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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노인병원에 모시려니 죄책감이 듭니다

기자명 법륜 스님

저는 일찍 혼자되신 어머니를 31년째 모시고 살았습니다. 어머니는 지금도 종종 “나는 너만 보고 살아왔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 어머니께 배신감을 주기 싫어서 어머니 말이라면 그냥 받아들이고, 아내의 말은 참말인데도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어머니께서 투석 환자가 된 후로는 일주일에 세 번씩 병원에 다니십니다. 중환자실에도 수없이 있었고, 올해만 해도 병원비가 몇 천만원 나갔습니다. 그런데 6개월 전 아내에게 우울증이 왔습니다. 이러다가 아내까지 잘못되겠다 싶어서 어머니를 시설 좋은 노인병원에 모셨습니다.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나니 불효라는 마음이 들어 괴롭습니다. 찾아뵈러 가면 집으로 오고 싶어 하십니다. 저도 제가 모시고 싶지만 아내를 보면 너무 지쳐 보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30년 세월 어렵게 산 아내
중환자 간호해 힘든 상황
어머니 섭섭함 감수하고
병원 자주 들러 간호해야

그동안 어머니하고 아내 사이에서 마음고생 많이 하셨을 텐데 잘해 오셨습니다. 왜냐하면 자녀에게 제일 좋은 교육은 부부가 화목하게 사는 것이고, 두 번째는 부모를 잘 모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를 잘 모시면 아이들은 저절로 잘 자랍니다. 아이에게 이래라저래라 말할 필요가 없고 부모에게 잘하면 그 공덕이 다 자식에게 갑니다.

어머니는 요양병원에 모시면 됩니다. 물론 아들로서 마음이 아픈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질문자는 아들인 동시에 남편이기도 합니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온전히 어머니를 간호하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아내에게 중환자인 어머니를 맡기는 것은 너무 힘든 일입니다. 아내는 이미 하루 이틀도 아니고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머니를 모셨습니다. 아내 입장에서 보면 그 시간만큼 남편을 시어머니에게 뺐긴 것과 같습니다. 아들에 대한 주권은 시어머니가 원주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늘 최대 주주가 되고, 아내는 주권이 작으니 설움을 받습니다. 굉장히 어렵게 산 것입니다. 어머니께 효도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가끔 찾아뵙고, 어머니께서 섭섭해하시면 너무 가슴에 두지 말고 “네, 어머니. 제가 부족합니다”하고 감수하면 됩니다. 

아들은 어머니를 ‘병원에 두자’ 하고, 며느리는 ‘집에 모시자’ 이러면 집안이 화목한데, 지금 아들은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오려 하고 며느리는 힘들어 하잖아요. 이러면 집안에 우환이 생깁니다. 아들이 물었으니까 얘긴데, 부인이 ‘여보, 내가 할 테니까 집에서 모시자’ 해도 ‘아니야, 당신 힘들어. 어머니 병원에 모셔놓고 내가 간호할게’ 이렇게 나와야 합니다.

한편 부인은 어머니를 모시려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모신다는 것은 모시는 마음을 내야 된다는 말입니다. 시어머니가 남편을 차지하고 있는 걸 섭섭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도 애 낳아 고생해 키워 놓으면 어떤 젊은 여자가 와서 꿰차고 가버려요. 이거 굉장히 섭섭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나도 자식이 다 커가니까 이 심정을 알아가지고 언제나 어머니께 “어머니, 우리 남편 잘 키워 저한테 주셔서 감사합니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자꾸 시부모한테 감사기도를 해야 합니다. 자주 찾아가서 간호도 해야 내 우울증이 낫고 내 상처가 치유됩니다. 힘들어 하면 낫지 않습니다.

그러나 질문자는 부인을 이해하고 어머니를 병원에 모셔서 내가 간호하면 부인의 우울증도 낫고 집안이 화목하게 잘 풀릴 것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쓰면 부모로 인해 두 부부가 다시 신혼살림처럼 새롭게 좋아집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1337호 / 2016년 3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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