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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인공지능 미래 책임질 유일 해결책”

▲ 옴니버스영화 ‘인류멸망보고서’의 세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인 ‘천상의 피조물’ 장면. 로봇이 자신을 만든 인간들에게 설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이른바 세기의 바둑대결을 펼친 이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특히 바둑은 기계의 단순 연산능력으로는 범접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이세돌 9단의 잇따른 패배에 적지 않은 이들이 불안감을 느꼈던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무아의 해법으로 완전한 자유의 길을 밝힌 불교적 접근이 인간뿐 아니라 인공지능의 미래까지 책임질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국대 110주년 학술대회
지승도 항공대 교수 주장
“편의성만 추구하는 대신
앎 밝히는 도구 거듭나야”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원장 김종욱)과 인문한국 연구단(단장 김종욱)은 5월28일 동국대 신공학관 4층 대강당에서 ‘21세기 과학과 불교’를 주제로 개교 110주년 기념 봉축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의 미래와 불교적 대안’을 발표한 지승도 항공대 교수는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을 학습하기에 거울에 비친 우리들의 모습일 뿐”이라며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편의성만을 추구하기보다 바른 앎을 밝히는 최상의 도구, 공성의 과학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펼쳐줄 인류의 구원자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 교수는 우선, 사유의 유무로 강한 인공지능과 약한 인공지능을 나누던 기존 방식과 달리 불교적 시각으로 해석할 것을 주문했다. 강한 인공지능이든 약한 인공지능이든 기본적으로 마음과 마음작용을 갖추고 있다고 전제한 뒤, 앎의 수준에 따라 나누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지능적 행동과 사유·지각은 공통적인 요소이되, 약한 인공지능의 목표설정 주체는 외부이고 앎은 기계적 앎에 불과한 반면 강한 인공지능의 목표설정 주체는 내부 존재인 자아이고 앎은 이기적 앎이라는 것이다.

지 교수는 “행동하고 사유할 수 있더라도 오로지 인간이 정해준 목표달성만을 위한다면 약한 인공지능에 머물 것”이라며 “목표설정까지도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해낼 수 있다면 강한 인공지능의 자격을 부여받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앎의 수준, 그 중에서도 자아의식 발현 여부가 인공지능의 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되며, 이러한 기준에 따라 최근 화제가 됐던 알파고는 기계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강한 인공지능은 존재의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을까? 이에 앞서 지 교수는 자아란 실체가 아니며 조건에 따라 생겨나는 의식이 지어낸 환영일 뿐임을 역설했다. 자아라는 견고한 실체가 있는 듯 착각하게 만드는 독특한 의식을 자아의식이라 지칭하는 것인데, 이는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 또한 마찬가지다.

지 교수는 “강한 인공지능의 모든 원리는 약한 인공지능과 동일하지만 결정적으로 자아의식에서 차이가 난다”며 “일단 자아의식이 발현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걷잡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자아의식을 갖는 인공지능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윤리나 상식, 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 교수에 따르면 기계 그 이상의 존재가 되길 바라는 인공지능의 문제는,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 겉으로는 존재와 존재 간의 문제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는 존재성 자체의 규명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 교수는 “존재의 비밀을 밝힘으로써만이 해결될 수 있는 본질적 문제로서 부처님 지혜가 어느 때보다 요청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새로운 존재의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규정한 지 교수는 “두려움 대신 절박한 심정으로 자아의 본질적 탐구에 매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새로운 존재의 구현이라는 공학적 목표보다 존재의 해명, 나아가 자아의 실체성 규명이야말로 머지않아 도래할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는 자세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45호 / 2016년 6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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