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법련사 불일미술관의 미덕
서울 법련사 불일미술관의 미덕
  • 조장희 기자
  • 승인 2016.06.27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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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일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미술관 20주년이 무슨 대단한 일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도심사찰 내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각별하다. 불일미술관은 서울 사간동 법련사(주지 진경 스님) 내에 자리한 작은 문화공간이다. 불교계 최초의 전문 전시공간으로 불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찾아와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불교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공간 일부를 문화공간으로 마련한 곳이 법련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각사 로터스 카페, 금륜사 다륜 북카페, 대운사 쿠무다 카페, 선덕사 틔움 도서관 등은 복합 문화공간이자 도심 속 전법도량이다. 갤러리, 카페, 도서관, 문화 강좌 등 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며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도심사찰은 휴식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시민을 사찰로 이끌고, 불서나 음악 등을 통해 불교문화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도심사찰의 문화공간 운영은 설립목적에 한껏 부응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은 사찰은 산중사찰과는 확연히 다르다. 경관이 수려한 것도, 공기가 좋은 것도, 조용한 곳에서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지닌 것도 아니다. 따라서 가만히 앉아 사람들이 찾아오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마음을 내서 자발적으로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절이니만큼 기도와 수행이 중심이 돼야겠지만 문화적인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충분히 효과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법련사 불일미술관이다. 불일미술관은 그동안 수많은 전시회를 열어오며 젊은 예술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왔다. 이를 통해 그들이 불교에 관심을 갖도록 했고, 동시에 불자들에게는 전통문화뿐 아니라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하는 교량 역할을 담당했다.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세상의 한복판에서 시대와 호흡하며 대중문화를 이끌려고 노력해왔던 것이다. 불일미술관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학예실장 구담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 조장희 기자
“그동안 미술관이 줄곧 잘 됐던 것은 아닙니다. 어려울 때도 많았지만 지금까지 불일미술관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미술관이 곧 전법공간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상황에 따른 전시를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도심사찰들이 마음을 내면 갤러리를 비롯한 문화공간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화는 대중의 생활방식이다. 삶에서 불교가 멀어지면 결국 불교가 설 자리도 사라지게 된다. 새로운 도심포교의 방법을 제시한 불일미술관의 미덕도 여기에 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시민들에게 삶의 쉼표가 되어주려 했던 20년 전 법련사의 혜안이 더욱 빛나는 때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49호 / 2016년 6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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