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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할 때 잡생각이 올라옵니다

기자명 법륜 스님

저는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2년 전부터 매일 새벽 108배를 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늦잠이 들 때도 있어서 제 시간에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지만 빼먹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3000배를 합니다. 절을 할 때 진지한 마음이 드는 게 아니고 항상 잡생각이 올라옵니다. 갑자기 눈물이 나기도 하고 끝나고 뭘 먹을지 고민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게으름 피우지 않게 되는지, 빨리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지, 무념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절 할 때 잡생각은 당연
무의식 욕구 알아차리며
업을 자각하고 극복해야
극기하는 과정이 곧 정진

늦게 일어나는 버릇을 고치려면 질문자 스스로에게 벌칙을 주면 됩니다. 나도 모르게 자명종을 눌러 버리거나 늦게 일어났으면 그날은 벌칙으로 아침을 굶고 300배를 하십시오. 이렇게 한두 번 벌을 받으면 무의식 세계에 자극이 갑니다. 편하게 있으려고 농땡이 부리면 더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니 다음부터는 정해진 시간에 눈이 떠집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꾸 자기합리화를 하고 자기한테 속아 버리기 때문에 극복이 안 됩니다.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것은 100만 대군을 이기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자기를 이기려면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자기를 극복하려면 원칙을 정해 놓고 무조건 해야 합니다. 5시에 하기로 했으면 4시에 자도 5시에 일어나 하고, 밤샘을 해도 5시에 해야 합니다.

절을 할 때 잡생각이 올라오는 것은 정상입니다. 절을 하거나 명상을 하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하면 할수록 생각이 더 많아집니다. 평소에 우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손으로 만지면서 현재의 감각이 늘 작동하기 때문에 딴생각을 할 여지가 없습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해 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이 별로 안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귀를 막고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면 무의식 세계에 있는 것들이 올라오면서 훨씬 더 생각이 많아집니다. 명상을 하려고 앉으면 5분 정도만 조용하지, 5분이 넘어가면 잡생각이 심해지고 한 시간이 넘어가면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잡생각이 들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 현상 속에서 번뇌가 많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잡생각을 없애는 것이 수행이 아닙니다. 절을 하면서 음식 생각이 많이 나면, ‘내가 먹는 거에 대해서 초연한줄 알았더니 이런 무의식적 욕구가 있구나’ 알아차리면 됩니다. 무의식을 발견하며 자기를 알아 가면 됩니다.

이렇듯 절을 하면 당연히 무념무상이 되기보다는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그래도 해야지’ 하는 생각들이 많이 이어집니다. 그러다 2000배 정도 가면 진짜 하기 싫어서 관둬 버리고 싶습니다. 그럴 때 내가 자각하는 겁니다. ‘항상 내가 어떤 일을 할 때는 이쯤에 와서 그만두게 되는구나. 그러니 내가 여기서 멈추지 말고 그냥 넘어야 되겠다.’ 이렇게 목표를 세운 지점까지 가보는 겁니다. 어려울수록 번뇌가 많이 일어나고 장애가 일어나는데, 그런 어려움을 스스로 만들어서 그걸 극복하는 과정이 정진입니다. 자기 속에 어떤 저항이 있는지 그 카르마를 알아차리고 넘어서는 것이 절을 하는 이유입니다.  

일상 속에서도 ‘이거 해서 뭐하나?’ 탁 집어 치우고 싶을 때, ‘아, 이걸 3000배로 치면 지금 한 2000배 쯤왔구나, 드디어 카르마가 저항하는구나’ 이렇게 알아 차려서 전에 3000배 할 때 내가 멈추지 않고 뛰어 넘었듯이 자기가 자기를 이겨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1341호 / 2016년 4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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