모님 두 분에게도 이익입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1332호 / 2016년 2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