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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필 잭슨

NBA 챔피언스 11회 우승 이끈 ‘농구코트의 선 마스터’

▲ 필 잭슨은 유명선수들을 적절히 조절하며 뛰어난 용병술로 NBA 챔피언즈 리그에서 11회나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0년 미국 농구팀 LA 레이커스(LA Lakes)의 우승을 기념하는 축제가 한창인 로스앤젤레스의 한 거리. 수많은 시민으로 북적거리는 거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이 화려한 축제를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농구선수에서 감독으로 변신
시카고불스·LA레이커스 활약

용병술 발휘로 마이클조던 등
스타선수 탄생시킨 NBA전설

불교철학 농구장에 대입시켜
명상 등으로 선수 정신 강화
요가·독서로 내면세계 강조

오랜 경험 토대로 한 저서
베스트셀러 이름 올리기도

그의 이름은 이토 노리아키(Noriaki Ito). 그는 로스앤젤레스시 리틀도쿄(Little Tokyo)에 있는 사찰 히가시 혼간지(Higashi Honganji) 주지스님이며 농구를 좋아하는 열성 팬이었다. 일본 출신의 이 스님은 농구감독 필 잭슨(Phil Jackson, 1945~)이 1999년 LA 레이커스팀 감독으로 취임한다는 소식을 들은 그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LA 레이커스팀이 NBA(National Basketball Associa tion, 미국프로농구)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꾸준히 명상을 하는 잭슨이 부처님 가르침을 농구에 적용해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키가 무려 2m3cm에 달하는 잭슨은 어린 시절부터 다른 친구와는 다른 그의 큰 키 때문에 자연스럽게 농구, 야구, 축구 등 스포츠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노스다코타 주립대학(North Dakota State University) 농구팀에 스카우트됐다. 졸업 후 1967년 뉴욕 닉스(New York Knicks)에 입단해 몇 년간 농구장에서 경력을 쌓은 잭슨은 돌연 감독으로 진로를 바꿨다. 선수보다는 감독이 더 적성에 맞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 그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농구감독으로 불리게 된다. 과연 무엇이 그를 최고의 농구감독으로 만들게 했을까? 그는 다른 감독들과는 다른 훈련방식으로 그만의 농구 스타일을 만들어 냈음이 분명하다.

필 잭슨은 1945년 9월7일 미국 몬태나(Montana)에서 아버지 찰스와 어머니 엘리자베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1967~1978년 뉴욕 닉스팀에서 뛰었다. 이후 1978~1980년 뉴저지(New Jersey)팀으로 이적해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1980년, 선수로서 은퇴를 선언하고 1987년부터 코치로 변신, 후배 선수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시카고 불스(Chicago Bulls) 보조 코치로 시작해 1989년 감독이 됐다. 이후 무려 6번이나 시카고 불스가 NBA 챔피언에 오르는 대기록을 보여준다. 1999년 LA 레이커스팀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팀을 5번이나 최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가 감독하는 동안 두 팀에서는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 데니스 로드맨(Dennis Roadman), 샤킬 오닐(Shaquille O’Neal) 등 스타선수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한 번도 하기 힘들다는 미국 NBA 챔피언스 리그 반지를 11번이나 차지한 그는 NBA의 전설이라고까지 불려진다.

누구보다도 화려한 잭슨의 경력은 불교철학을 농구코트에 적용하면서 완성됐다. 이토 노리아키 주지스님은 LA타임스(Los Angeles Times)와의 인터뷰에서 “LA 레이커스의 경기에는 불교철학이 강하게 드러난다”며 “필 잭슨 감독은 영적 혹은 정신적 영역과 육체적 영역 사이에서 균형이 잘 잡혀 있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기자들로부터 “필 잭슨이 불교와 농구를 조합시킨 것 때문에 농구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이토 스님은 “LA 레이커스 선수들에게서 개인의 콧대 높은 자존심과 혼자 해결하려는 욕심을 내려놓는 걸 종종 목격했다”며 “불교에서는 욕망을 다스리는 것이 깨달음에 이르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잭슨은 유명선수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등 용병술에 강한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개인보다는 팀워크의 중요성을 선수들에게 강조함으로써 경기에서 매번 좋은 결과를 냈다. 미국 언론들은 “필 잭슨의 이런 용병술은 선수를 어떻게 또 얼마나 잘 다스리는가가 좋은 감독을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을 보여준 다”고 언급하곤 한다.

