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재硏 공동조사 토대로
문화재청, 6월30일 지정 예고
순천 송광사 목판만 6건 포함
가장 오래된 ‘함통 청동북’도
순천 송광사 소장본 ‘대방광불화엄경소 목판(大方廣佛華嚴經疏木板)’과 강화 전등사 소장본 ‘묘법연화경 목판(妙法蓮華經木板)’ 등 불교문화재 10건이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6월30일 ‘대방광불화엄경소 목판’ 등 10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10건 가운데 목판 9건은 문화재청이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일감 스님)와 함께 진행 중인 ‘전국사찰 목판 일제조사 사업’의 첫해인 2014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기성·명확성·완결성·희귀성 등의 기준에 따라 선별된 목판에 대해 문화재위원회 검토를 거쳐 보물로서 지정가치를 인정받은 문화재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대방광불화엄경소’는 당(唐)의 징관(澄觀)이 해석한 ‘대방광불화엄경’ 80권본에 대해 송(宋)의 정원(淨源, 1011∼1088)이 다시 알기 쉽게 풀이한 120권본이다. 고려 때 2900여 장의 판본이 국내에 수입·유통됐고, 조선시대에는 세종 연간에 왕실이 주도적으로 판각한 이래 황해도 귀진사(1557~1564), 경기도 용복사(1629~1631), 순천 송광사(1634~1635)에서 전질을 간행했다. 현재 귀진사와 용복사 간본은 목판이 남아 있지 않을뿐더러 책자 역시 아주 일부분만 전해지고 있다.
순천 송광사 소장본 ‘계초심학인문(언해) 목판〔誡初心學人文(諺解)木板〕’은 초심자가 경계해야 할 내용을 적은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계초심학인문’을 비롯해 ‘(사)법어〔(四)法語〕’ ‘몽산화상법어약록(蒙山和尙法語略錄)’ 등이 함께 수록된 ‘계초심학인문’을 한글로 풀어 쓴 언해본이 새겨진 목판이다. 총 47판 가운데 현재 45판이 남아 있다. 세조 연간에 간경도감에서 ‘몽산화상법어약록’과 ‘(사)법어’를 언해해 간행한 판본이 전해지고 있으나, 송광사의 ‘계초심학인문(언해)’은 종합적인 구성에 한자음을 달고 언해까지 첨부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하는 평가다.순천 송광사 소장본 ‘인천안목 목판(人天眼目木板)’은 전체 42판이 완전하게 전해지고 있다. ‘인천안목’은 남송(南宋)의 청안 지소(靑眼智昭) 스님이 펴낸 책으로 당시 중국 선종의 5가(五家)인 임제종(臨濟宗), 위앙종(潙仰宗), 조동종(曹洞宗), 운문종(雲門宗), 법안종(法眼宗)의 핵심적인 내용을 알리기 위한 가르침들을 수록했다. 이 책은 1357년 고려 수경선사본이 간행됐고, 이후 1395년 양주 회암사본, 1529년 순천 송광사본, 1530년 진산 서대사본 등이 판각됐던 적이 있으나, 모본이 되는 목판이 전해지는 것은 이 목판이 유일하다.순천 송광사 소장본 ‘종경촬요 목판(宗鏡撮要木板)’은 모두 17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종경촬요’는 북송의 영명연수(永明延壽) 스님이 편찬한 ‘종경록(宗鏡錄)’의 요점을 간추려 엮은 책이다. 1213년 수선사(修禪社, 현재의 송광사)에서 진각국사 혜심(慧諶) 스님이 주관해 재간행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현재 전해지고 있는 목판은 없다. 송광사 소장본 ‘종경촬요 목판(宗鏡撮要木板)’은 1531년 조계산 은적암에서 다시 만든 것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유일판이다.순천 송광사 소장본 ‘청량답순종심요법문 목판(淸凉答順宗心要法門木板)’은 당나라의 징관(澄觀)이 당 순종(順宗)의 물음에 따라 법문에 이르는 긴요한 진리를 간명하게 설법한 ‘청량답순종심요법문’을 2매의 목판에 새긴 것이다. 수량은 적으나, 1531년에 송광사에서 간행된 이후 계속 송광사에 완전하게 전해지고 있는 목판으로서 중요한 자료다.