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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나라사랑

책장에 꽂힌 많은 책이 지혜로운 자녀 만들지 않는다

한국전쟁을 맞아 공원의 충혼탑 앞에서는 ‘나라사랑 프로젝트’가 초등학생들의 참여 속에 열렸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국군장병과 애국선열들의 충절을 추모하는 이 행사는 역사인식과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되새겨보는 좋은 기회라 본다. 김구, 유관순, 안중근, 윤봉길 등 애국선열들의 사진에 이름카드를 연결하는 놀이가 있는가 하면, ‘우리고장을 빛낸 호국영웅들’이라는 제목의 부스에는 경주와 그 인근지역에서 활약한 영웅들의 이름 석자로 삼행시를 포스트잇에 적어 사진 옆에 붙이는 이벤트도 있다. “신무기도 없는데 돌처럼 단단한 의지로 석굴처럼 우리를 지켜주어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신돌석(1878~1908) 장군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올린 어느 어린이의 멋진 글도 눈에 띈다. 신 장군은 15살 어린나이에 일제에 대항하여 의병활동을 시작하였다니 오늘날 중학생 수준이 아니던가? 자녀가 나라 위해 목숨을 건다면 우린 과연 수용할 수 있을까? 그 용기와 부모의 심정이 헤아려져 고개가 숙여진다. “이 분은 20살 젊은 나이에 전사하셨구나.” 어느 장군사진을 보며 말하는 내게 “유관순 누나는 18살에 돌아가셨어요”라며 더 이른 나이에 사망한 분도 계시다는 것을 6학년이라는 소년이 알려준다. 유관순 누나를 존경하느냐고 묻자 크게 “네”한다. 이것이 나라사랑법 아닐까?

역사는 그 나라의 뿌리
공익 위해 헌신한 위인
그들 삶 통한 역사인식
바른 가치관 형성 도움

역사는 그 나라의 뿌리다. 나라에 대한 자랑스러운 역사인식을 가질 때 우리는 세계 속에서도 당당해진다. 그 자부심을 어린 시절부터 심어주는 것이 교육이다. 가정과 사회는 어린이의 순수함이 오염되지 않고 건강하게 길러져 바른 성년으로 자라나도록 인도할 책임이 있다. 요즈음엔 도시마다 도서관이 잘 꾸며져 있다. 부모 자녀가 가까운 도서관을 방문하여 역사적 인물이나 애국자의 업적을 찾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면 삶의 자세도 그만큼 더 진지해질 것이다. 독서란 이처럼 인간 이해나 세상에 대한 사고의 틀을 넓혀주는 힘이 있다.

어떤 부모는 아기가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 아기 방을 서재로 꾸미기 시작하는 성급함을 보인다. 동화전집이나 영어책으로 벽면을 가득 채운 방에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수아야! 이방에 있는 동화책들은 모두 네가 읽어도 돼, 좋지? 그럼 책 앞에서 예쁘게 웃어봐. 찰깍!” 두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활짝 웃는 아이모습이 액자에 담겨져 책장을 장식한다. 아이가 이 책들을 읽으며 누구보다 영특하고 지혜롭게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마음은 희망으로 가득하리라. 그러나 부모의 마음과는 달리 아이는 수많은 책에 심리적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 ‘아이고 이 많은 책을 언제 다 읽지?’ 이미 책 전체를 충분히 훑어보며 만족한 아이가 구태여 책을 꺼내어 한 페이지씩 읽는 수고를 하고 싶겠는가? 두뇌회전이 빠른 젊은 부모세대는 일을 많이 벌이고 단기적 이익추구를 구하기에 잃는 것도 많다. 그러나 역사적 교훈이나 진리는 답답해하며 배우기를 꺼려한다. 이런 부모에 관련한 부처님의 교훈말씀이 ‘숫타니파타’에 있다.

“사람들이 바르게 살고 최상의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도덕을 지키고, 어떠한 행동을 하며 어떠한 행위를 부지런히 해야 할 것인가. 손위의 사람을 공경하고 시기하지 말며 스승을 만나 진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얻어서 열심히 설법을 들으라.”

이 게송처럼 부모는 진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역사적 영웅들의 삶을 보라. 자기만의 이익보다는 공익을 위해 몸 바친 향기 가득한 삶이었다. 부모 욕심을 내려놓고 진정 자녀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 역사에서 배우며 바른 역사인식으로 부모와 자녀 모두 성숙한 삶, 진리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50호 / 2016년 7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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