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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경전과 교리의 ‘개념짓기’

용어는 구체적이며 본뜻을 명확히 전달해야

‘개념’은 하나의 사물을 나타내는 여러 관념 속에서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요소를 추출하고 종합해 얻어낸다. 설법은 제일 먼저 교리에 대한 전문용어와 역사적 사실 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개념짓기’를 해야 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풀어 그 본질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화엄경’에서도 “설법은 표현의 끊어짐 없이 이어지면서 내용에 잘못이 없어야 하며, 도리의 앞뒤를 살펴보고 지혜로써 시비를 분별하고 결정함”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경전 어휘 설명에 치중하면
지루한 강독시간 되기 십상
내용에 잘못 없어야겠지만
핵심은 인생의 이정표 역할

스토리 전개는 개념 설정을 잘 할 경우 메시지가 물 흐르듯 흘러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는 커뮤니케이션의 방해요인이 된다. 어느 정도 학식을 갖춘 경우라도 일반적인 대화와 대중적인 강의와 연설에서 전달자 자신이 개념을 잘못 파악함으로써 청중이 스토리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존재’와 ‘실존’ 중 전자는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칭한다. 모든 사물이나 동식물에게 가능한 표현이다. 후자는 “존재 이후 ‘현재 있다’라는 정신적 측면”으로 인간에게 해당한다. ‘인지’와 ‘인식’도 혼용하는 경우도 많다. 인지는 “어떠한 사실을 분명히 인정함”이고 인식은 “사물을 인지하고 식별해 기억하고 사고하는 작용, 그 결과”다. 인지 후 참과 거짓을 판단하는 것이 인식이다.

‘대화’와 ‘담론’ 중에서 대화는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함”이고 담론은 “어떤 주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생성된 이야기”이다. 대화가 집단화 되는 경우가 담론이다. 어떤 주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지 못한 소재를 거론하며 ‘그것이 우리사회 담론’이라고 말하면 잘못된 경우다.

‘반증’과 ‘방증’ 중 반증은 “사실을 부인하는 증거”를 말하고 방증은 “사실을 강조하는 증거”이다. 전자는 부정적 문장에서 후자는 긍정적일 때 사용한다. ‘결점’ ‘단점’ ‘약점’ 중에서 결점은 “완성도에 비해 모자란 점”, 단점은 “부정적인 부분”, 약점은 “사람의 능력이나 도덕적 측면에 있어서 문제점”을 지적할 때 사용한다. ‘갈음’과 ‘가름’에서 갈음은 “대신 혹은 대체”의 개념이고, 가름은 “둘로 나눔”을 말한다.

일상적으로 잘못 쓰는 단어 중 하나가 ‘구절’과 ‘귀절’이다. ‘구절’이 옳은 표현이다. ‘고국’ ‘모국’ ‘조국’ 중에서 고국은 “해외에서 자기 나라를 일컬음”이고 모국은 “자기가 태어난 나라”인데 오랫동안 해외에서 거주한 경우며 조국은 “조상 대대로 사는 나라”로 국내외 거주자 모두가 사용 가능하다.

사전적 단어든 경전이든 청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의를 내리고 그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데 필요한 이론이 ‘조작적 정의’ 혹은 ‘조작적 개념’ 이론이다. 조작적 정의(操作的 定義)는 사물 또는 현상을 객관적이고 경험적으로 기술하기 위한 이론적 장치이다. 관념적인 정의나 개념을 경험적으로 서술함으로써 맥락을 쉽게 이해시키는 장점이 있다.

이를테면 ‘강남 3구’ 소재 고교 출신 신입생은 서울 소재 고교 출신 신입생의 33%를 차지했고 특히 정시전형에서 52.2%가 ‘강남 3구’ 소재 고교출신으로 편중현상이 심각했다고 조작적 정의를 내렸다면, 지역 간 서울대 진학 격차가 여전함으로 지역과 계층을 고려한 입시제도 개선과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는 교육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논리적 전개가 가능하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 책에서 ‘정의(Justice)’란 행복, 자유, 미덕을 갖춘 것이라고 조작적 정의를 내렸다. 그런 전제 아래 정의(Justice)는 사회 구성원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자유로움을 보장할 수 있는지, 아니면 사회에 어떤 좋은 영향을 끼쳐야 하는 지로 결정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설파했다. 그의 조작적 정의의 근거는 일상생활의 각종 사례와 역사적 철학가의 가르침을 통해 이뤄졌고 그것을 공동체주의와 연결해 ‘개념’에 대한 ‘의미부여’를 했다.

그러나 경전에 대한 정의와 개념을 설명하면서 너무 어휘 설명에 치중한다면 지루한 강독시간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설법에서 경전의 해석은 불자의 삶을 살찌우는 인생의 참고서, 인생의 이정표 역할이어야 한다.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35호 / 2016년 3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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