순천 송광사 소장본 ‘천지명양수륙잡문 목판(天地冥陽水陸雜文木板)’은 수륙재(水陸齋)에 관한 불교의식집인 ‘천지명양수륙잡문’ 144장을 총 38매의 목판에 새긴 것이다. 일부 닳아서 없어진 글자가 있기는 하지만 목판의 간행기록(1531년, 중종 26)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 시대에 간행된 ‘천지명양수륙잡문’의 현재 남아 있는 판본 중 가장 오래된 것이며 완전하게 전해지고 있어 가치가 크다.서산 개심사 소장본 ‘달마대사관심론 목판(達磨大師觀心論木板)’은 보리달마(菩提達磨) 스님이 설한 심론(心論)을 정리한 ‘달마대사관심론’의 제1장부터 제22장까지의 내용 전체를 총 8판에 새긴 것으로, 1580년에 제작됐다. 제1~21장은 1~7판에 새겨져 있고, 마지막 판에는 제22장과 ‘도가논변모자이혹론(道家論辨牟子理或論)’의 17장이 함께 담겨 있다. 조선 시대에 간행된 ‘달마대사관심론’은 고창 문수사 간본(1538), 무등산 안심사 간본(1570) 등이 있으나, 목판으로 현재 전해지는 것은 개심사 소장본이 유일하다.서산 개심사 소장본 ‘달마대사혈맥론 목판(達磨大師血脈論木板)’은 보리달마 스님의 법문을 문답형식으로 기록한 ‘달마대사혈맥론’ 제1~20장을 목판 7매에 담은 것이다. ‘팔(八)’자형으로 굽어진 목판도 사용했는데, 이 경우 굽어진 형태에 맞춰 내용을 새겼다. 서적을 목판의 크기나 모양에 맞춰 자유분방하게 새긴 사례는 매우 특이한 경우에 속한다.이 목판은 1579년 5월 간행돼 지금까지 거의 완전하게 전해지고 있다. 조선시대에 간행된 ‘달마대사혈맥론’이 국내에 책으로 남아 있는 것 중 개심사 소장본보다 앞선 판본으로는 광양 옥룡사 간본(1473), 무등산 안심사 간본(1570) 등이 있으나, 목판이 완전하게 전해지고 있는 것은 개심사 소장 ‘달마대사혈맥론 목판(達磨大師血脈論木板)’뿐이다.
‘함통6년명 청동북(咸通六年銘 靑銅金鼓)’은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의 문화재 보존관리 협력에 관한 협약서(2013년)에 따라 지정조사와 문화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경상북도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이 청동북은 865년(경문왕 5)에 만들었다는 명문이 적혀 있어, 우리나라에서 제작연대가 새겨진 청동북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청동북은 범종(梵鍾)과 함께 사찰 의식 때 범음(梵音)을 내는 주요 의식법구로 불교 전래 이후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름 31.5cm, 폭 10.5cm의 아담한 크기인 이 청동북은 전체적으로 푸른 녹이 고르게 슬어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측면은 두텁고 뒷면은 둥그렇게 입을 크게 벌린 모습이며, 앞면은 불법(佛法)이 퍼져 나가듯 굵고 가는 선으로 이루어진 둥근 융기동심원(隆起同心圓)을 돌려 당좌구(撞座區, 북을 치는 부분), 중구(中區), 외구(外區) 등 세 부분으로 구획했다. 측면에는 위쪽에서부터 거의 90도 간격을 두고 세 곳에 고리를 달았으며, 여백 면을 돌아가며 북의 제작과 관련된 명문을 새겼다. 명문은 글씨의 좌우가 반대인 좌서(左書)로 쓰였다. 내용은 제작 연대(865년)와 청동북의 명칭(금구, 禁口) 등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이룬, 이루다(成內)’ 등 이두식 표기도 눈길을 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한 10건에 대해 30일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예정이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50호 / 2016년 7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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