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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가 수유실을 마련한 사연

  • 기자칼럼
  • 입력 2016.04.25 13:52
  • 수정 2016.04.2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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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조계사가 4월21일 대웅전 앞마당에 수유실을 마련하고 개소식을 가졌다. 5㎡(약 1.5평) 크기의 조계사 수유실은 다소 소박한 규모지만 소파와 기저귀교환대는 물론 수유쿠션, 물티슈, 기저귀 등을 비치해 엄마와 아기를 위한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특히 온수 사용이 가능한 싱크대와 에어컨까지 갖추고 낯선 공간을 두려워하는 아기의 정서를 고려해 수유실 안팎을 파스텔 톤의 동화그림으로 꾸몄다.

이와 관련 조계사 주변은 환영 일색이다. 늦게나마 꼭 필요한 시설이 마련됐다는 반응이다.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청년불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연세 지긋한 보살님들도 아기를 키우는 며느리나 딸과 함께 조계사를 찾을 수 있게 됐다며 무척 반가워했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외출할 때 고려하는 것 중 하나가 주변에 수유실이 있는지 여부라고 한다. 백화점이나 대형음식점, 대형마트를 약속장소로 선호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에는 약속장소 주변에 수유실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넘쳐나고, 수유실을 안내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다수 존재한다. 이웃종교의 경우 선교의 일환으로 일찍부터 수유실을 적극 활용해왔다. 엄마에게는 육아로 인한 신앙생활의 단절을 막고, 아기 때부터 종교적 공간을 익숙하게 만들어 신앙생활로 자연스레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사찰 수유실은 단순히 엄마와 아기를 위한 공간이라는 의미를 넘어 미래불교를 위한 초석이라는 가치가 더해진다. 조계사가 수유실 마련에 사용한 금액은 1300만원. 이 가운데 1000만원은 독립된 건물을 짓는 데 사용했다고 하니, 공간만 있으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수유실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수유실 운영사찰은 이번에 문을 연 조계사를 포함해 서울 불광사, 부산 홍법사, 봉화 청량사 정도다. 미래불교를 위한 저변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자 감소를 우려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이야기라 하겠다.

더욱이 사찰은 종교적 공간을 넘어 문화와 관광, 휴식의 장소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조계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만 23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사찰 수유실은 불자뿐 아니라 시민과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한국불교의 이미지를 높이는 공간인 셈이다.

▲ 김현태 기자
조계사 수유실 개소식에서 주지 지현 스님은 “하루 단 한 명이 이용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며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엄마들이 마음 편하게 모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돼 아이와 함께 사찰을 찾는 일이 즐거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현 스님의 당부처럼 조계사 수유실 개소가 각성의 계기가 되어 전국 주요사찰로 확산되는 단초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41호 / 2016년 4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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