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영탑사 금동비로자나불삼존좌상
13. 영탑사 금동비로자나불삼존좌상
  • 김규보 기자
  • 승인 2016.05.02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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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가리 찢어진 금동 비로자나 부처님

 
1928년 8월12일 오후 6시30분, 당진 영탑사에 모셔진 금동비로자나불삼존좌상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8각형 연꽃무늬 대좌 위에 본존불인 비로자나부처님이 계시고, 양 옆으로 협시보살이 있는 삼존불 구도인 금동불상은 구도와 형태 등에서 고려불상의 특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다행히 범인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9월11일 서울 광화문 종로거리에서 붙잡혔는데, 취조해보니 전직 총독부 순사 이모씨였다. 그는 범행을 저지른 뒤 서울로 상경, 일당과 공조해 2000원을 받고 불상을 넘기려다 덜미를 잡혔다. 영탑사 금동비로자나불삼존좌상의 첫 번째 수난이었다.

교도소 동기 김·송씨 작당
영탑사에서 보물 불상 훔쳐
세 부분 나눠 해외반출 시도
회수했지만 협시불은 훼손


시간이 흘러 1964년 9월5일, 보물 409호로 지정돼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두 번째 수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1975년 6월30일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야음을 틈타 법당에 잠입했다. 그들은 사전에 범행 대상으로 점찍어놨던 금동비로자나불삼존좌상을 향해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법당에서 새어나오는 소리는 어둠 잠긴 경내의 정적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들은 금동비로자나불삼존좌상을 들고 영탑사를 빠져나왔다. 1년6개월에 걸쳐 이어지게 될 보물 도난 사건의 시작이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했지만 범행 윤곽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다 서울동대문경찰서가 1976년 12월2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주택을 급습해 전과 9범 김씨, 전과 8범 이씨 등 일당 5명을 검거했다. 당시 주택에서는 금동비로자나불삼존좌상이 발견됐는데, 본존불과 협시불이 분리된 상태였다. 게다가 오른쪽 협시불은 손목이 3cm 정도 뜯겨져 있었다. 그들은 왜 불상을 분리했던 것일까.

사건의 주범은 전과 9범 김씨였다. 그는 절도죄로 대전교도소에 복역하던 중 영탑사에 값비싼 불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귀가 솔깃해진 그는 함께 복역하던 송씨를 회유해 범행을 계획했다. 영탑사 대웅전 문을 드라이버로 뜯고 들어간 그들은 훔친 불상을 송씨 집에 숨겨뒀다. 하지만 송씨가 그해 11월 자살하자 김씨는 그의 아버지에게 불상을 돌려줄 것을 종용했다. 부산에 장물업자가 있으니 불상을 팔아 300만원을 주겠다는 이야기였다. 불상을 받은 김씨는 불상을 세 부분으로 분리해 유씨에게 왼쪽 협시보살상을 300만원에 팔고 본존불과 오른쪽 협시보살은 교도소에서 만난 이씨에게 판매를 부탁했다. 금동비로자나불삼존좌상은 돈에 눈 먼 김씨에 의해 갈가리 찢어졌던 것이다.

유씨는 왼쪽 협시보살상을 부산으로 보내 보관토록 했다. 이씨는 본존불과 오른쪽 협시보살을 일본인에게 5000만원에 팔기로 하고 제주도를 매매 장소로 결정했다. 일본인과는 이듬해인 1977년 초 제주도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됐다. 대한민국 보물이 자칫 일본으로 반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당이 검거되면서 범행 일체가 드러났고, 일본으로 반출되는 것 또한 막을 수 있었다. 검거 당시 붙잡히지 않았던 유씨는 대구의 친구집으로 도망쳐 숨었지만 12월6일 발각돼 서울동대문경찰서로 압송됐다.

한편 대학을 졸업하고 공주에서 교사 생활을 했던 유씨는 국보과 보물을 훔친 화려한 전적을 가지고 있었다. 1963년 서울 봉은사에서 보물 321호 청동 은입사 향완을 훔쳐 처분하려다 체포됐으며 1966년 양산 통도사에서도 불상을 훔쳐 처벌을 받았다. 1968년 1월 현충사에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1974년 공주 동혈사에서 추사 김정희가 쓴 현판을 훔치기도 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유씨는 “선조들이 만든 고귀한 문화재를 만져보고 읽어본 것만도 만족한다. 범행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했으나 “굶고 있는 처자식을 돌봐 달라”고 경찰에게 애원했다고 한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42호 / 2016년 5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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