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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당시 성소수자도 차별 없이 출가했다”

  • 사회
  • 입력 2016.04.28 22:16
  • 수정 2016.05.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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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사회연구소, ‘성소수자가 경험한 한국불교’ 연구보고

 

부처님은 성소수자라고 해서 차별하거나 비난하지 않았고, 성전환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등도 출가를 허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여성에서 남성으로 변한 비구니에게 다시 비구계를 주어 승단에 남도록 허락하는 등 성정체성 문제도 자비롭게 대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불교도 경전에 근거해 성소수자들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사회적 이해를 넓히는 구체적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초기교단, 성정체성 자비로 대처
죄악시 여기는 개신교와 큰 차이
불교적 관점서 ‘인권보호’ 나서야

이는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소장 법안 스님)가 4월27일 발표한 연구보고서 ‘불자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한국불교’를 통해 제기됐다. 이 연구보고서는 동국대 외래교수 효록 스님이 불교사회연구소의 의뢰를 받아 ‘불자 성소수자들이 말하는 종교의 의미와 역할’을 주제로 불자 성소수자 18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해 얻은 결과물이다.

연구보고서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포용하는데 앞장서온 종교계가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예외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개신교의 경우 성소수자를 폄하하고 부정적으로 인식시키는데 앞장설 뿐 아니라 회개와 교정의 대상으로 삼는 등 적지 않은 상처를 주고 있다. 가톨릭 역시 성소수자를 죄악시한다는 데에는 개신교와 다르지 않지만 최근 내부적으로 성소수자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어 개선될 여지도 있다.

반면 불교의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은 무관심과 미온적 태도로 규정된다. 성소수자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이나 일관된 목소리가 아직까지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효록 스님은 “부처님은 성소수자라고 해서 차별하거나 비난하지 않았고 출가 이후의 계행만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실제 팔리어 율장에는 성전환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등이 출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출가 이후 이들이 범계행위를 일으켜 승단에서 추방됐고, 구족계를 받아서는 안되는 사람들이 됐다. 뿐만 아니라 한 비구니가 더 이상 비구니 승가에 있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하자 부처님이 이를 받아들여 새로 비구로서 구족계를 주었다는 내용도 존재한다.

▲ 동국대 외래교수 효록 스님이 불교사회연구소의 의뢰를 받아 ‘불자 성소수자들이 말하는 종교의 의미와 역할’을 주제로 불자 성소수자 18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 연구보고서 ‘불자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한국불교’를 발표했다.
효록 스님은 “영국 서양불교법우회와 미국 로저콜레스 등 서구불교계는 성소수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포용하고 있다”며 “달라이라마도 ‘그 행위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잘못이 아니다’며 사실상 성소수자들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국불교도 이제 경전과 율장을 근거로 성소수자에 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게 스님의 지적이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연구 참가자들은 불교계에 성소수자와 관련한 경전 연구와 인권적 관점에서의 논리 개발, 인권감수성을 높이는 교육활동, 성소수자의 특수성을 고려한 구체적 정책 제시를 요구했다.

효록 스님은 “성소수자들의 성정체성은 스스로의 의지로 형성된 것이 아님에도 동성애는 ‘더러운 것’이라는 무지와 오해, 특히 가족들의 몰이해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고 있다”며 “더욱이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는 사회적 압력에 의해 인간의 기본적인 정체성조차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고, 성정체성이 드러날 경우 비판받고 매장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고 안타까워했다.

효록 스님은 이어 불자 성소수자들이 윤회와 업사상, 불이사상으로 자신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고 있음을 밝혔다.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며 수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스님은 “내면을 통찰하고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등 삶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기에 불교를 마음의 의지처이자 삶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성소수자에 대한 불교계의 관심을 촉구했다.

불교사회연구소장 법안 스님은 연구보고서와 관련해 “고통의 원인을 찾아내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안내하는 불교계조차 그동안 성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며 “다른 이보다 한 가지 고민을 더 가지고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들의 인권이 존중될 수 있도록 불교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42호 / 2016년 5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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