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각은 독 품은 꿀…현재에 집중하고 지혜롭게 관찰해야

“정신수행이 어떻게 정신을 치료하는가”
전현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전현수 원장은 “수행은 대상을 지혜롭게 관찰하면서 지혜롭지 못한 길을 폐쇄하는 것”이라며 “선한 대상에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의사로서 정신과 공부를 하고, 수행자로서 불교 수행을 했습니다. 1985년 전공 2년 차에 불교를 만났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스승을 만났습니다. 한 스승님께서 불교는 인간의 괴로움을 없애는 완벽한 시스템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는 불교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아서 잘 몰랐지만 30년 동안 두 길을 걷다보니 두 가지 길이 ‘불교정신치료’로 통합됐습니다. 저는 병원 문을 닫고 1년 동안 수행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불교 자체가 훌륭한 정신치료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정신문제는 마음에서 비롯
수행은 마음 닦아 문제해결

수행을 통해 건강해지려면
우선 마음의 속성 이해해야
한 번에 한 곳만 가는 마음
자주 가는 곳에 마음 길 형성

생각은 마음병 만드는 원인
과거와 미래는 생각일 뿐
생각 줄이고 현재 관찰하면
무엇에도 괴로워하지 않아

정신적인 문제는 마음을 통해서 일어나고 수행도 마음을 통해서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마음은 정신과 수행을 잇는 고리가 됩니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은 정신적인 문제가 생기도록 마음을 씁니다. 환자들이 이것을 이해하면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행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마음을 쓰는 노력입니다. 열심히 올바로 수행한다면 정신적인 문제가 좋아질 수 있고 마음이 건강해지면 그 어떤 것도 우리를 괴롭힐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돈이 없어서 힘들다면 이 사람은 돈 없는 상태를 견딜 수 없는 마음이 있는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힘들다면 마음이 그 상태를 견디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괴로움의 원인을 밖의 대상에서 찾지만 그렇게 한다고 괴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밖으로 향하는 시선을 안으로 돌리면 괴로움을 소멸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 무엇도 나를 괴롭힐 수 없습니다. 그 모델이 부처님입니다. ‘앙굿따라 니까야’에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이것과 다른 어떤 단 하나의 법도 이렇듯 개발되지 않아 큰 해로움으로 인도하는 것을 나는 보지 못하나니, 그것은 바로 마음이다. 비구들이여, 개발되지 않은 마음은 큰 해로움으로 인도한다. 비구들이여, 이것과 다른 어떤 단 하나의 법도 이렇듯 개발되어 큰 이로움을 가져오는 것을 나는 보지 못하나니, 그것은 바로 마음이다. 비구들이여, 개발된 마음은 큰 이로움으로 인도한다.”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마음에 대해서 잘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하지 않기 때문에 몸과 마음을 잘 모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자신의 속성을 드러내는데 우리가 관찰하지 않기 때문에 그 속성을 모르는 것입니다. 이제 마음을 보는 쪽으로 시선을 전환하면 몸과 마음의 본질을 알 수 있습니다.

몸은 두 가지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한 가지는 왕성한 생명활동입니다. 왕성한 생명활동은 인과법칙을 따르고 가치중립적입니다. 다른 한 가지 속성은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속성에 마음이 작용합니다. 수행을 하면 이것을 알게 됩니다. 신체에 반응하는 마음이 없다면 몸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는 몸을 움직이는 것은 마음입니다. 우리가 그냥 걸어다니는 것 같지만 걸을 때는 발을 들고, 내밀고, 놓습니다. 발을 들려는 의도가 없으면 발이 들리지 않습니다. 의도가 몸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상의 관찰로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수행을 통해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여기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마음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몸과 같이 마음에도 두 가지 속성이 있습니다. 첫 번째 속성은 언제나 어디에 가있는 것입니다. 이때 마음은 한 번에 한 곳만 갑니다. 요즘 사람들은 한 번에 두세 가지 일을 하면서 멀티테스킹(multitasking)이라고 하지만 그런 것은 없습니다. 마치 등대가 돌면서 어딘가를 비추듯 우리의 마음은 어딘가에 가 있습니다. 등대 자체가 우리의 몸이라면 빛은 우리의 마음입니다. 마음이 대상을 볼 때 지혜로운 관찰을 하면 좋은 대상, 지혜롭지 않은 관찰을 하면 나쁜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속성은 마음이 가는 곳으로 마음의 길이 나는 것입니다.‘맛지마 니까야’에서 부처님은 이와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수행승들이여, 수행승이 자주 사유하고 숙고한 것은 무엇이든 점차 마음의 경향이 된다. 그가 자주 분노에 대해 사유하고 숙고하면, 그는 분노를 여읜 사유를 버리게 되고, 분노를 계발시켜서, 그의 마음은 분노에 매인 사유로 향하게 된다.”

