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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과 법정 ‘문답’에서 불교 진수를 보다

  • 불서
  • 입력 2016.02.2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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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전’ / 원택 스님 엮음 / 책읽는 섬

▲ '설전'
50여년 전 겨울 산방, 청년 법정이 성철에게 물었다. “사람이…, 정말 성불할 수 있습니까?”
성철이 답했다. “자신이 이미 부처임을 아는 것, 그것이 성불이다.”

스무 살이나 어린 법정의 물음에 성철이 조곤조곤 답을 내놓았다. 성철은 혹독한 고행과 엄격한 자기 수행의 원칙을 고수하며 초인의 이미지를 보여온 근현대 한국불교의 대표적 선승이다. 그리고 법정은 수도자의 자세와 품위를 잃지 않은 삶과 글로 세간에 큰 가르침을 주었던 선지식으로 대중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이처럼 사뭇 다른 이미지를 간직한 두 스님이 한 자리에 있는 모습은 얼핏 생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철 스님은 제자와 후학들에게 엄격하면서도 유독 법정 스님만큼은 자신이 입으려고 챙겨 둔 면 옷을 행건까지 챙겨 내줄 정도로 아끼고 인정했다. 또한 법정 스님은 “‘성철 종정스님’ 하면 다들 뵙기를 두려워하고 조심스럽게 여기고 있지만, 스님의 인간적인 여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런 부담 없이 대할 수 있어 마음 편하게 여기고 있다”고 할 정도로 성철 스님을 존경하고 그 가르침을 따랐다.

두 스님은 그렇게 서로에게 두터운 신뢰를 보냈고, 그 신뢰만큼이나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사이였다. 이 책 ‘설전(雪戰)’은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이 나눈 대화와 두 선지식 사이에 오간 인연의 흔적들을 발굴해 엮었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의 증언이 첨가된 책은 ‘성철 불교’의 본질을 끌어낸 법정 스님의 지혜로운 질문과 거기에 화답해 인간 존재와 현상의 심층을 드러낸 성철 스님의 대답이 어우러져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사람이 정말 성불할 수 있는가”를 물었던 법정 스님은 “불교란 무엇인가?” “타 종교와의 차이점” “중도 이론” “중국 선종” 등에 대해 초심자 입장에서 질문을 던짐으로써 성철 스님의 답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려 노력했다. 이에 성철 스님 또한 ‘가야산 호랑이’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그 질문들에 일일이 성심을 다해 답했고, 마치 따지듯 도발적으로 묻는 질문에는 그 도전을 은근히 즐기는 듯 세세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근현대 대표적 선승이었던 성철 스님과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을 통해 가르침을 전했던 법정 스님이 서로 묻고 답하는 그 속에서 독자들은 불교의 핵심, 즉 진수를 만날 수 있다. 1만3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33호 / 2016년 3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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