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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번 붓질이 만든 자유로운 수행자의 화폭

법관 스님 개인전 ‘禪-2016’

▲ 법관 스님 作 ‘禪-2015’.

색, 선, 면의 만남을 통한 비구상 작품으로 선화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법관 스님(강릉 능가사 주지) 개인전이 열린다. 애플갤러리 초대로 4월27일~5월3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 1,2층에서 열리는 ‘禪-2016’은 2014년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비구상작품의 연장선이다.

4월27일~5월3일 선화랑1,2층
색·면·선이 스스로 탄생시킨
자유·균형·여유의 평면 공간

부지런히 화폭 위를 오가는 붓끝을 따라 만들어지는 선은 평면의 화폭 위에 무한의 변수로 살아 움직인다. 하지만 무질서와 방만이 아니다. 화폭은 더함도 덜함도 없는 균형감으로 안정돼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선은 화폭을 가득 채우는 듯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여백을 만들고 점을 만들며 처음에 지녔던 색과는 또 다른 색으로 변화한다. 법관 스님은 그것을 ‘스스로 그러하다’고 말한다.

“선을 그리는 것은 나지만 그 선과 선이 만나면서 선 스스로가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융합한다. 스스로 반응해서 드러나는 색과 면, 깊이를 기다리며 바라보는 과정이 더할 수 없는 기쁨이다.”

붓은 그저 선 하나를 그을 뿐이지만 정성 다한 손놀림이 멈추지 않았기에 선은 면이 되고 점을 낳는다. 똑같은 형태의 면이나 점이 하나도 없는 이유다. 의도된 형태와 배치는 처음부터 없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은 수행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수행은 숨 막히는 치열함이지만 그 수행이 세상에 돌려주어야 할 것은 인위적인 엄숙주의가 아니다. 숨 쉴 공간, 조화, 깊은 사유다. 스님의 화폭에 담겨있다. 수많은 반복, 수행과도 같은 그 과정이 만들어낸 화폭에서 무질서, 압박, 권위는 찾을 수 없다. 자유롭지만 치우치거나 과하지 않은 균형과 조화, 수만 번의 붓이 지나갔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여백과 비움, 그리고 두꺼움과는 다른 깊이다. 수행자란 어떤 존재이며 세상에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듯하다.

박영택 미술평론가는 색, 선, 면의 다양한 변주를 읽어내는 즐거움을 강조한다.

“선이 올라가고 색채가 칠해지고 그로 인해 바탕 면(흰색)이 슬쩍슬쩍 드러나면서 화면은 미묘한 층을 이루고 깊이를 만들고 공기가 넘나드는 통로를 만들어준다. 선들이 만들어 놓은 자취를 좇다가도 그 사이에 남겨진 여백, 틈으로 시선이 빠지기도 한다. 몇 겹의 층을 만들어놓은 화면은 결코 납작한 즉물적 표현이 아니다. 생성적이고 활력적인 화면, 더없이 고요하면서도 미묘한 파동에 의해 예민해진 화면, 감각적인 선과 단속적인 붓질이 남긴 매력적인 화면이다.”

무엇을 보든 그것은 관객의 몫이자 자유다. 무수히 많은 점, 수없이 반복되는 선으로 보는 이가 있을 것이고 하나의 공간, 조화로운 질서로 보는 이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상관없다. 조형을 벗어나 무한한 해석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작품들은 법관 스님이 만들어가고 있는 작품 세계의 확장과도 일치한다. 그 속에 무엇을 담든, 무엇이 들어오든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고 품어주는 여유. 수행자의 넉넉한 품과도 잘 어울리는 화폭이다. 02)739-1998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341호 / 2016년 4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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