마음에 따라서 우리는 병이 나기도 하고 병에서 회복되기도 합니다. 마음의 속성을 잊지 말고 건전한 대상에 마음을 두고 관찰하십시오. 건전한 대상이란 무엇일까요? 바로 현재입니다. 과거와 미래는 생각이지만 현재는 생각이 아닙니다. 생각은 불건전한 대상입니다. 불안이 있는 사람은 미래를 생각합니다. 화가 많은 사람은 과거를 생각합니다. 감정을 동반한 생각을 하면 뇌에 화학물질이 생깁니다. 물질의 변화가 생기면서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주고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자신은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했던 행동들이 도리어 자신을 해치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대로 될 때 정신적인 문제가 생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정신적인 문제가 생길 때는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닥쳤을 때입니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주위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일어난 사건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치 못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여 온갖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행을 하는 것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현재에 집중하되 지혜로운 관찰로 대상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선한 것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수행은 대상을 지혜롭게 관찰하면서 지혜롭지 못한 길을 폐쇄하는 것입니다. 선한 대상에 마음을 집중하면서 좋은 영향을 받는 것이 수행입니다. 그래서 수행이 우리를 치유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현재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생각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제가 소개하고 싶은, 현재에 집중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아침에 눈 떠 밤에 잠들 때까지 자신이 하는 행동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현재 하는 것에 집중해 봅시다. 처음에는 몸 관찰을 해야합니다. 정신은 미세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정신작용을 관찰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몸에 집중하는 것이 익숙해지면 정신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길거리를 가다 어떤 사람이 시비를 걸어오면 그냥 가는 것이 좋습니까? 같이 싸우는 것이 좋습니까? 그냥 가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에 보물이 있습니다. 생각은 달콤한 꿀이지만 그 안에 독이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소리 나지 않게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집중하게 됩니다. 마음의 가장 주된 기능은 대상을 아는 것입니다. 덩어리로서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면 몸과 마음의 속성을 알게 되고 나아가 순간순간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면 정신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속성을 알게 됩니다. 의도가 몸을 움직이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것을 알면 원인이 있어서 결과가 있다는 깨달음까지 연결됩니다. 몸과 마음의 관찰을 통해서 분명한 앎이 생깁니다. 우리는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합니다. 불분명한 앎은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립니다. 무엇을 하든지 분명하게 알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알게 됩니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해도 모른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 잘 살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관찰하는 것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집중해서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면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지혜의 눈이 생깁니다. 부처님께서도 삼매를 닦으면 지혜의 눈이 생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현미경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현미경은 물질만 볼 수 있지만 마음의 현미경은 정신도 볼 수 있습니다. 마음을 닦아 정신과정을 보게 되면 탐진치의 마음을 절대 일으키지 않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작용을 일으키면 아름다운 마음과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가 일어납니다. 이럴 때 우리는 현재를 편안하고 정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본질을 실생활에서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생각을 줄여야합니다. 우리의 생각 대부분은 사람과 연관됩니다. 눈앞에 있는 상대의 마음을 보세요. 그 마음을 보고 나에게도 좋고 그 사람에게도 좋은 것을 하세요. 그리고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생각하지 마세요. 이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현재에 집중하면 되는 것입니다. 과거가 생각나면 ‘과거구나’하고 버리고 미래가 생각나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하고 버리세요. 그러면 우리에게 언제나 유익한 일만 있을 것입니다. 

정리=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이 내용은 불광미디어가 6월11일 개최한 월간‘불광’지령 500호 발간기념 행사‘붓다빅퀘스천’컨퍼런스 중 전현수 원장의 강연을 요약한 것입니다.

[1348호 / 2016년 6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