▲ 필 잭슨은 2013년 출간된 자서전 ‘열한 개의 반지-승리를 만드는 영원의 리더십’에서 “선수들이 슬럼프에 빠지거나 좌절할 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잠시 쉬어가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실제 잭슨은 ‘농구장의 선 마스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가 2013년 출간한 자서전 ‘열한 개의 반지-승리를 만드는 영원의 리더십(Eleven Rings-The Soul of Success)에는 “불교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형 조(Joe) 덕분”이라고 쓰여있다. 오순절교회의 신자였던 그의 부모님은 강한 신앙심으로 자식들을 엄격히 교육했다. 텔레비전 시청이나 영화관 출입조차 철저히 금지했다. 잭슨은 그런 부모님의 교육방침으로 어릴 적 장래희망을 목사로 정하기도 했다. 동양철학이나 이웃종교에 대해서는 상당히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형 조가 동양철학과 불교를 진지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점점 불교 철학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불교가 훗날 NBA에까지 투영됐다.

언젠가 몬태나에서 열린 명상 모임에 참가한 잭슨은 생애 처음으로 명상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점점 더 불교 명상의 매력에 깊이 빠져든다. 잭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하면 할수록 내가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근본주의 신자로서의 가르침을 잊게 된다”며 “부처님 가르침을 통해 농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수들의 이기심과 교만함을 줄여가는 것이 경기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자유를 존중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어느 정도의 원칙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하게 믿는다. 그렇기에 선수들은 절제 속에서 자신들의 자유를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만의 코치 스타일을 키워나갔다.

이러한 그의 믿음은 놀라운 결과를 끌어냈다. 그는 1996년 NBA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감독’ 상을 받았고 ‘NBA 역사상 최고의 감독 10인’에도 뽑혔다. 11회의 NBA 챔피언스 리그 우승과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도 그는 명상을 멈추지 않았다.

잭슨은 현재 뉴욕 닉스팀의 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뉴욕 닉스 임직원에게 회사 일정 중 하나로서 명상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사원들과 뉴욕 닉스 선수들에게 명상뿐 아니라 요가나 독서를 통해 내면세계의 건강함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뉴욕 닉스의 주전 중 한 명인 트래비스 웨어(Travis Wear)는 “필 잭슨을 만난 이후로 매번 경기에 참여하기 전 명상을 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며 “경기 전 명상을 통해 마음속에 가득 찬 욕심과 야망을 덜어내는 것이 오히려 경기에 편안히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잭슨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며 곁에서 지켜보던 이토 노리아키 스님은 “그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최종 목표는 우승이 아닌 것 같다”며 “오히려 그는 그가 맡은 팀이 얼마나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는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농구코트의 선 마스터’라는 별명을 가진 필 잭슨은 농구코트는 떠나 뉴욕 닉스팀의 사장을 맡고 있으면서도 임직원에게 “명상을 통해 내면세계를 건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토 스님을 비롯해 히가시 혼간지의 다른 스님들은 LA 레이커스팀의 팬으로 종종 농구 경기를 지켜본다. 필 잭슨이 경기 중 위기 상황에서도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평정을 찾고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는 뛰어난 수행자임을 눈으로 확인한다.

잭슨이 자주 들리는 몬테벨로(Montebello)에 위치한 소젠지(Sozenji) 사원의 톰 쿠라이(Tom Kurai) 스님은 “우리 인생에서는 일이 술술 잘 풀릴 때가 있는가 하면 헤쳐나갈 틈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막막할 때가 있다”며 “그런 와중에서도 평정을 찾는 것, 중도의 길을 가는 것이 바로 불자로서 행해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거칠고 자존심 강한 운동선수들 사이에서 선수들의 이기심과 욕심을 잭슨처럼 통제했던 감독은 처음”이라며 “실제 마이클 조던이나 샤킬 오닐, 데니스 로드먼과 같은 톱스타들의 자존심을 조절하며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최고의 성적을 만들어 낸 것은 필 잭슨 감독의 역량에서 비롯됐다”고 덧붙였다.

이토 노리아키 스님은 “흐르던 물이 나무를 만나 부딪히면 그곳을 뚫고 지나가려고 싸우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현명하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라고 말하며 “이런 덕목들을 잭슨에게도 자주 일깨워 줬다”고 말했다. 잭슨은 저서에서 “이토 노리아키 스님 말씀을 토대로 선수들이 슬럼프에 빠지거나 다칠 때, 한계를 느끼고 좌절할 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잠시 쉬었다 다시 시작하라는 조언을 해줬다”고 말했다. 이런 잭슨의 오랜 경험을 토대로 한 저서 ‘일레븐 링즈-승리를 만드는 영원의 리더십’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부처님 말씀을 한 구절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되새기며 경기장 안의 선수들 한 명 한 명에게 실천한 필 잭슨에게 ‘농구코트의 선 마스터’라는 별명만큼 잘 어울리는 다른 별명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335호 / 2016년 3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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