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아래 몸을 삭이고 있는 개망초 쑥대 강아지풀 억새풀 꿈이꺾인 채 마르며 문드러지며 자신을 지워가는 그들의 순한 이름만큼이나 순한 모습들 가진 것 다 버리고서야 거름되는 이치를 알고 있다는 듯 풀들은 제 몸이 썩어 실한 뿌리로 내리고 푸른 줄기 세워 꽃을 피우는 걸 영글어 한 알 씨알이 되는 걸 그렇게 다시 사는 비밀을 체득하고 있다는 듯 거름냄새 풀풀 풍기며 썩어가고 있었다.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보았다
-유해자
여름의 끝자락입니다. 어디를 봐도 천지는 무성한 풀숲입니다. 한여름 뙤약볕을 견딘 수많은 이름의 풀꽃들, 머잖아 그들도 자기 몸을 낮추고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산과 들 어디든 지천으로 피어있는 개망초, 쑥부쟁이, 강아지풀... 결코 화려하지 않아 더 정감이 가는 그들입니다. 수없는 세월을 피고 지고, 썩어서는 다시 기쁨이 되어 온갖 생명들에게 온기를 불어 넣습니다.
한 치도 어김없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아름다운 저 소신공양(燒身共養), 가슴한 구석이 뭉클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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